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주도로 논의되고 있는 개헌의 방향은 크게 권력구조 개편 문제와 국민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선거구제 개편이다. 먼저 권력구조 개편의 문제만 놓고 보면 대통령의 권력이 과도하니 그 힘을 빼서 의회에서 가져가야 한다는 의원내각제에서부터 대통령과 의회가 권력을 나누는 이원집정부제까지 정치권이 내년 개헌을 앞두고 지나치게 권력구조 개편에만 몰두하고 있다. 물론 권력구조의 문제는 헌법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맞지만 국민기본권의 문제인 사회경제적 권리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국회개헌특위에서 제2소위원가 구성되고 논의는 되고 있지만 지극히 미약하다. 서유럽은 이미 1차 세계대전 이후 그리고 다른 유럽이나 선진국들은 2차 대전 이후 국민들의 사회경제적 권리들을 헌법에 명시했고 프랑스는 1958년 5공화국 헌법 전문에 포함시켰다. 브라질은 1988년에 개정된 헌법에 주 노동시간 40시간과 최저임금제, 대출이자12% 상한제 등을 포함시켰다. 헌법에 사회경제적 권리들을 포함시키는 이유는 국가의 적극적인 실천의지를 헌법에 규정한다는 것이다.

헌법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총9차례에 걸친 헌법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10차 개정을 앞 둔 현재까지 30년의 간극은 가장 오래된 기간이다. 다원주의 사회에 맞지 않는 즉, 헌법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헌법 개정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우리헌법이 개정이 어려운 경성헌법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경성헌법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불문헌법 국가인 영국이나 이스라엘은 개정하기 쉬운 연성헌법을 채택하고 있다. 경성헌법을 채택하는 나라들의 주된 이유는 권력구조 문제를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의해 쉽게 개정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대신 미국은 경성헌법을 보완하기 위해 국민의 기본권이나 인권, 사회경제적 권리들에 대해 수시로 대법원 판결을 통해 보완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법체계를 갖추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헌법재판소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미국처럼 사법부가 완벽하게 독립되지 않아 간혹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거나 권력의 눈치를 보며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이 문제와 관련 내년 개헌에는 권력구조 개편은 현재처럼 경성헌법으로 가되 국민의 기본권인 사회경제적 권리들에 대해서는 연성헌법으로 수시로 필요에 따라 개정할 수 있게 헌법을 분리 개정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이 배제된 개헌, 개헌에 대한 필요성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매번 논의되어 왔지만 정치인들의 실익에 대한 셈법이 서로 달라 매번 무산되었다. 이렇듯 개헌이 정치인들의 전유물이 된 것은 먼저 우리 헌법에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자격이 대통령과 국회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를 통과한 헌법 개정은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이 되지만 국민투표는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유권자 중 50%의 투표와 투표자의 50%의 찬성으로 가결되니 실제 국민 4명중 1명만 찬성해도 개헌은 효력을 발휘한다. 개헌이 실제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에도 논의단계에서부터 국민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만 투표거수기 역할만 하게하고 있다. 일본이나 브라질도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이 통과되지만 그들 나라는 전체 국민의 절반인 50%의 찬성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스웨덴이나 아이슬란드의 경우는 차기 선거를 통해 구성된 새 의회에서 개헌이 한 번 더 통과가 되어야 하니 국민들은 개헌에 찬성할 경우 개헌을 발의한 의원들을 다음 선거에서 다시 신임을 하고 반대할 경우 개헌을 발의한 의원들에 표를 주지 않는다. 이처럼 같은 대의민주주의 국가임에도 우리나라처럼 개헌이 정치권만의 전유물이 되지 않는다.

내년 개헌 가능한가? 국민운동으로 전환해야한다.

내년 개헌을 앞두고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현행 헌법에는 국회 3분2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전체 300석의 국회의석수로 볼 때 자유한국당이 107석을 차지하고 있어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개헌은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으니 의원내각제로 가야한다는 권력구조의 문제만 그리고 국민들의 사회경제적 권리 강화에 대해서는 “갈등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반대 한다”는 국회 개헌특위 이주영 위원장(자유한국당 소속)의 발언을 놓고 봤을 때 결국 개헌의 발목을 잡고 마지막 합의하는 과정에서 권력구조의 문제만으로 정치권의 빅 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촛불광장의 국민들의 외침은 “이게 나라냐”는 것이었다. 정치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 교육개혁 등 사회전반적인 개혁의지를 헌법에 그리고 법률로 제도화해야만 나라다운 나라로 완성될 수 있다. 그러기위해서는 개헌운동이 국민운동으로 전환되어 정치권을 압박해야 한다. 개헌이 국민운동으로 전환되지 않고 정치권만의 리그로 끝날 경우 반드시 졸속 처리될 확률이 높다. 지난 세기 개헌이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