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 고향의 향기
2018년 07월 17일(화) 00:00 가가
30년, 강산이 세 번 바뀌고서야 고향에 돌아왔다. 내 기억 속 광주는 80년대 후반에 멈춰 있다. 모교 캠퍼스는 메케한 최루 가스 속에서도 청춘의 로맨스와 열정적인 놀이 문화가 공존했었다. 오전 수업이 끝나면 캠퍼스에 상주하는 전투 경찰의 속칭 ‘지랄탄’과 독재 정권에 항거하는 학생들의 ‘돌팔매질’이 어김없이 일합을 겨루고 나서야 비로소 각자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눈물콧물 범벅된 허연 최루 가루를 대충 털고 최신 나팔바지 패션으로 충장로 길모퉁이 다방에서 그녀를 만나 달달한 다방 커피와 함께 현란했던 돌팔매질 무용담을 떠벌렸다. 미팅에 실패한 솔로 남들은 당시 최고의 인기 놀이였던 당구장에서 몇 푼 안 되는 용돈의 대부분을 탕진했다. 리포트가 밀린 일부 몰지각한(?) 학생들만이 도서관에서 잠깐이나마 학생의 본분을 지켰었다.
80년대 중반이후 ‘3저’ 현상(저달러, 저물가, 저금리)에 따른 슈퍼 호황에 힘입어 광주에서도 취직이나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걱정은 별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고 민주화에 대한 열망만이 젊은이들의 관심사였다.
이렇듯 낭만과 즐거움이 가득했던 고향의 향기를 기대하며 30년 만에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으로 돌아왔다. 부임한 지 이제 3주, 부임 인사차 언론계, 학계, 유관기관의 기관장님 들을 비롯한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났다. 아! 그런데 광주는 내 기억의 저편 고향의 향기와는 사뭇 변해 있었다. 만났던 모든 분들이 한결같이 낙후된 지역 경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였고 현재보다 더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우리 본부가 발간한 보고서에도 우울한 숫자가 가득했다. 전국 평균의 70%에 불과한 광주의 1인당 GRDP, 광역시 중 가장 낮은 청년 경제 활동 참가율(40.1%), 비경제 활동 인구 중 취업 준비자의 비중(5.4%)은 광역시중 가장 높은 수준, 서비스업 노동 생산성도 광역시중 최저 수준, 광역시 중 가장 높은 비정규직 비중(37.0%), 가구당 평균 자산도 광역시 중 최하위, 재정 자립도(49.2%) 광역시 중 최하위….
이를 어찌할 것인가? 비장함까지 느껴졌던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의 지역 경제에 대한 걱정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 순간 머릿속에서는 젊음의 낭만과 생동감이 넘쳤던 과거의 광주 모습은 하얗게 지워지고, 마크 파버, 스티브 로치, 루비니 교수 같은 월가의 대표적인 닥터 둠(경제 비관론자)들의 조롱만이 가득했다. ‘이 지경인데 도대체 앞으로는 어찌할 건데?’, ‘고령화로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2000년 60만 명→ 2016년 32만 명)하는 전남의 농가 인구를 보고도 희망을 꿈꾸나?’,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광주 기아자동차의 대미 수출 비중이 50%인데 대책은 뭐지?’, ‘금호타이어는 중국의 더블스타를 새 주인으로 맞았지만 아직도 생산 물량 부족에 허덕이고 있고’, ‘수주 부진으로 일감이 턱없이 부족한 조선 업체들은?’
그만! 알았으니 그만 비웃으라고! 도통 비관적인 리포트 밖에 쓸 줄 모르는 월가의 염세주의자들아! 광주를 만만하게 보지 마세요. 서브 프라임 위기에 맥없이 무너졌던 당신들 나라와는 다르다우.
광주로 말할 것 같으면 5·18 민주화운동의 성지인 정의로운 의향이요, 전국의 미식가들이 부러워하는 미향이며, 세계적인 광주비엔날레를 개최하고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 소재하는 예향 아니겄소? 11번 우승의 최강 기아타이거즈의 고향 광주가 이 정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일도 아니오.
에라 모르겠다. 일단 허풍으로라도 비관론자들을 물리치고는 피그말리온 효과나 노려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희망을 찾아보기로 했다.
웬걸! 어려운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광주·전남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 나주 혁신도시 주변으로 에너지 밸리가 조성 중에 있고 현대자동차와 합작법인 형식으로 추진중인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 모델로 자리매김할 태세다. 전국 2위의 귀농 인구를 활용한 6차 산업 활성화, KTX 호남선 개통을 계기로 2200여 개의 섬과 아름다운 해안선을 활용한 ‘관광 굴기’를 꿈꾸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한국의 퐁피두센터가 되려는 야심에 불타고….
그럼 그렇지! 무등산 호랑이의 기상은 살아 있었다. 민선 7기의 의욕적인 리더십과 시·도민들의 노력이 어우러진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다시 생겼다. 전라도 정도(定道) 천년째인 올해를 계기로 내 기억 속 활기찼던 고향의 향기가 되살아나고 지역민의 자긍심이 회복되길 기원한다.
80년대 중반이후 ‘3저’ 현상(저달러, 저물가, 저금리)에 따른 슈퍼 호황에 힘입어 광주에서도 취직이나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걱정은 별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고 민주화에 대한 열망만이 젊은이들의 관심사였다.
이렇듯 낭만과 즐거움이 가득했던 고향의 향기를 기대하며 30년 만에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으로 돌아왔다. 부임한 지 이제 3주, 부임 인사차 언론계, 학계, 유관기관의 기관장님 들을 비롯한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났다. 아! 그런데 광주는 내 기억의 저편 고향의 향기와는 사뭇 변해 있었다. 만났던 모든 분들이 한결같이 낙후된 지역 경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였고 현재보다 더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만! 알았으니 그만 비웃으라고! 도통 비관적인 리포트 밖에 쓸 줄 모르는 월가의 염세주의자들아! 광주를 만만하게 보지 마세요. 서브 프라임 위기에 맥없이 무너졌던 당신들 나라와는 다르다우.
광주로 말할 것 같으면 5·18 민주화운동의 성지인 정의로운 의향이요, 전국의 미식가들이 부러워하는 미향이며, 세계적인 광주비엔날레를 개최하고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 소재하는 예향 아니겄소? 11번 우승의 최강 기아타이거즈의 고향 광주가 이 정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일도 아니오.
에라 모르겠다. 일단 허풍으로라도 비관론자들을 물리치고는 피그말리온 효과나 노려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희망을 찾아보기로 했다.
웬걸! 어려운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광주·전남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 나주 혁신도시 주변으로 에너지 밸리가 조성 중에 있고 현대자동차와 합작법인 형식으로 추진중인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 모델로 자리매김할 태세다. 전국 2위의 귀농 인구를 활용한 6차 산업 활성화, KTX 호남선 개통을 계기로 2200여 개의 섬과 아름다운 해안선을 활용한 ‘관광 굴기’를 꿈꾸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한국의 퐁피두센터가 되려는 야심에 불타고….
그럼 그렇지! 무등산 호랑이의 기상은 살아 있었다. 민선 7기의 의욕적인 리더십과 시·도민들의 노력이 어우러진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다시 생겼다. 전라도 정도(定道) 천년째인 올해를 계기로 내 기억 속 활기찼던 고향의 향기가 되살아나고 지역민의 자긍심이 회복되길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