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정 한의사] 신문 읽는 여자
2017년 09월 27일(수) 00:00 가가
낮에는 진료하는 까닭에 나는 주로 밤을 지새워 책을 읽는다. ‘독서가’와 의사로서 두 삶을 살아내려면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야만 한다. 책과 더불어 신문도 중요한 일상의 자료다. 비교적 신문을 꼼꼼히 읽는 편인데, 신문에 얽힌 재밌는 일화가 많다.
아마 여자가, 그것도 젊은 여자가 신문을 보는 것이 흔치 않는 모양인지, 사람들은 신문 읽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곤 한다. 심지어 이렇게 묻는다. “신문을 왜 그렇게 열심히 보시나요?” 어떤 남성은 내게 다가와 노골적으로 질문한다. “보통 여자들은 신문을 안 읽는데, 신문 읽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세상에나. 신문 읽는 이유를 물어보다니. 난 어쩔 줄 몰라 그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주말엔 눈 뜨자마자 집 앞 작은 카페로 달려가 잠시 앉아 신문을 본다. 그런데 웬걸 들락거리는 남자들이 어찌나 이상하게 쳐다보는지 구경거리가 된 것에 언짢아져, 커피를 들고 황급히 나오고 만다.
내가 신문을 보는 이유를 굳이 말하자면, 유익함과 의무를 들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신문 읽기는 문화인, 교양인으로서 기본 책무라고 생각한다. 내 또래의 소설가 김민정은 단편소설에서, 아침에 눈뜨자마자 신문을 펼쳐들고 시작하는 그녀의 일상인 듯한 ‘문화인으로서의 하루’를 묘사한 적 있는데, 그 친숙한 정경이 반가웠다. 작가, 남성을 넘어 부디 젊은 여성들도 신문을 구독해 활기차게 하루를 열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을 적어본다.
세상은 지속적으로 복잡해지고 있다. 전부 따라가진 못해도 중요한 정치·경제적 흐름과 사회적 변화를 헤아리는데 신문은 최선의 수단이다. TV가 담지 못하는 담론과 맥락을 신문은 상세히 이야기해준다. 상대적으로 영상보다 문자에 강한 내 개인 성향 탓도 있겠으나 신문은 꼼꼼한 기록이라는 이점이 있다. 물론 많은 경우 신문으로도 부족해 우린 자주 쩔쩔맨다. 그럼에도, 신문은 최소한의 방편으로 제격이다.
최근 한 신문은 ‘미국에서 침팬지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며 소송을 한 크리스 페니베이커 씨의 소식을 전한 적 있다. 생명에 위계적 등급을 매기지 않고, 동등한 생명체로 동물을 바라보는 이런 참신하고 기분 좋은 소식을 신문이 아니면 또 어디서 얻어듣겠나(험악한 소식들도 너무 많지만).
하나 더 들어보자. 과일에 표기된 숫자(price look-up code)가 재배 방식을 알려준단다. 3이나 4로 시작하는 과일의 4자리 숫자는 그 과일이 전통적 재배방식에 의한 것임을 뜻한다. 4033은 전통적 방식으로 재배한 크기가 작은 레몬을 뜻하고, 4053은 전통적 재배방식의 큰 레몬을 말한다. 4자리 숫자 앞에 9를 붙이면 유기농 과일이란다. 따라서, 94053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큰 레몬을 의미한다. 신문은 이처럼 유익한 정보를 알려주어 가족 건강을 지켜준다.
신문은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신선한 자극을 준다. 특히, 동시대의 선진적이고 진취적인 학자들의 글과 삶이 주는 울림은 크다. 신문의 텍스트와 컨텍스트는 삶의 방향 설정에 유익한 자료들을 제공한다. 최근에 애독하는 신문에 한 연구자는 이런 내용을 기고하였다. “한 사람의 성숙과 깨달음이 소중하다. 그 한 사람의 깨임으로 인해 온 세상이 함께 깨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깨달으면 온 우주가 깨달은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가장 필요한 멋진 말이 아닐 수 없다. 짧은 기고 글이었지만, 그 연구자의 삶의 이력과 치열한 노력, 내공이 텍스트의 활자에서 뿜어져 나와 나는 몸을 떨었다. 물론, 나는 그에게 반해 그의 글들을 전부 찾아 읽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앞선 이의 생각들을 실시간 받아보며 나는 책상 앞에서 내 삶을 설계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신문에 대한 애정도 빼놓을 수 없다. 생계벌이하는 정착지의 소식을 발 빠르게 쥘수록 우리 자신에게 유리하다. 지역 흐름을 간파하여, 일을 도모하는 좋은 근거를 얻을 수 있다. 우리 생활의 실질적이고 실리적인 이득을 취하려면 지역신문 구독은 기본이다. 지역민이 지역에 대한 관심없이 어떻게 잘 살 수 있겠는가. 지역민의 사랑을 받은 지역은 지역민에게 그것을 되돌려준다. 지역 매체는 그 사랑의 중매자다.
