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요무형문화재(제 11-바호)로 지정된 ‘구례 잔수농악’〈사진〉의 보존과 선양을 위해서는 전승주체의 원형보존 의지와 함께 전수 프로그램 활성화,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리 등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연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4일 구례 섬진아트홀에서 ‘구례 잔수농악의 발전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학술세미나 기조강연을 통해 “중요 무형문화재 대부분이 지정 당시와 다르게 ‘지역적 다양성’이 사라져 유사한 양식성을 드러내고 있다”며 “지역성의 상실은 곧 존재성의 상실을 의미하는 만큼 잔수농악은 ‘지역성’을 잃지 말고 최고 수준의 연주·연기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례 잔수농악 특징= 섬진강가에 위치한 구례읍 신월리 신촌(잔수)마을에서 전승되는 ‘구례 잔수농악’은 마을농악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새해 마을 제의(祭儀) 및 정읍대보름 세시놀이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이보형 한국 고음반연구회 회장은 “잔수마을에 전승되는 여러 세시농악은 의식구성, 연행절차에 따른 음악구성과 기능 등이 다른 고장 세시농악에서 보기 힘든 ‘원초적 문화특성’을 잘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식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은 “잔수농악은 호남좌도농악의 기본적 음악적 특징을 갖는 동시에 두둥갱이, 도리뱅뱅, 지지깽이 등 독특한 가락을 갖고 있다”며 “농악패 구성원이 비전문가인 마을주민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예술적 기량과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여느 마을농악에서는 찾기 힘든 탁월한 문화적 가치를 갖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구례 잔수농악을 비롯해 ▲경남 진주 삼천포농악 ▲전북 이리농악 ▲임실 필봉농악 ▲경기도 평택농악 ▲강원도 강릉농악 등 다섯 농악이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전통적인 지역적 특징 전승해야=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 각 지역의 농악 가락이 서로 뒤섞여 지역성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속에서 구례 잔수농악은 ‘전통적인 지역적 특징’을 충실하게 전승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경수 전남대 교수는 구례 잔수농악의 발전방안으로 전승주체의 원형보존 의지를 비롯해 ▲공연기회의 확대 ▲전수교육의 강화를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 마련 ▲전승조직의 체계화와 구성원의 인화(人和)를 꼽았다.

나 교수는 “구례 잔수농악이 외향적 발전을 거듭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은 마을주민·군민 스스로 아끼고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지니는 것”이라며 “구례군은 잔수농악의 보존과 전승·발전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례잔수농악 보존회(회장 김대진)는 8일 문화재청장으로부터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지정 인정서를 수여받고 본격적으로 잔수농악 전승활동을 펼치게 된다.

/송기동기자 song@

/동부취재본부=이진택기자 lk5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