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진도개를 사육하는 농가들이 지역 현실을 무시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놓고 보완 요구에 나서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8일 진도군 등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 표창원, 한정애 국회의원은 ▲동물을 판매하려는 자는 해당 동물을 구매자에게 직접 전달해야 하고 ▲영업을 하는 자가 아니면 누구든지 반려 동물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등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은 또 영업을 하려면 시장·군수·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항목도 개정안에 포함했다.

두 의원이 반려동물 매매시 주인과 구매자간 직접 거래토록 한 것은 중간 상인을 거치는 과정에서 일부 동물들이 가혹한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또 판매 등 영업 제한, 영업시 지자체장 허가 등을 포함한 것도 무분별한 판·구매 질서를 바로잡고 반려 동물을 보호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도개 사육 농가들도 이 같은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천연기념물(제53호)로 보호 육성중인 진도개 사육과는 어긋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 진도개의 경우 개정안처럼 판매시 견주와 구매자간 직접 거래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천연기념물인 진도개는 한국진도개보호육성법과 문화재호보법 등에 따라 외부 반출(판매)시 동물배송면허를 가진 진도개영농조합법인이 대행하도록 하는 등 판매나 사육이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실제 지난 1967년 제정된 한국진도개보호육성법에 따라 현재 3044농가에서 1만1039두의 진도개를 사육하고 있으며, 판매는 영농조합법에서 대행하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여기에 진도개 사육 농가 대부분이 고령화된 탓에 진도개 판매 등 영업을 위한 신규 사업자 등록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진도군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진도개 사육농가들은 최근 진도개 보존 대책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역 실정을 무시하고, 천연기념물로 제53호로 보존되고 있는 진도개 사육농가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것”이라며 개정안 보완을 요구하는 건의문도 채택했다.

진도개 보존 대책추진위원회는 건의문을 통해 ▲반려동물 판매의 경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도개 등의 동물은 예외 ▲동물배송면허를 가진 전문배송업자가 동물 배송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역민 의견 수렴과 문화재청, 변호사 자문 등을 거쳐 최종 채택한 뒤 국회에 제출했다.

윤영일 국회의원(해남·진도·완도)도 최근 진도개 관련 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표창원·한정애 의원의 개정 법안에 진도지역 의견이 반영되도록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개 보존 대책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면서 “천연기념물 진도개를 한국진도개보호육성법에 따라 사육될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진도=박현영기자 h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