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구순의 할머니를 모시고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갔다.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휠체어를 따로 준비했지만 휠체어 여행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항공사에 휠체어 탑승 여부를 따로 확인해야 했으며, 숙소 예약과 관광지를 선택할 때도 일일이 체크해야 했다. 더구나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넓고 비싼 승합차의 대여도 필수였다.

여행 시작 내내 마음이 불편했지만 이는 기우임을 금세 깨달았다. 공항에는 에스컬레이터, 승강기, 리프트 등이 적재적소에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기에 매우 편리했으며 이러한 편리함은 일본에서도 지속됐다. 호텔 내부는 장애물이 없어 침대 옆까지 휠체어를 손쉽게 갖고 갈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여행 내내 손쉽게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장애인용 화장실과 곳곳에 설치된 손잡이들은 할머니의 안전한 이동을 가능케했다. 평상시였다면 결코 발견할 수 없었던 이러한 소소한 배려들은 휠체어를 이용해보니 확연히 드러났다. 그리고 추후 이러한 설계들이 베리어 프리(Barrier Free)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배리어 프리는 쉽게 말하면 장애물이 없는 생활 환경이다. 고령자, 장애인들을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취지로 1974년 처음 사용됐으며 2008년부터 국내에서도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인증제 시행 10년을 맞이한 올해, 약 2500개의 시설에서 인증을 받았으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외 6개 기관에서 전문적인 심사단을 구성해 인증 평가를 하고 있다.

필자는 배리어 프리시설이 단순히 장애인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번이라도 몸을 다쳐 이동 약자가 되어본 사람들은 경험했을 것이다. 불편한 몸으로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이나 계단을 이용할 때 이동에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반대로 경사로나 승강기가 이러한 불편함을 얼마나 덜어주는 지를 말이다. 다시 말해 배리어 프리 설계는 유모차를 이끄는 신혼부부,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는 아이들, 무릎 아픈 부모님 그리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계단을 마주한 여행객 등 모든 구성원의 접근성과 이동성을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증 시설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물로 불편함을 겪는 일은 많다.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 손잡이의 설치나 문턱을 없애는 등 작은 변화부터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