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상연한 윌리암 켄트리지의 오페라 ‘율리시즈의 귀환’을 관람했다. 서울의 몇몇 지인들이 이 오페라를 위해 KTX를 타고 광주에 내려온다고 해 한달음에 달려간 것이다. 아시아문화전당 공연 관람 차 버스 대절한 서울 관객들도 눈에 띄어 마냥 반가웠다.

전형적인 클래식 오페라하고는 거리가 먼 무대장치와 가수들의 의상, 목탄화 애니메이션 영상, 주인공으로 분한 목각인형을 조종하며 노래하는 3인 1조의 독특한 구성에 우선 마음 단단히 먹었다. ‘실험적이고도 전위적일 것이고, 어쩌면 난해하거나 지루하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마음 속 우려는 잠시, 율리시즈를 기다리는 페넬로페의 ‘망부가’에 빠져들면서 어느덧 10년 동안의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10년의 방랑과 모험으로 헤맨 끝에 율리시즈가 그토록 귀환하고 싶어 했던 이타카에 함께 다다른 듯 했다.

이번 오페라 무대처럼 이른바 ‘인류 최초의 세계대전’이라 할 트로이 전쟁을 엮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서양 문학에서 줄기차게 재생산되고 미술에서도 끊임없이 화가들의 영감을 자극해왔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1849∼1917)의 ‘결혼해 주세요’도 ‘율리시즈의 귀환’을 기다리는 페넬로페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한 작품이다. 구혼자들의 선택을 미루는 빌미로 시아버지의 수의 짜기를 하는 페넬로페의 창문을 등진 모습과 페넬로페의 마음을 얻으려 꽃과 보석과 예물을 들고 애원하는 구혼자들의 위협적인 모습이 대조적이다.

로마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워터하우스는 빅토리아 시대 대표적인 시인인 테니슨의 시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서 작품의 소재를 구했고, 고전주의적 주제를 사실주의적인 기법으로 표현하면서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서사를 극대화하기도 했다. 워터하우스는 영국 빅토리아왕조(1837∼1901)에 유행해서 ‘빅토리안 페인팅’이라고 불리는 시기의 대표적인 화가로도 꼽힌다. 신화나 문학의 연애담을 순정만화처럼 화려하고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특징을 지닌 ‘빅토리안 페인팅’은 그만큼 대중성이 강해 당시에 큰 인기를 모았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