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과 체험, 힐링을 접목한 ‘치유농업’(Agro Healing)이 주목받고 있다. 치유농업은 국가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농업, 농촌자원(식물·동물·농촌환경·농촌문화) 또는 이와 관련한 활동과 산출물을 활용하여 인간의 심리적·인지적·신체적 건강을 도모하는 산업 및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농작물 수확과 같은 농촌의 일상을 잠시 따라 해보는 체험농장이 대부분이고,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직접적인 치유를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치유농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네덜란드나 벨기에 등 선진 유럽국에서는 치유농업이 이미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는 치유농업이 민간에서 시작되어 국가 차원으로 발전하였고, 2013년 기준으로 1100개의 치유농장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치유농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제도와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관광과 체험 단계에서 벗어나 건강과의 연계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왜 치유농업인가? 이는 통계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1990년 우리나라 국민 평균연령은 29.5세이던 것이 2017년 41.2세로 무려 11.7세가 늘어났고, 평균수명은 1990년 71세에서 2015년 81세로 무려 10세가 늘었다.

이와 같은 인구의 고령화는 정신적, 육체적인 상처를 농촌체험과 경관을 통해 치유하고자 하는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치유농업은 농업이 가지고 있는 치유기능의 다양성과 새로운 가치를 보여 줄 수 있는 유망분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치유농업을 추진해야 할까? 이제 단순한 농사·농촌체험에서 벗어나 국민의 건강과 사회적 치유를 위한 아이템을 도입하여 일자리 창출과 연계되는 농업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우리 환경에 맞는 일자리창출 치유농장 모델을 만들어 치유농업의 주도권을 선점해야 한다.

치유농업이 단순히 건강치유뿐만 아니라 사회적 재활, 교육, 고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의료기관, 교육기관,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계하여 치유농업 시설 기반 및 활용체계를 구축하고 우리나라 사람에게 적합한 다양한 치유농업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지체장애인이나 문제 청소년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직업훈련이나 일터를 직접 제공하는 치유농장은 사업자에게 큰 보람을 안겨주는 사업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치료 중심의 전문성 있는 영역으로 사업확대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초기단계에는 예방형 치유농업을 중심으로 하고 점차 영역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물적·인적 기반이 어느정도 갖추어진 기존의 농촌교육 농장이나 농가 맛집과 같은 6차산업 수익모델 사업장을 적극 활용하여 치유식단, 원예·곤충·동물 매개 치유 등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치유농업을 선도할 전문경영인도 양성해야 한다. 치유농업의 목적이 ‘돈 되는 농업’에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정된 자원의 합리적인 이용은 물론이고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도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영주체인 경영자의 사업역량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남농업기술원은 각종 식물의 기능성을 데이터 베이스화 하여 개별 건강정보에 맞는 맞춤형 식품 제공, 농촌에서 휴양하며 건강을 회복하는 도농상생 마을 만들기,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건강생태마을 조성 등 치유농업에 대응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있다.

치유농업은 농가 소득제고 외에도 토지가 제공하는 공익적 기능을 최대화할 수 있다. 특히 전남은 치유농업에 유리한 다양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역 환경에 맞게 특성화된 치유농업 모델을 만들고,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수요 확대를 위한 서비스와 신상품 개발을 지원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