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국립남도국악원은 해마다 ‘굿음악 축제’를 열고 있다. 벌써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행사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매년 굿음악 축제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굿음악 축제’는 여타 축제와 달리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굿음악 축제’는 대표적인 전통 민속의 한 분야인 ‘굿’을 테마로 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지역축제가 개최되고 있지만, ‘굿’을 테마로 공연·학술회의·전시·체험 등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지는 행사는 남도국악원의 ‘굿음악 축제’가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굿음악 축제’는 아직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생각건대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서남해의 끝이라는 진도의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1984년 진도대교의 준공으로 이제는 섬이 아닌 섬이 되었고 도로의 정비로 광주에서 2시간이면 방문할 수 있는 거리이지만, 육지 사람들에게 진도는 여전히 먼 곳이다.

다른 중요 요인은 바로 ‘굿’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흔히 고등종교라고 말하는 기독교, 불교 등을 받아들이는 것과 다르게, ‘굿’ 혹은 ‘무속(巫俗)’은 원시종교, 미신 등으로 치부되며 사람들에게 터부시되는 경향이 짙다.

더하여 굿을 연행하는 예인들에 대한 인식도 폄하되었다. 남도의 씻김굿을 담당하던 ‘당골(남도지역에서 무당을 이르는 말)’은 주위사람들에게 하대당하고, 어린 아이들의 놀림을 받기일쑤였다. 이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이 겪은 상처와 외로움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정든 고향을 등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조금만 돌아보면 굿 혹은 무속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현대(現代)라는 시대, 그리고 도시인·문화인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도 연애·결혼 상담, 운세(사주팔자) 보기, 각종 고사 등을 행하기 위해 심심치 않게 무당을 찾아가고 있지 않은가.

약 30∼40년 전의 과거로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이 때만해도 시골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중의 하나가 ‘굿’이었다. 어른들은 무당이 주관하는 굿은 물론, 마을회관이나 집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잔치, 마을 농악, 마을 제사, 나아가 장터에서 벌어졌던 약장사, 포장극장, 소리판 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형태의 볼거리에 대해서 모두 ‘굿’이라고 불렀다. 결과적으로 ‘굿한다’, ‘굿보러 간다’라는 말은 일상의 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기실 굿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무당이 주재하는 ‘굿’은 우리나라 팔도의 전범위적으로 존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전승되고 있다. 그 중 지역의 향토색을 잘 간직하고 있으면서 예술성까지 겸한 굿은 국가 및 지방의 무형문화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남도 지역의 대표적인 굿으로서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로 지정된 ‘진도씻김굿’을 그 한 예로 들 수 있다.

‘굿’은 오랜 동안 지켜져 내려온 소중한 전통문화이다. 국악의 한 장르이며, 굿 예인 역시 전문 국악인에 속한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내재된 무당, 무속에 대한 전통사회의 인식이나 굿을 종교로 바라보는 시각 등은 굿의 대중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늘날 일반 대중에게 있어 ‘굿’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먼 과거의 낯선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지만, ‘굿’이란 모두가 하나로 융합될 수 있는 즐거운 축제이며 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매년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열리는 ‘굿음악 축제’는 서남부권의 굿음악을 보존하고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7년에는 남도를 대표하는 씻김굿(해남씻김굿)을 비롯해 태안설위설경, 동해안오구굿, 서울천신굿 등 각 지역 굿음악의 특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굿들을 초청하여 대대적인 판을 벌였다.

당신은 일상에서의 탈출과 힐링을 원하고 있지 않은가? 만일 그렇다면, 한적하고 깨끗한 환경을 자랑하는 진도에서 전통 굿의 매력에 빠져볼 것을 권한다. 무거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얻고, 명과 복도 시원스럽게 받아갈 기회가 될 것이다.

6월말 개최된 올해 행사에 이어 2018년 6월 말,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열릴 ‘굿음악 축제’에 당신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