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을 휩쓴 바이러스성 질환 ‘낭충봉아부패병’ 후유증으로 토종벌 농가들이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할 위기에 처했다. 토종벌들이 ‘낭충봉아부패병’에 감염돼 집단 폐사한 후 종자벌을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들은 꽃이 피기 시작하는 이달부터 활동하기 때문에 농가들도 이에 발맞춰 벌 농사를 시작해야 하지만 전국적인 종자벌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종전 5만원이면 구할 수 있는 종자 벌을 50만원의 웃돈을 주고도 물량 자체가 없어 구하기가 어렵다.

구례에서는 지난해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해 780여 농가에서 치고 있던 2만8천여군(1군은 2만5000∼3만마리) 가운데 겨우 20여군만 살아남아 벌농사 폐업사태가 예견됐었다.

올해 구례의 경우 780여 농가 가운데 올해 종자 벌을 구해 농사가 가능한 농가는 3∼4 농가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농가에서 구한 종자 벌이 잘 자라야 내년부터 분봉을 통해 다른 농가들도 벌을 공급받을 수 있어 예전과 같은 벌 농사는 6∼7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구례군 한봉협회 이성희(54) 총무는 “지난해에 110군의 벌이 모두 폐사하는 피해를 입고 올해 벌 농사를 재개하려고 종자 벌을 구해보려 했으나 전국적인 품귀현상으로 구하지 못하고 결국 올해 벌치기를 포기했다”며 “구례군을 포함한 전국 자치단체들이 종자벌 입식을 위해 외지에서 확보한 종자벌을 이리저리 옮기고 있는데 이는 자칫 낭충봉아부패병을 확산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부취재본부=이진택기자 lk5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