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회 전국체전이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7일간의 열전에 돌입, 각 경기장에서 고향의 명예를 걸고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선보이고 있다.
9일과 10일 승마와 보디빌딩 등 경기가 종료된 선수단은 여유있는 마음으로 광주 인근 명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전남지역의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한다.
▲화순 운주사=‘돌멩이 하나에도 불성이 깃들어 있다’는 말은 꼭 불심이 있는 사람들만 하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운주사(雲住寺)에서는 그렇다.
운주사 입구에서 객을 맞이하는 것은 오른쪽 바위 언덕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거나 앉아 있는 돌부처들이다. 코도 닳아 있고, 모양도 크기도 제 각각으로 놓여 있다. 하나같이 납작한 얼굴에 비바람에 닳고 닳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불상을 대하는 첫 느낌은 어! 하는 실망감도 느낄 수 있지만 세월의 풍상을 닮고 있는 이들의 얼굴이 살가움을 더한다. 바로 그 친근한 얼굴에 부처가 깃들어 있다.
천불천탑도량(千彿千塔道場)으로 불리는 화순군 운주사. 우리 불교의 혼이 서린 운주사는 우리나라 여느 사찰에서 발견할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불사를 한 불가사의한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1천구의 석불과 1천기의 석탑이 있었다는 전설이 단순한 전설로만 보이지 않는다.
매표소를 지나면 ‘9층석탑(보물 제796호)’이 솟아 있다. 그 뒤로 시루떡을 쌓은 듯한 ‘원형다층석탑’과 (보물 제798호) 불감 안에서 서로 등을 맞대로 돌아 앉은 ‘석조불감 쌍배불 좌상(보물 제797호)이 원경으로 펼쳐진다.
곳곳에 아무렇게나 흩어진 석탑에는 이렇다 할 형태가 없다. 아무렇게나 쌓은 탑도 있고, 사람 머리만한 돌덩이가 세워져 있는 것 같아 가까이 다가가면 부처님 얼굴이 있다.
운주사는 제대로 된 기록이 없어 수많은 설화가 사람들의 궁금증과 신비감을 더해준다.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하늘나라 석공들을 불러 하룻밤 사이 천불천탑을 세워 새 세상을 부르려 했으나 일에 지친 동자승이 새벽닭 울음 소리를 내는 바람에 석공들이 하늘로 돌아가버려 미완에 그쳤다는 이야기가 가장 신빙성을 입증받고 있다.
소설가 황석영은 ‘장길산’에서 의적 장길산이 세상을 꿈꾸다 실패한 혁명의 땅으로 묘사했다. 현재는 석불 70구와 석탑 18기만 남아 있다.
절 왼쪽으로 ‘와불님 뵈러 가는 길’ 표지를 따라 오르면 누워 있는 한 쌍의 돌부처를 만난다. 운주사를 대표하는 영험한 부처님이다.
▲보성 녹차밭=누구든지 카메라로 찍기만 하면 ‘한 폭의 그림’이 되고 그 자리에 서면 ‘영화속 주인공’이 되는 곳….
보성군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차(茶)를 재배하는 지역으로 ‘동국여지승람’ ‘세종실록지리지’ 등 여러 문헌에 차의 자생지로 기록되어 있을 만큼 한국 차의 본고장으로 불린다. 현재도 보성군에서 생산되는 차는 전국 차 생산량의 40%를 차지할 정도.
차밭의 참모습은 이른 아침이다. 해가 뜨기 전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새벽 안개를 만난다면 금상첨화. 계단처럼 펼쳐진 초록색 차밭에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한 폭의 풍경화’ 그 이상이다.
▲담양 죽녹원= 담양군에서 조성한 담양읍 향교리의 죽림욕장 죽녹원은 관방제림과 영산강의 시원인 담양천을 끼고 있는 향교를 지나면 바로 왼편에 보이는 대숲이다.
죽녹원 입구에서 돌계단을 하나씩 밟고 오르며 굳어 있는 몸을 풀면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일상에 지친 심신에 청량감을 불어 넣어준다. 또한 댓잎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빽빽히 들어서있는 대나무 숲길을 걷노라면 푸른 댓잎을 통과해 쏟아지는 햇살의 기운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기분 또한 상쾌하다.
죽림욕을 즐기고 난 후 대나무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 한 잔으로 마음의 여유를 느껴 볼 수 있다.
또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과 가을 풍취를 느낄 수 있는 ‘관방제림’ 도 나그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으며 ‘대통밥’, ‘돼지갈비’ ‘떡갈비’ 등은 잊을 수 없는 추억과 함께 입맛을 사로잡는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