[기고-조지현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선한 영향력의 대물림
2019년 06월 26일(수) 04:50 가가
필자가 근무 중인 학과는 복지의 대상자였던(또는 여전히 복지의 대상자인) 학생의 비율이 다른 학과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 학생들에게 사회 복지 학과에 진학하게 된 이유를 물어보면 그동안 본인이 받아왔던 여러 가지 도움을, 이제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서 사회 복지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보육 시설에서 자란 학생이 사회 복지사가 되어 보육 시설에서 일을 하거나, 장애가 있는 학생이 사회 복지사가 되어 장애인을 위해 일을 하거나, 결혼 이민자 자신 또는 결혼 이민자 가정의 자녀가 사회 복지사가 되어 다문화 가족을 위해 일을 하는 식이다. 현장에 계시는 사회 복지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복지 현장에서는 이러한 선순환을 보게 되는 경우가 어렵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르신들의 댁을 방문해서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 보호사 중에는 대상자 어르신을 위한 업무가 아닌 가족을 위한 일이나 집안 대청소, 김장 김치 담그기, 제사 음식 준비 등 원래 요양 보호사의 업무가 아닌 일까지 요구받는 경우가 있다. 부당한 요구에 항의라도 할라치면 “당신은 나를 돌봐주기 때문에 먹고 사는 것 아니냐, 그러니 내가 원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하기 싫으면 다른 사람이 오면 되니 그만 둬라”라고 하는 통에 속앓이를 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하는 분들도 있다. 평생 누군가를 돌보면서 살아 왔던 분들이 반대로 돌봄의 대상자가 되었을 때 자신을 돌보아주는 사람에게 소심한(?) 갑질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선임병에게 가혹 행위를 받았던 후임병이 본인이 선임병이 되었을 때 후임병에게 또 다른 가혹 행위를 한다거나, 심한 시집살이를 심하게 당했던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어 시집살이를 대물림하는 경우도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선임병으로서 또는 시어머니로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본인이 경험한 것이 그러한 모습인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나는 더 심한 세월도 견뎌 왔는데,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위계질서가 강한 직종일수록 직장에서의 선후배끼리의 사이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정 폭력 역시 대물림 된다고 한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폭력을 당했거나 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부모가 됐을 때 자신의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 피해가 전혀 없는 사람과 비교해 폭력을 행사한 비율이 3배 가까이 많았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폭력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민법상 부모의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 때문이 아니라 우리는 부정적인 대물림을 끊어 버려야 하고 끊을 수 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이웃 간의 관계에서 갑질을 당하거나 피해를 당했을 때 나의 상처를 그대로 혹은 덧붙여 돌려줄 것인지 내 선에서 끊어버릴 것인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람은 어디서든 본전 생각이 나기 마련이라 쉽지만은 않은 일이겠지만 나부터 먼저 부정적인 대물림을 끊고 선순환의 시작이 되면 어떨까?
광주·전남 출신 재경 대학생 기숙사인 남도학숙에는 졸업생 중 뜻이 맞는 몇몇이 모여 만든 ‘남지원’(南枝園)이라는 장학회가 있다. 이 장학회에서는 장학생을 선발할 때 긴 시간을 들여 졸업 후 사회인이 되면 장학회의 이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장학회의 이사는 장학금을 기부해야 하고 자신처럼 받은 사랑을 후배에게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해 뽑는다. 즉,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배들은 장학회의 이사로서 또 다른 후배들을 지원하며 선한 영향력을 대물림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우리나라만의 아이돌 그룹이 아닌 BTS는 자신들의 노래와 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세계적으로 널리 발휘하고 있다. BTS는 노래 가사 뿐 아니라 각종 인터뷰를 통해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자신을 받아들이자”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하고 있다. 이를 보고 들은 BTS 팬클럽인 아미(ARMY)는 BTS의 메시지에 큰 위로를 받고 BTS로부터 받은 좋은 에너지를 다시 세상에 나누려고 하는 것이다.
갑질을 당한 경우에도 우리를 위로해 준 고마운 누군가가 우리 곁에는 분명히 있다. 우리도 우리가 받은 위로와 긍정적인 메시지를 자녀에게, 동료에게, 이웃에게 전해보면 어떨까?
하지만, 이러한 법 때문이 아니라 우리는 부정적인 대물림을 끊어 버려야 하고 끊을 수 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이웃 간의 관계에서 갑질을 당하거나 피해를 당했을 때 나의 상처를 그대로 혹은 덧붙여 돌려줄 것인지 내 선에서 끊어버릴 것인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람은 어디서든 본전 생각이 나기 마련이라 쉽지만은 않은 일이겠지만 나부터 먼저 부정적인 대물림을 끊고 선순환의 시작이 되면 어떨까?
광주·전남 출신 재경 대학생 기숙사인 남도학숙에는 졸업생 중 뜻이 맞는 몇몇이 모여 만든 ‘남지원’(南枝園)이라는 장학회가 있다. 이 장학회에서는 장학생을 선발할 때 긴 시간을 들여 졸업 후 사회인이 되면 장학회의 이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장학회의 이사는 장학금을 기부해야 하고 자신처럼 받은 사랑을 후배에게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해 뽑는다. 즉,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배들은 장학회의 이사로서 또 다른 후배들을 지원하며 선한 영향력을 대물림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우리나라만의 아이돌 그룹이 아닌 BTS는 자신들의 노래와 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세계적으로 널리 발휘하고 있다. BTS는 노래 가사 뿐 아니라 각종 인터뷰를 통해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자신을 받아들이자”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하고 있다. 이를 보고 들은 BTS 팬클럽인 아미(ARMY)는 BTS의 메시지에 큰 위로를 받고 BTS로부터 받은 좋은 에너지를 다시 세상에 나누려고 하는 것이다.
갑질을 당한 경우에도 우리를 위로해 준 고마운 누군가가 우리 곁에는 분명히 있다. 우리도 우리가 받은 위로와 긍정적인 메시지를 자녀에게, 동료에게, 이웃에게 전해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