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전국 규모의 ‘호남의병 역사공원’을 세운다. 호남은 임진왜란·병자호란·한말 국권침탈 시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의병이 궐기한 지역이다.

임란왜란 최초 의병장인 유팽로(옥과)를 비롯해 김천일(나주)·고경명(담양)·최경회(화순)·김덕령(광주) 등 셀 수 없이 많은 선비와 민초들이 의병을 일으켜 왜군과 싸우면서 목숨을 바쳤다. 이들 의병장의 후손인 고광순·기삼연 등은 300년 뒤 한말 국권침탈기에 다시 떨쳐 일어났다.

전남도는 이들 호남 의병의 구국충혼을 기리고 의병역사를 정립, 정의로운 역사를 일궈온 전라도인의 영예와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전국 규모의 ‘호남의병 역사공원’을 조성키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호남은 임진왜란에서부터 3·1운동 이전까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의병들이 외세의 침탈에 맞서 싸웠음에도 유적·사료 등의 조사·연구가 부족한 형편이다.　특히, 전남에는 국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그들의 충혼을 기리고 추모하는 현창시설이 전혀 없어 의로운 고장이라는 이름이 민망한 실정이다. 경북 청송에 항일의병기념공원이 조성되고, 전북 임실에는 항일독립운동 기념 사당인 소충사가 들어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의병들의 충혼을 기리고 교육·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호남의병 역사공원을 조성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올해 1억 원을 들여 ‘호남의병 역사공원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실시한다.　연내에 용역을 마무리하고 2020년 실시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소요예산 13억 원에 대해선 2020년 국고 지원을 건의할 방침이다.

호남의병 역사공원은 33만㎡(10만평) 부지에 건물 연면적 1만6500㎡(5000평) 내외로 구상하고 있다.　기념관(추모관·수장고·전시실), 테마파크(체험관·교육시설), 상징조형물, 학예실, 교육관, 편의·놀이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다.　역사기념관이라는 무겁고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누구나 찾아와, 보고 듣고 체험하며 쉴 수 있는 친근한 공간으로 꾸민다는 것이다.

특별 공간도 마련한다. 사료나 유물 기증자의 뜻을 기리기 위한 기증자 전시실, 각종 행사 등과 연계한 기획 전시실, 남도역사 북카페, 미니어처 전시실, 어린이전용 체험관 등도 함께 들어서게 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해 방문자들의 흥미를 더해줄 방침이다.

사업 대상지는 역사적 상징성, 접근성, 부지 확보와 개발 용이성,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성 등 다양하고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용역을 통해 확정, 시군 공모를 통해 선정키로 했다.

/박정욱 기자 jw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