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은행잎이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한지 오래고 길가엔 낙엽이 뒹굴며 가을 정취를 고조시킨다.
국화향기와 함께 만추의 한 가운데로 떠나보자. 함평군 함평자연생태공원 일대는 노랗고,빨갛고, 하얀 꽃물결이 일렁이며 바람난 가을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함평자연생태공원 일대는 지금 국화가 지천으로 널여 있다. 오는 18일까지 ‘2007 대한민국 국향대전’을 벌이고 있는 국화밭은 이번 주말 절정의 자태를 뽐낼 것으로 보인다.
올 해로 4회째를 맞은 이번 국향대전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진화했다. 전시행사와 체험행사, 상설행사외에 ‘황토와 들꽃세상’ 이 선보이는 또 하나의 국화축제가 연계돼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절정을 향해 치달리는 ‘국화평야’가 조성돼 있다. 3만3천㎡에 노랗고, 하얗고, 빨간 국화꽃이 깊어가는 가을의 이야기를 속삭인다. 가을 바람을 타고 오는 국화향은 코끝을 타고 온몸을 돌아 한송이 국화꽃으로 변신한듯한 느낌 마저 들게 한다.
꽃대끝에 달린 꽃망울에선 노랗거나 보랏빛, 하얀 꽃이 벌어져 성미 급한 녀석은 벌써 꽃잎을 떨굴 지경이다.
수 많은 꽃들 중에서도 국화야 말로 고귀한 자태와 그 향기에 있어 百花의 으뜸이다. 한겨울 그 한파에도 얼어 죽지 않고 봄부터 무더운 긴 여름을 지나 늦가을 무서리를 맞아 가면서도 아름다운 자태와 그향기를 흐트러 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인고의 꽃이라 불리고, 다른 꽃들과 구별해 옛부터 문인, 묵객들이 四君子의 하나로서 국화의 고결하고 품위있는 덕성을 시조나 시를 지어 칭송했다.
꽃도 아름답지만 가을 바람을 타고 오는 짙은 향기로 국화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관광객들은 국화평야에서 이미 국화향기에 취해 버렸다. 관람이 시작이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나들이 나온 이들의 얼굴은 이내 가을빛으로 변해버렸다.
꽃밭을 나서면 생태공원에 조성된 전시행사장에서 국화의 또 다른 멋을 만끽 할 수 있다.
관리사무소 앞 5층 높이의 대형 국화 꽃탑이 인상적이다. 육각실 안에 국화 분재와 쑥부쟁이, 구절초, 야생화, 열매식물등을 이용한 산경전시관이 조성돼 있으며 온실 앞 동선을 따라 생태공원 4계를 담은 사진작품 40점이 발길을 잡아끈다.
소인국 테마파크에는 국화를 이용해 만든 대형작품이 장관이다. 개선문, 에펠탑, 피사의 사탑, 피라미드 모형에서 부터 첨성대와 석가탑, 거북선, 등 특수 모형작품이 즐비해 국화나라의 걸리버가 된 기분이다.
반달가슴곰 관찰원 쪽 국화터널을 지나면 국향대전의 백미인 국화 전시관에서 ‘현애대작’과 ‘다륜대작’, ‘입국 다간작’, ‘대형 3칸 대국’ 등 을 만날 수 있다. 현애대작은 소국을 이용해 한뿌리에서 자란 잎들을 길게 늘어뜨린 것이고, 다륜대작은 대국을 이용해 크게 만드는 것이다.
황산, 옥광효, 화불, 귀부인등 이름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국화꽃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며 반긴다. 대동호반을 배경으로 우리나라 지도 모습등 국화를 이용해 만든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작품에 취하고 국향에 취해 발걸음을 옮기면 국화 청주가 발길을 잡는다. 한 잔 기울이면 입안에 가득 퍼지는 국향에 금새 온 몸이 하얗고, 빨갛고,노랗게 물드는 것 같다.
한잔 술에 흥취가 깨기전 대동호 주변 1천500㎡ 황금빛 국화동산에서 길이 20m, 폭 5m의 국화터널을 지나며 마지막 국화잔치를 즐겨보자.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고, 또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며… ’미당 서정주 님의 시가 국화축제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을 아쉬워 하고 있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
/사진=나명주기자 mjna@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