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는 예부터 깨끗한 공직자를 지칭할 때 청렴결백의 약칭인 청백(淸白)을 가장 이상적인 관료의 미덕으로 여겨왔다.

조선시대에는 특별히 국가에서 청렴한 관료를 선발해 청백리안(淸白吏案)에 이름을 남길 정도로 극진히 예우했다. 당시 청백리는 죽은 사람에 대한 호칭으로, 살아있는 사람은 염근리(廉謹吏) 혹은 염리라고 불렀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목민심서’에서 청렴이 목민관의 으뜸가는 임무이고 청렴하지 못하면 유능한 목민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청렴을 관료의 으뜸가는 덕목으로 강조한 것이다.

호남지역은 예부터 이 같은 청렴한 관료인 청백리가 많은 고장으로 꼽힌다. 특히 장성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비의 고장이자 청백리의 고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장성군 삼계면 출신 ‘청백리’ 송흠(1459∼1547) 선생의 호는 ‘멈출 줄을 아는 집’이라는 뜻을 지닌 지지당(知止堂)이다. 선생의 호는 노자의 도덕경 제44장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따라서 오래 갈 수 있다.(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와 맞닿아 있다. 멈출 줄 아는 것이 곧, 청렴과 검소로 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송흠 선생도 자신의 호처럼 멈춤을 미덕으로 알고 평생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그는 51년간 내·외직의 관직생활을 하면서 근무한 곳마다 청렴한 성품으로 일곱 번이나 청백리로 녹선되기도 했다.

호남 대표 청백리를 논할 때 아곡 박수량(1491∼1554) 선생도 빼놓을 수 없다. 박수량 선생은 지금의 장관급인 한성판윤, 호조판서 등 39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어머니가 살고 있는 시골집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지 않은 날이 한 달에 절반이나 되고, 집은 비가 샐 정도로 청빈하게 생활했다고 한다. 그의 서울 공직생활도 궁핍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변변한 집 한 칸 갖지 못했다.

이를 전해들은 명종은 크게 탄복해 장성군 아곡리 하남골에 99칸의 집을 지어 청백당(淸白堂)이란 이름과 함께 하사했다. 현재는 ‘청백한옥’이란 이름으로 개관해 한옥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박수량 선생은 ‘백비(白碑)’ 일화로도 후대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선생의 비석은 아무런 글자가 없어 ‘백비’로 불린다. 선생은 세상을 뜨면서 ‘묘도 크게 쓰지 말고 비석도 세우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명종이 크게 감동해 서해바다 암석을 골라 하사하면서 “박수량의 청백을 알면서 빗돌에다 새삼스럽게 그가 청백했던 생활상을 쓴다는 것은 오히려 그의 청렴을 잘못 아는 결과가 될지 모르니 비문 없이 그대로 세우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직사회에서 청렴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공직사회의 청렴은 오래전부터 당연시돼 왔지만, 최근 대형 권력형 비리 등이 터지면서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훼손된 탓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 정부 부처는 물론 전국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호남의 대표적인 선비의 고장인 장성을 찾아 백비를 견학하는 등 현장학습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반갑기만 하다.

국가보훈처도 청렴을 화두로 옛 선조들이 남긴 청렴한 삶과 정신을 본받기 위한 다양한 청렴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다 희생된 분들이 영면해 계시는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도 반부패·청렴문화 체험주간을 설정·운영하는 등 그 어느 기관보다도 다양한 청렴 정책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장성 박수량 선생의 ‘백비’ 등 청렴 유적지 탐방을 시작으로 청렴 SNS 캠페인 ‘나부터 청렴하기’ 이벤트, 청렴슬로건 공모 등으로 생활 속에서도 청렴 의지를 다지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공직사회의 청렴 정책들이 순간의 구호에 그치지 않고, 오랜 실천으로 이어져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을 회복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