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파리 벨기에] 빛 따라 바뀌는 연못 … 모네에겐 최고의 모델이었다
2015년 07월 16일(목) 00:00 가가
<1> 프랑스-모네의 집
초록색 창문이 인상적인 모네의 집.
고흐와 모네.
파리 취재를 앞두고 일정을 고민하며 떠 올렸던 이름이다. 짬을 내 파리 근교에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은 하루. 한데 찾아가고 싶은 곳은 두 곳이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고흐가 생애 마지막 70일을 보낸 곳이다. 유명한 ‘까마귀가 나는 밀밭’, ‘오베르 교회’, ‘닥터 가셰의 집’이 이곳에서 완성됐고, 그 현장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고흐, 그리고 그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 동생 테오가 함께 묻힌 묘지를 보고 싶었다.
지베르니는 모네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40여년 넘게 이곳에 머물렀던 모네는 대표작 ‘수련’ 연작을 비롯해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파리에 도착해서야 선택을 마쳤다. 지베르니다. 보통 모네의 집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계절로 5∼6월을 꼽는다. 그 어느 시절 좋지 않을 때가 없지만 수백 종의 꽃으로 장식된 모네의 정원이 가장 아름다운 때가 바로 그 즈음이다. 모네의 집은 11월부터 3월까지는 아예 문을 닫는다. 6월 말에 모네의 정원을 거닐 수 있는 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고흐의 무덤은 쨍한 여름보다는 스산한 늦가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기분도 한몫했다. 언제 다시 파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베르니행 기차가 떠나는 생 라자르 역으로 출발했다. 물위를 뛰어가는 한 남자의 순간을 포착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대표작 ‘결정적 순간’이 찍힌 곳이 생 라자르 역 뒷편이었지 아마.
지베르니행 기차는 만석이었다. 서서 가는 이들도 많았다.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타고 모네의 집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모두 한곳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지베르니는 인상주의 선구자 클로드 모네가 1883년부터 1926년 사망할 때까지 43년긴 머물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곳이다. 르누아르와 세잔 등도 이 곳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40분 가까이 줄을 선 후 모네의 집으로 들어간다. 좁은 입구를 지나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은 기념품점. 모네가 대형 수련 작품을 그리던 마지막 아틀리에였던 곳이다. 기념품점을 지나 정원에 발을 들이는 순간, 사람들은 모두 탄성을 질렀다. 초록색 계단과 창문이 인상적인 모네의 집이 눈에 보이고 앞으로는 수많은 꽃들이 피어 있는 정원이다. 정갈하고 단정한 모습 대신, 온갖 꽃들이 제 흥에 겨워 피어있는 듯 어찌보면 다소 어수선해 보이는 데 그 모습이 더 아름답다.
우선 ‘수련’ 연작의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물의 정원’으로 향했다. 도로 밑 지하보도를 지나니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 연못 위 수련과 긴머리를 늘어트린 수양버들, 연못을 빙둘러 피어있는 수많은 꽃들, 그리고 초록색 일본식 다리가 어우러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련’에서 보았던 모습 그대로다. 한가로이 연못 주위를 돌며 바라보는 풍경은 위치에 따라 다채
한참을 머문 후 정원으로 돌아와 꽃길을 따라 걷다 모네의 집으로 들어섰다. 거실, 식당, 침실 등 여러 공간에서 모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방마다 설치된 창문으로 내어다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특히 모네가 말년을 보내고 숨을 거둔 곳인 2층 맨 끝방에서 내려다 보는 정원 풍경은 한폭의 그림이다.
그의 그림은 파리 마르모탕 클로드 모네 미술관으로 옮겨졌고, 이곳에는 모네가 많은 영향을 받았던 일본 우키노에가 전시돼 있다.
지베르니는 모네의 집 뿐 아니라 마을 전체가 그림엽서다. 넉넉히 시간을 잡고 천천히 둘러보면 작은 갤러리와 예쁜 가게, 음식점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베르니를 들른 후나 들르기 전, 꼭 가봐야할 곳이 있다. 파리지앵들이 사랑하는 튈르리 공원에 자리한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이다. 이곳은 ‘수련’ 연작을 완벽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는 맞춤형 공간이다.
일정 상 지베르니에 가기 이틀 전 오랑주리 미술관을 찾았다. 오르세, 루브르, 퐁피두센터 등과 달리 아담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한참 줄을 서 들어서니 외부와 달리 다소 현대적 느낌이다. 건축가 카미유 르페브르는 완전한 자연 채광에서 모네의 ‘수련’ 연작을 감상할 수 있게 1층에 2개의 타원형 방을 설계했다.
타원형 갤러리를 장식하고 있는 건 해뜰 무렵, 해질 무렵 각기 다른 자태를 선보이는 수련을 그린 8점의 연작이다. ‘빛’을 중시여겼던 인상파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시시각각 변하는 햇볕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오랑주리미술관보다 더 적합한 곳은 없을 거다.
