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지면을 통해 제게 보내신 ‘어느 장애인의 죽음’이란 서 의원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굳이 이 글이 아니더라도 평소 의원님의 광주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저에게 자만하지 않고 늘 깨어 있도록 하는 각성이자 자극이었습니다.

고백컨대 의원님의 지적과 제안은 그 어떤 날카로운 무기보다 더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단 한 사람도 버려지지 않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시민께 약속했던 저에게는 특히 그렇습니다.

우리 공직자들은 늘 ‘행정의 공공성’을 강조합니다. 공공성이야말로 행정이 서 있어야 할 위치이고, 가야 할 방향이며, 도달해야 할 목표라 여긴 까닭입니다.

‘생명 존중 사람 중심의 공동체’를 꿈꾸어 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장애인, 이주노동자, 고려인, 혼자 사는 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과 함께 사는 세상. 물이 낮은 곳부터 채워지듯 어려운 곳부터 손길을 내미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 길에 들어서면서 중증장애인들에게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그들, 이들의 곁을 단 한시도 떨어져 지낼 수 없는 가족들의 버겁고 아픈 삶을 사회가 나서서 조금이라도 덜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정부 지침이 없다, 타 시도 사례가 없다, 예산이 없다는 한계를 내세우는 공직자들을 일일이 설득하여 이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하고 제 집무실까지 찾아 오셨습니다. 이들의 가슴 절절한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곧바로 TF를 꾸려 현장 중심의 지혜를 모았고,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이 같은 행정의 진정성이 현장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4시간 활동 보조 서비스를 받고 있는 한 중증장애인도 침대에 누운 상태로 주변의 도움을 받아 제 집무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손수 빚은 그릇을 저에게 건넸습니다. 하염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제 집무실에 찾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맙다’며 종이공예 작품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기림이 엄마’ 정순임 씨는 발달장애인 엄마로서 사는 자신의 심경을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 내려간 편지를 건넸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편지를 족자로 제작해 제 집무실에 걸어 놓고 늘 따뜻한 광주 공동체를 다짐하곤 합니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광주는 재정자립도가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지만 복지 예산은 38%를 차지할 만큼 높습니다. 그렇다고 장애인 복지와 삶의 질 개선을 소홀히 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겠죠. 사회의 관심과 보살핌에서 벗어난 이웃이 없는지 늘 챙기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시 내 모든 요소들을 걷어내는 데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우리 광주에는 의원님처럼 가슴 따뜻한 이들이 많아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서미정 의원님.

서 의원님이 제게 보내신 이 편지는 의정 단상에서의 호된 질책보다 더한 채찍질로 저를 각성시키고 있습니다. 주신 말씀 늘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민선 6기 들어 시청 내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과 협치를 통해 업무 효율을 높여 왔습니다. 혹여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다시 살피고 챙겨 행정의 효율을 높이고 공공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저는 ‘장애인이 행복하면 시민이 행복하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광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저의 일생의 신념이자 삶의 목표입니다. 이 길을 향해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담대하게 가겠습니다. 의원님도 늘 응원해 주시고, 지혜와 혜안을 주시길 바랍니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많이 서늘해졌습니다.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어제 자 광주일보에 실린 서미정 의원의 ‘어느 장애인의 죽음’을 읽고 윤장현 광주 시장이 보내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