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시릴 정도로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 바다 한가운데 박힌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바다 위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 그리소 동굴 온천···.

탁 트인 태평양을 바라보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복잡한 머릿속 생각들은 잠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여기는 높이 15m의 천연동굴 온천인 보키도(忘歸洞). 옛 이지역 번주였던 토쿠가와 요리미치가 이곳을 찾았을 때 경치에 매료돼 돌아가지 않았다는 유래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 이들은 조용히 태평양을 바라보며 다들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일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온천. 뱃부 등 유명 온천지역이 많지만 눈앞에 태평양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일본 와카야마현의 우라시마호텔은 그 어느 곳보다 휴양지로 으뜸이다.

와카야마 난키카츠우라 온천 지역에 위치한 우라시마호텔은 직원들이 운영하는 작은배를 타고 들어간다. 배를 타는 시간은 5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색다른 운치가 있다. 작은 섬 전체가 하나의 호텔로 구성돼 있으며 객실수만 600실에 이르는 일본 최대 규모의 온천 리조트다.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면 호텔측이 제공한 유카타를 입고 ‘온천 순례’에 나서보자.

호텔은 본관, 니기시관, 닛쇼관, 산조관 등 총 4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내부가 미로처럼 얽혀 있어 호텔 내에 산재한 6개의 온천을 찾아가기 쉽도록 다른 색깔의 띠가 바닥에 붙어있다.

특히 154m에 이르는 가파른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올라가면 도착하는 산상관은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어 드넓은 태평양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뷰 포인트를 자랑한다.

우라시마 호텔의 즐거움은 바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온천. 앞서 언급한 동굴온천 ‘보키도’를 비롯해 ‘하늘바다탕’ ‘자석탕’ 등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실내·노천 온천이 있다.

천연동굴 온천인 ‘보키도’에서는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밤 12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하늘바다탕’에서는 하늘의 별빛이 보일 듯하다. 노천 온천은 탁 트인 야외에서 태평양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그밖에 수영장, 신사, 낚시장 등 다양한 부대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특히 호텔 앞 바닷가에서는 호텔측에서 대여받은 낚시대로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온천에서 땀을 뺏다면 이제는 든든히 속을 채울 차례. 산상관에 위치한 식당에서는 새우, 고등어, 참치 등 40여가지 종류의 음식을 만끽할 수 있는 부페 식당이 있어 식욕을 자극한다.

수시로 운행하는 호텔 전용배를 타고 뭍으로 나와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수수한 모습을 갖고 있는 마을 골목 골목마다에는 문을 연지 100년이 넘는 양품점과 오밀조밀한 찻집, 세월의 더께가 쌓인 작은 모밀집 등 순박한 어촌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 와카야먀=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가늘길

와카야마현에 위치한 우라시마 호텔에 가려면 오사카 간사이 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광주에서 출발할 때 인천 공항을 이용해도 되지만 부산에서 출발하면 훨씬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특히 최근 김해공항과 부산 사상터미널 사이에 경전철이 개통되면서 공항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비행기 탑승 시간은 약 1시간. 이후 JR을 이용, 난키카츠우라역에서 하차, 아시바시항에서 전용배를 타고 호텔로 들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