그밖에 오랑주리미술관에서는 모딜리아니의 ‘폴 기욤의 초상’, 르누아르의 ‘피아노 앞의 소녀들’, 마리 로라생 ‘코코 샤넬의 초상’, 세잔의 ‘사과와 비스킷’ 등도 만날 수 있다.
mekim@kwangju.co.kr
* 지베르니 가는 길
생 라자르 역에서 루앙행 기차(왕복 29유로)를 타고 45분 정도 가서 베르농 역에 내리면 모네의 집으로 가는 셔틀버스(왕복 8유로)가 대기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20분 정도. 기차역으로 돌아오는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 두는 게 필수다. 모네의 집 티켓 가격은 9.5유로. 오랑주리 미술관 관람료 9유로. 모네의 집은 11월말부터 3월까지는 문을 열지 않는다.
파리 취재를 앞두고 일정을 고민하며 떠 올렸던 이름이다. 짬을 내 파리 근교에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은 하루. 한데 찾아가고 싶은 곳은 두 곳이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고흐가 생애 마지막 70일을 보낸 곳이다. 유명한 ‘까마귀가 나는 밀밭’, ‘오베르 교회’, ‘닥터 가셰의 집’이 이곳에서 완성됐고, 그 현장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고흐, 그리고 그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 동생 테오가 함께 묻힌 묘지를 보고 싶었다.
파리에 도착해서야 선택을 마쳤다. 지베르니다. 보통 모네의 집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계절로 5∼6월을 꼽는다. 그 어느 시절 좋지 않을 때가 없지만 수백 종의 꽃으로 장식된 모네의 정원이 가장 아름다운 때가 바로 그 즈음이다. 모네의 집은 11월부터 3월까지는 아예 문을 닫는다. 6월 말에 모네의 정원을 거닐 수 있는 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고흐의 무덤은 쨍한 여름보다는 스산한 늦가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기분도 한몫했다. 언제 다시 파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베르니행 기차는 만석이었다. 서서 가는 이들도 많았다.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타고 모네의 집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모두 한곳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40분 가까이 줄을 선 후 모네의 집으로 들어간다. 좁은 입구를 지나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은 기념품점. 모네가 대형 수련 작품을 그리던 마지막 아틀리에였던 곳이다. 기념품점을 지나 정원에 발을 들이는 순간, 사람들은 모두 탄성을 질렀다. 초록색 계단과 창문이 인상적인 모네의 집이 눈에 보이고 앞으로는 수많은 꽃들이 피어 있는 정원이다. 정갈하고 단정한 모습 대신, 온갖 꽃들이 제 흥에 겨워 피어있는 듯 어찌보면 다소 어수선해 보이는 데 그 모습이 더 아름답다.
우선 ‘수련’ 연작의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물의 정원’으로 향했다. 도로 밑 지하보도를 지나니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 연못 위 수련과 긴머리를 늘어트린 수양버들, 연못을 빙둘러 피어있는 수많은 꽃들, 그리고 초록색 일본식 다리가 어우러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련’에서 보았던 모습 그대로다. 한가로이 연못 주위를 돌며 바라보는 풍경은 위치에 따라 다채
한참을 머문 후 정원으로 돌아와 꽃길을 따라 걷다 모네의 집으로 들어섰다. 거실, 식당, 침실 등 여러 공간에서 모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방마다 설치된 창문으로 내어다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특히 모네가 말년을 보내고 숨을 거둔 곳인 2층 맨 끝방에서 내려다 보는 정원 풍경은 한폭의 그림이다.
그의 그림은 파리 마르모탕 클로드 모네 미술관으로 옮겨졌고, 이곳에는 모네가 많은 영향을 받았던 일본 우키노에가 전시돼 있다.
지베르니는 모네의 집 뿐 아니라 마을 전체가 그림엽서다. 넉넉히 시간을 잡고 천천히 둘러보면 작은 갤러리와 예쁜 가게, 음식점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베르니를 들른 후나 들르기 전, 꼭 가봐야할 곳이 있다. 파리지앵들이 사랑하는 튈르리 공원에 자리한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이다. 이곳은 ‘수련’ 연작을 완벽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는 맞춤형 공간이다.
일정 상 지베르니에 가기 이틀 전 오랑주리 미술관을 찾았다. 오르세, 루브르, 퐁피두센터 등과 달리 아담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한참 줄을 서 들어서니 외부와 달리 다소 현대적 느낌이다. 건축가 카미유 르페브르는 완전한 자연 채광에서 모네의 ‘수련’ 연작을 감상할 수 있게 1층에 2개의 타원형 방을 설계했다.
타원형 갤러리를 장식하고 있는 건 해뜰 무렵, 해질 무렵 각기 다른 자태를 선보이는 수련을 그린 8점의 연작이다. ‘빛’을 중시여겼던 인상파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시시각각 변하는 햇볕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오랑주리미술관보다 더 적합한 곳은 없을 거다.
그밖에 오랑주리미술관에서는 모딜리아니의 ‘폴 기욤의 초상’, 르누아르의 ‘피아노 앞의 소녀들’, 마리 로라생 ‘코코 샤넬의 초상’, 세잔의 ‘사과와 비스킷’ 등도 만날 수 있다.
mekim@kwangju.co.kr
* 지베르니 가는 길
생 라자르 역에서 루앙행 기차(왕복 29유로)를 타고 45분 정도 가서 베르농 역에 내리면 모네의 집으로 가는 셔틀버스(왕복 8유로)가 대기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20분 정도. 기차역으로 돌아오는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 두는 게 필수다. 모네의 집 티켓 가격은 9.5유로. 오랑주리 미술관 관람료 9유로. 모네의 집은 11월말부터 3월까지는 문을 열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