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바다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심해(深海) 깊은 곳까지 한바탕 몸살을 겪고 나면 바다는 깨끗이 정화되고 다시금 생명력을 얻는다. 정치는 바다를 닮았다. 전국을 휩쓴 선거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지만, 유권자의 심판은 경종을 울리며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준다.

전남도의회도 예외가 아니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제11대 도의원 58명 가운데 초선의원은 41명으로 70%가 넘는다. ‘투표는 총알보다 빠르고 강하다’는 링컨 대통령의 말처럼 신선한 변화를 기대하는 도민의 표심이 반영된 결과이다.

당선된 도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양성의 시대라는 말을 절로 실감하게 된다. 연령대는 30대부터 60대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고 직업별로는 기초·광역의원, 정당인, 전문직, 자영업, 농축수산업, 회사원,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하게 포진되어, 각계 각층의 도민 목소리를 담아내는데 든든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여기에 40%에 육박하는 의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이고, 여성 의원 비율 또한 제10대 의회보다 3명 더 늘어난 8명이다. 전반적으로 전문성이 강화되고,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을 제고할 수 있는 여건이 점점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남도는 F1대회, 사파리 아일랜드, 한옥마을, 개방화·고령화에 따른 농어업 문제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면 현안인 저출산·초고령화 문제는 그동안 많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점점 심화되고 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 이렇게 낳은 아이가 우리 지역에서 교육받고 취업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기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

지자체마다 1순위로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은 현재의 경기 불황을 타개함과 동시에, 다음 세대의 경제적 기반을 다져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석이다.

전남 발전의 기틀이 되어줄 한국전력과 연계한 에너지산업의 육성, 농도(農道) 전남의 사활이 걸린 스마트팜 도입은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핵심 산업이다.

이와 같이 산적한 전남의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민의 대표기관인 전남도의회와 의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제11대 의회에서 전문성을 갖춘 도의원들이 도정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협치와 감시 기능을 강화해 나간다면 4년 후 ‘전남 행복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도민들이 기대하는 도의회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지방선거에서 한 표 한 표를 행사한 우리 도민들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는 정치꾼이 아닌,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훌륭한 정치가로 기억될 의원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생명의 땅 으뜸 전남’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민의 관심과 협력이 중요하다. 2500년 전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9일에 한 번꼴로 아고라광장에서 아테네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민회를 열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였다고 한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고대 아테네 시민들처럼 만사 제쳐두고 정치에 참여하지는 못하겠지만 모든 게 새롭게 시작하는 요즘, 내 지역 내 살림의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고 있는지 도민들이 눈 여겨 봐야 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다’라고 했다.

도민 한 명 한 명이 전남의 주인이기에, 앞으로 4년 동안 손님이 아닌 주인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해주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