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은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연꽃 세계)의 교주로서 진리 그 자체를 인격화한 형상을 하고 있다. ‘두루 비친다’는 뜻이며 미혹한 중생을 깨닫게 하는 진리의 빛을 말한다.

진리의 세계, 즉 부처님의 말씀만 있는 세계이다.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장경각 앞에 앉아 계신 불상도 비로자나불이다. 그래서 화엄종의 주불로 비로자나불을 모셨던 것이다. 이 불상은 의상대사가 화엄십찰을 전 국토에 세워 화엄불국토을 만들려 했던 통일신라의 불상이었다. 소백산 봉우리 명칭이 연화봉, 비로봉이고 그 자락에 영주 부석사가 있다. 비로자나불은 경상도 지역 사찰에 많다. 철원 도피안사, 경주 불국사, 광주 증심사, 해남 은적사 등에도 비로자나불이 있다.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는 법당을 대적광전(大寂光殿)이라고 한다. ‘적’(寂)은 크나큰 선정이고 ‘광’(光)은 크나 큰 지혜의 빛을 의미한다. 고요하게 앉아서 미혹함을 깨닫게 해 주는 불빛은 부처님의 가르침이요, 부처님의 사자후인 것이다. 진리의 궁전 속에 함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깊은 선정과 지혜의 빛으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을 대적광전의 편액이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보통 대적광전에 앞에 석등과 탑이 조성되어 있다. 우리 지역에 있는 중흥사지 석등과 화엄사 석등, 개선사지 석등, 흥국사 석등 등은 모두 진리를 발산하는 빛을 상징한다.

보통 불상은 32상 80종호의 모습을 하며 불상을 수인으로 분별하는데 비로자나불은 ‘지권인’(智拳印)을 하고 있다. 왼손 검지를 오른손이 감싸쥐고 바른 손의 엄지 손가락과 왼손의 집게손가락 끝을 서로 대는 손모양이다. 즉, 왼손 검지는 중생계, 오른손은 불계(佛界)로서 중생들도 수행을 바탕으로 깨달음, 즉 득도를 하게 되면 여래가 된다는 뜻이다. 불이(不二)는 생사도 하나요, 유무도 하나요, 색공도 하나요, 부처와 중생은 둘이 아니며 미혹과 깨달음이 하나의 몸임을 뜻하는 것이다. 지권인이란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떤 중생이든 진심으로 기도하고 간절히 희구하면, 그들의 생각이나 행위 경계에 따라 비로자나불은 때를 놓치거나 기다리지 않고 어느 곳에 알맞게 몸을 나타내어 행동하고 설법하고 자비를 베푼다. 이와 같이 비로자나불은 여러 가지 몸, 여러 가지 명호, 여러 가지 삶의 방편을 나타내며 잠시도 쉬지않고 진리를 설파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정화하고 일체 중생을 제도한다.

현재 국립광주박물관에서 ‘마음이 곧 부처’(卽心是佛)전이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비로자나불 중에서 가장 빼어난 장흥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상(국보117호)을 3차원적으로 전시하고 있는데 추석 연휴에 관람을 권하고 싶다. 기획자는 이 지역의 남원 실상사, 곡성 태안사, 장흥 보림사, 화순 쌍봉사와 전국의 구산선문(九山禪門)과 선종(禪宗)을 소개하려고 전시를 마련한 것 같다.

전시에서는 신라 말기에 선종이라는 새로운 불교이념이 들어와서 꽃을 피운 불교문화 등을 선보여 천여 년 전의 문화유산을 보는 새로움을 맛볼 수 있다. 흔히 볼 수 없었던 선종 관련 유물도 보면서 우리 지역의 문화재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시길 바란다.

특히 장흥 보림사 비로자나불은 조성 연대(859년)와 조성자(김언경)의 기록이 정확히 나와 있고 천여 년 동안 수많은 전란을 겪으면서도 주재료가 철인데도 어떻게 온전하게 남아 있을 수 있었는지 감탄하게 된다.

사실 필자는 불상을 처음 본 순간 감탄했었고, 그 후 볼 때마다 새롭고 반갑다. 그리고 찬란한 문화유산이 광주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게 고맙고 자랑스럽다. 화순 쌍봉사의 철감선사 도윤의 부도와 탑비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빼어난 부도로 관람을 추천한다.

필자는 의향 광주의 광(光)자가 비로자나불이 발산하는 진리의 빛(光)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항상 진리가 머무르는 도시, 광주(光州)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