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5.4규모의 강진이 발생해 사상 초유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는 등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영광 한빛원전과 석유화학 공장이 밀집한 여수국가산단의 안전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항 강진은 국내 24기의 원전 중 6기가 몰려있는 서해안의 영광 한빛원전에서도 진동이 감지될 정도였다. 광주·전남소방본부에는 700건에 달하는 신고 전화가 잇따랐고, 특히 원전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종일 이어졌다.

원전을 관리감독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6일 “국내 원자력발전소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앙에서 45㎞ 거리에 있는 월성원전과 인근 경주 방폐장에서는 지진계측값(가속도)이 각각 0.0134g과 0.0144g으로, 원전 지진경보 기준치(0.01g)를 넘었으나 수동정지 설정치(0.1g), 자동정지 설정치(0.18g), 원전설계기준(0.2g)보다 훨씬 낮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원전은 지진 값이 0.1g(6.0 규모) 이상이면 운전원이 수동으로 원자로 가동을 멈추고, 0.18g 이상이면 시스템에 의해 자동정지된다. 설계기준을 초과한 지진이 일어날 경우, 국내 원전 비상계획서에 따르면 주민 소개령 검토가 이뤄지고 원자로가 녹아내릴 징후가 보이면 즉시 주민소개가 이뤄진다.

하지만 원전 전문가들은 “대지진에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기본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며 “원전이 설계 기준대로 건설·유지되더라도 기준을 뛰어넘는 규모의 지진 발생 가능성과 이에 대한 대비를 충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전 사고의 경우 ▲원전 시설에 대한 전원(전력) 공급 대책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 냉각기능 유지 방안이 기본이자 중점 점검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공장이 밀집한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지진피해 불안감도 높다. 이번 지진 진앙지로부터 280여㎞ 떨어진 여수산단 지진 감지기에서도 진도 3.0의 지진이 감지됐다.

1967년 문을 연 여수국가산업단지에는 26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이 가운데 석유화학업체는 53개에 이른다. GS칼텍스와 LG화학 등 석유화학업체들은 내부 시설 점검을 거쳐 이상이 없다고 보고 정상 가동을 하고 있다.

여수시는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재난현장 대응 표준화 시범사업지로 선정돼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행동 매뉴얼 작성에 착수했다. 국비 2억원을 받아 재난현장 대응 행동 매뉴얼 개선 연구 용역을 발주해 다양한 사고 사례를 바탕으로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여수산단은 내진 설계가 적용돼 문제가 없다고 보면 된다”며 “지진이 강타하면 폭발은 물론, 염소나 암모니아 등 유해 가스도 누출될 우려가 있어 평소에도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

/영광=김민석기자 mskim@

/여수=김창화기자 c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