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세상 뉴스를 접하는 게 두렵다. 추한 욕망으로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상처와 폭력을 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욱이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폭력은 두려움을 넘어 증오를 느끼게 한다.

서양미술에서 화가들은, 그 유명한 ‘다윗과 밧세바’, 구약성서 속 ‘수산나와 두 노인’ 등 역사나 신화 속 스캔들이나 사건을 화면에 담아 후세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인권의 침해를 경고하기도 했고, 더 나아가 인권의 존엄성을 예찬한 작품들도 있어 새삼 들춰보게 한다.

현재의 로마를 완성한 건축가이자 조각가로 알려진 지안 로렌초 베르니니(1598∼1680)의 ‘아폴로와 다프네’도 신화 속 한 장면을 극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태양의 신인 아폴로는 에로스의 앙갚음으로 맞은 황금 화살로 인해 다프네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물의 님프 다프네는 증오의 화살을 맞아 아폴로를 보면 무감각하고 기겁하며 달아나게 되는 엇갈린 운명이 된다. 아폴로가 다프네를 잡은 순간 사력을 다해 달아나면서 하늘을 향해 자라는 나무로 변하고 금방이라도 비명이 들리는 듯 다프네의 벌어진 입이 사실적이다.

같은 시기에 베르니니는 ‘다비드’와 ‘포르세르피나의 겁탈’을 제작했는데, 이 세 작품은 조각의 혁명을 선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을 정도다. 특히 ‘아폴로와 다프네’가 완성되자 당시 로마인들은 마치 기적을 대하듯 이 작품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거리를 지나는 작가를 보고서는 ‘아폴로와 다프네’를 만든 베르니니라며 환대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를 숭배했던 베르니니는 ‘신의 모습을 한 인간’을 만들고자 했던 미켈란젤로에서 벗어나 ‘인간의 모습을 한 인간’을 표현했다. 그 어떤 조각가들보다 단단한 돌을 밀가루 반죽을 다루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했던 베르니니는 조각 작업에 연출가처럼 극적 효과를 더해 최고의 행위예술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