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가람 혁신도시에 한전 등 16개 공공 기관의 이전이 완료되고 에너지 밸리 조성 사업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쾌적한 도시로 성장하는데 필수 요건인 정주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행정 서비스와 편의 시설도 공급되고 있다.

그렇지만 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의 제대로 된 개발과 활용은 아직까지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19년 현재 광주·전남 혁신도시의 클러스터는 84개 필지 중 69개 필지가 분양됐다. 그러나 착공률은 48.7%로 절반에 못 미치고 있어서 클러스터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보다 큰 문제는 클러스터 용지를 분양받은 사업자들이 본래의 활용 목적에 맞춰 개발하기 보다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도시 공공 기관의 역량을 지역과 나누기 위해서는 산·학·연 클러스터의 개발과 활용이 매우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우려가 크다.

광주·전남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무엇보다도 지역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우수한 인재 양성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 기관과 지역 대학은 산·학·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지역 발전을 견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혁신 클러스터는 대부분 공공 기관과 지역 대학이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교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0년대 스웨덴에서 추진되었던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Kista Science City)의 혁신 IT 클러스터다. 시스타시는 공공 기관을 중심으로 스톡홀름대학과 스웨덴 왕립대학이 활발한 교류 여건을 만들어 창조 역량을 공유했다. 그 결과 국책 연구소를 비롯한 많은 민간 연구소를 유치하면서 6만 4000여 명의 정보·통신 관련 전문 종사자가 일하는 대표적인 IT 혁신 클러스터로 성장했다.

최근 중앙 정부는 혁신도시 시즌2에 관해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 기관의 추가 이전 사업을 놓고 광주시와 전남도가 유치전에 나섰다고 한다. 광주시가 35개 기관 유치를 정부에 신청했고 전남도는 22개 기관을 유치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 기관 유치도 중요하지만, 광주·전남에서 산·학·연 클러스터의 활용을 보다 깊게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할 때다. 정부와 함께 관련 제도를 검토하여 공공 기관과 지역 대학의 교류 및 시너지 창출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지역 대학이 혁신도시 클러스터 내에서 교육과 연구 활동을 직접 진행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빛가람 혁신도시를 광주·전남의 창조 메카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혁신도시 클러스터 부지를 유연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 대안 중 하나가 산·학·연 클러스터를 연구 특구로 지정하는 것이다. 혁신도시 클러스터는 창조 역량을 이끌 수 있는 지역의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지역 대학과 공공 기관이 창조성과 혁신 역량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연구와 학습 교류의 장(場)으로 조성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 결정 사안이다. 혁신클러스터에 지자체, 공공기관, 그리고 지역 대학이 함께 참여해야 경쟁력 있는 인재 육성이라는 본래 목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혁신도시 클러스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광주·전남 지역의 미래 역량과 경쟁력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