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톈안먼(天安門)’ 사태 26주년(4일)을 앞두고 반체제인사와 인권 활동가들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섰다.

공안 당국은 최근 톈안먼 사태 관련 추모 행사와 세미나 등을 금지하면서 반체제 인사 등 수 십명에 대해 가택연금이나 ‘강제 여행’ 조치를 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일 보도했다.

강제여행 조치된 반체제인사에는 톈안먼 시위 당시 강경 진압에 반대하다가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의 비서를 지낸 바오퉁(82)도 포함됐다고 RFA는 전했다. 바오퉁의 부인 장쫑차오(蔣宗曹)는 지난달 30일 공안 안보 요원들이 베이징 자택에 찾아와 바오퉁을 데리고 여행에 나섰다고 전했다.

베이징에선 톈안먼 유가족 모임인 ‘톈안먼 어머니회’ 핵심 회원들에 대한 감시도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톈안먼 어머니회’는 톈안먼 사태 26주년을 이틀 앞둔 2일 추도문에서 현 지도부는 전임 지도부가 저지른 죄과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반체제인사들과 인권 활동가들에 대한 가택연금과 강제 여행은 베이징 외에 다른 지방에서도 이어졌다.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반체제인사 마샤오밍(馬曉明)은 RF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권 활동가 양하이(楊海)가 공안원과 함께 여행을 떠났고 다른 인사들도 가택연금 조치 등으로 외부와 연락이 두절됐다고 말했다.

‘후난(湖南)성 인권수호자’로 불리는 어우양징화歐陽經華)는 창사(長沙)로 연행됐고 인권 운동가 리잔(李贊)도 공안에 붙잡혀갔다.

광시(廣西)장족자치구 구이린(桂林) 공안은 톈안먼 시위에 참여했던 왕더방(王德邦)을 강제여행 시켰고 주하이(珠海)의 인권 활동가 젠장화(甄江華)는 가택연금과 강제 여행 중 한가지를 선택하라고 강요받기도 했다. 톈안먼 추모 행사는 중국에선 금지됐지만 세계 곳곳에서 개최됐거나 26주년 당일인 4일 거행될 예정이라고 RFA는 전했다.

대만에선 2일 대만학생회 주최로 26주년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에는 톈안먼 시위의 주역인 왕단(王丹)이 참가했다.

태국에 있는 중국 반체제단체 지부들도 이날 진상 공개, 희생자 보상, 관련자 엄벌 등을 요구하며 톈안먼 사태를 잊지말자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