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들여다보기] 무등산 분청사기 - 김형주
2017년 01월 24일(화) 00:00
분청사기는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의 줄임말로 청자에서 백자로의 이행과정에서 등장한 도자기의 한 형태이다. 무등산의 북쪽 사면에 위치한 금곡마을과 풍암정 일대에는 14∼17세기까지 300여년에 이르는 시기의 분청사기와 백자를 굽던 가마터가 다수 분포되어 있다.

분청사기 가마터는 지난 1963년과 1991년 두 차례에 걸쳐 발굴되었는데, 63년은 ‘초보적인’ 조사수준이었고 91년에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이때 7기의 가마터와 3m에 이르는 토사의 퇴적층이 조사돼 15세기 분청사기 가마의 상세한 내부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발굴한 7기의 가마터 가운데 가장 양호한 상태를 보여준 ‘제2호 가마’를 복원해 현재 보호각 안에서 전시 중이다. 2호 가마는 총 길이 20.6m, 너비 1.3m 내외의 규모로 서쪽 벽에 6개소의 측면 출입구가 있으며 13도의 경사면에 진흙과 돌로 축조하였다.

전체 가마는 소성실이 나눠져 있지 않고 오직 하나로 구성된 ‘단실요’ 구조이다. 번조실 바닥은 진흙으로 다지고 그 위에 모래를 깔았으며, 측면 출입구가 있는 곳의 바닥은 수평을 유지하고 있다. 아궁이는 길이 1.7m, 너비 1.6m로 원형이며 번조실로 올라가는 불턱의 높이는 약 90㎝에 진흙과 돌로 축조했다.

출토 유물은 분청사기가 주류를 이루고 그 다음으로 백자와 청자가 차지하며 그 밖에 흑유, 토기, 번조도구 등이 일부 있다. 그릇의 종류는 대접과 접시가 주종을 이루고 합, 발, 호, 병, 매병, 제기, 마상배, 잔, 장군, 벼루, 주자 등 매우 다양하다. 충효동 요지에서 출토된 분청사기, 백자, 갑발 등에서 많은 명문들이 확인된다.

명문의 내용은 굽 안바닥에 ‘金咸’, ‘金禾中’, ‘朴金一’, ‘德金’ 등 장인이름과 지명 및 관청명이 백상감된 ‘茂珍內贍(무진내섬)’이 보인다. 또한 ‘光州(광주)’, ‘光別(광별)’, ‘光上(광상)’ ‘丁閏二(정윤이)’ 등 지명과 날짜를 표시한 것이 있고, 특히 마상배에 새겨져 있는 ‘어존’이라는 한글 명문은 1446년(세종 28) 훈민정음을 반포한 이후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분청사기는 다양한 문양과 형태로 제작돼 사용되었는데, 제작기법에 따라 상감분청, 박지분청, 인화분청, 조화분청, 귀얄분청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무등산 분청사기 가마터에서는 인화(印花)분청과 조화(彫花)분청이 주로 만들어졌다.

무등산 충효동 도요지는 전라도 지역 분청사기의 성격과 백자로의 변천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도예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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