신문 읽는 젊은 여자에서 출발하여 지역 신문 구독으로 끝났다. 결국 나는 신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실 신문 읽기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신문을 선택하는 일이다. 좋은 신문을 알아보는 방법은 신문들을 많이 읽고 서로 비교해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답은 다시, 신문 읽기이다.
아마 여자가, 그것도 젊은 여자가 신문을 보는 것이 흔치 않는 모양인지, 사람들은 신문 읽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곤 한다. 심지어 이렇게 묻는다. “신문을 왜 그렇게 열심히 보시나요?” 어떤 남성은 내게 다가와 노골적으로 질문한다. “보통 여자들은 신문을 안 읽는데, 신문 읽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세상에나. 신문 읽는 이유를 물어보다니. 난 어쩔 줄 몰라 그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내가 신문을 보는 이유를 굳이 말하자면, 유익함과 의무를 들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신문 읽기는 문화인, 교양인으로서 기본 책무라고 생각한다. 내 또래의 소설가 김민정은 단편소설에서, 아침에 눈뜨자마자 신문을 펼쳐들고 시작하는 그녀의 일상인 듯한 ‘문화인으로서의 하루’를 묘사한 적 있는데, 그 친숙한 정경이 반가웠다. 작가, 남성을 넘어 부디 젊은 여성들도 신문을 구독해 활기차게 하루를 열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을 적어본다.
하나 더 들어보자. 과일에 표기된 숫자(price look-up code)가 재배 방식을 알려준단다. 3이나 4로 시작하는 과일의 4자리 숫자는 그 과일이 전통적 재배방식에 의한 것임을 뜻한다. 4033은 전통적 방식으로 재배한 크기가 작은 레몬을 뜻하고, 4053은 전통적 재배방식의 큰 레몬을 말한다. 4자리 숫자 앞에 9를 붙이면 유기농 과일이란다. 따라서, 94053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큰 레몬을 의미한다. 신문은 이처럼 유익한 정보를 알려주어 가족 건강을 지켜준다.
신문은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신선한 자극을 준다. 특히, 동시대의 선진적이고 진취적인 학자들의 글과 삶이 주는 울림은 크다. 신문의 텍스트와 컨텍스트는 삶의 방향 설정에 유익한 자료들을 제공한다. 최근에 애독하는 신문에 한 연구자는 이런 내용을 기고하였다. “한 사람의 성숙과 깨달음이 소중하다. 그 한 사람의 깨임으로 인해 온 세상이 함께 깨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깨달으면 온 우주가 깨달은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가장 필요한 멋진 말이 아닐 수 없다. 짧은 기고 글이었지만, 그 연구자의 삶의 이력과 치열한 노력, 내공이 텍스트의 활자에서 뿜어져 나와 나는 몸을 떨었다. 물론, 나는 그에게 반해 그의 글들을 전부 찾아 읽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앞선 이의 생각들을 실시간 받아보며 나는 책상 앞에서 내 삶을 설계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신문에 대한 애정도 빼놓을 수 없다. 생계벌이하는 정착지의 소식을 발 빠르게 쥘수록 우리 자신에게 유리하다. 지역 흐름을 간파하여, 일을 도모하는 좋은 근거를 얻을 수 있다. 우리 생활의 실질적이고 실리적인 이득을 취하려면 지역신문 구독은 기본이다. 지역민이 지역에 대한 관심없이 어떻게 잘 살 수 있겠는가. 지역민의 사랑을 받은 지역은 지역민에게 그것을 되돌려준다. 지역 매체는 그 사랑의 중매자다.
신문 읽는 젊은 여자에서 출발하여 지역 신문 구독으로 끝났다. 결국 나는 신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실 신문 읽기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신문을 선택하는 일이다. 좋은 신문을 알아보는 방법은 신문들을 많이 읽고 서로 비교해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답은 다시, 신문 읽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