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 오지 탐사대 네팔·티베트 탐사기] (하)티베트 카일라스
2007년 08월 29일(수) 19:05 가가
神의 山, 카일라스가 묻는다 “지금, 그대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07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의 티베트 서부지역 탐사 대상은 굴라만하타(Gurla Mandhata·7,728m)와 황량한 고원지대에 우뚝 솟은 성산(聖山) 카일라스(Kailas·6,714m)다. 이 가운데 굴라만하타는 지금까지 한국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다.
네팔 시미코트에서 힐사까지 75km의 고행 길을 돌파해 티벳 씨에라에 도착하자 카날리강을 건너는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세상이 달라졌다.
타클라코트(3,770m)에서 하루를 보내고 굴라만하타 등반에 나섰다. 모두 6개의 릿지로 이루어졌으며 우리가 오를 서쪽 릿지는 부채모양으로 북에서 남으로 뻗어있다. 국내 산악계에는 이 봉우리의 이름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일본 산악인들에 의해 1985년 초등됐으나 접근이 어려운데다 8,000m 고봉에 가려진 탓에 등반 기록도 드물어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위성사진과 지도, GPS 등 첨단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베이스캠프 위치를 찾아 캠프를 설치하고 컨디션이 좋은 11명으로 공격 대원을 편성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등반객도 없었고 현지 목동들 조차 찾지 않는 계곡으로 한국인 최초의 공격조는 빨려 들어갔다. 진눈깨비와 눈발을 뚫고 5,300m 지점에 전진캠프(A.B.C) 2동을 설치했으나 비좁은 텐트 때문에 2명은 비박을 해야했다. 추위와 배고픔이 엄습했다.
다음날 등반대장을 비롯해 컨디션이 좋은 대원 5명이 캠프1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패기가 넘치는 젊은 대원들은 조금이라도 더 오르려 애썼지만 제한된 일정 탓에 5,600m지점까지만 진출, 기념촬영을 마친 뒤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짐 수송과 헬기, 식량, 침낭 분실 문제 등으로 허비해야 했던 날들이 아쉽기만 했다. 사실 정보가 부족한 오지를 탐사하는 것은 어려운 수학방정식을 풀어가듯 문제 풀이의 연속이나 다름없다. 대원들에게 이러한 경험은 자신들의 앞길에 놓인 수많은 인생의 난관을 헤쳐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굴라만하타를 출발해 곰과 늑대, 여우, 영양들이 사는 야생보호지역을 지나 카일라스 코라 전진기지인 다르첸(4,620m)으로 향했다. 도중에 마하트마 간디의 유해가 뿌려졌던 성호(聖湖) 마나사로바를 거쳤다.
카일라스는 신이 머무는 성스런 산이다. 불교와 힌두교, 자이나교, 라마교가 동시에 성지로 삼고 있다.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전생의 업보와 죄의 씻김을 받으려는 여행자와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불교적 우주관을 땅 위에 재현한 자연적 만다라(수미산)가 카일라스다.
가랑비속에 안개와 구름이 잔뜩 끼어 카일라스의 자비로운 자태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방인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날씨때문에 오체투지(五體投地)하며 산을 오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불에 그을은 검은 돌들과 옷가지, 신발 등 순례자들의 흔적은 여기저기에 남아있었다. 먼저 간 순례자의 길을 따라 한나절에 1,300m가량 고도를 올리자 대원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카일라스 하단의 오버행을 지나 퇴적암층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통과했다. 설산 밑을 더듬는 이방인들의 행보는 단순한 트레킹이라기보다 순례에 가깝다. 문명의 압박을 피해 성산을 찾아온 때묻지 않은 인간의 원형질을 마주하는 듯 하다.
마침내 최고 관문 세르둥 축숨 라(Serdung Chuksum La·5,859m)를 통과하니 까마득한 절벽과 신천지가 나왔다. 한 폭의 아름다운 만년설 병풍으로 보살들이 가득하다. 순례자들이 공들여 쌓아올린 무수한 돌탑들, 오색천에 불교의 기도문을 쓴 룽다와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고 신의 가호를 받게 해 준다는 타르촉이 천지에 휘날린다.
세르둥 축숨 고개는 이방인인 탐사대원들을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인도하는 문인듯 했다. 신성함으로 가득한 이 곳에서 대원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무사히 탐사를 마칠수 있도록 해준 성스런 대자연에 끝없는 감사를 올렸다.
/글=이병철 보성예당고 교사
네팔 시미코트에서 힐사까지 75km의 고행 길을 돌파해 티벳 씨에라에 도착하자 카날리강을 건너는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세상이 달라졌다.
타클라코트(3,770m)에서 하루를 보내고 굴라만하타 등반에 나섰다. 모두 6개의 릿지로 이루어졌으며 우리가 오를 서쪽 릿지는 부채모양으로 북에서 남으로 뻗어있다. 국내 산악계에는 이 봉우리의 이름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일본 산악인들에 의해 1985년 초등됐으나 접근이 어려운데다 8,000m 고봉에 가려진 탓에 등반 기록도 드물어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위성사진과 지도, GPS 등 첨단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베이스캠프 위치를 찾아 캠프를 설치하고 컨디션이 좋은 11명으로 공격 대원을 편성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등반객도 없었고 현지 목동들 조차 찾지 않는 계곡으로 한국인 최초의 공격조는 빨려 들어갔다. 진눈깨비와 눈발을 뚫고 5,300m 지점에 전진캠프(A.B.C) 2동을 설치했으나 비좁은 텐트 때문에 2명은 비박을 해야했다. 추위와 배고픔이 엄습했다.
다음날 등반대장을 비롯해 컨디션이 좋은 대원 5명이 캠프1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패기가 넘치는 젊은 대원들은 조금이라도 더 오르려 애썼지만 제한된 일정 탓에 5,600m지점까지만 진출, 기념촬영을 마친 뒤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짐 수송과 헬기, 식량, 침낭 분실 문제 등으로 허비해야 했던 날들이 아쉽기만 했다. 사실 정보가 부족한 오지를 탐사하는 것은 어려운 수학방정식을 풀어가듯 문제 풀이의 연속이나 다름없다. 대원들에게 이러한 경험은 자신들의 앞길에 놓인 수많은 인생의 난관을 헤쳐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굴라만하타를 출발해 곰과 늑대, 여우, 영양들이 사는 야생보호지역을 지나 카일라스 코라 전진기지인 다르첸(4,620m)으로 향했다. 도중에 마하트마 간디의 유해가 뿌려졌던 성호(聖湖) 마나사로바를 거쳤다.
카일라스는 신이 머무는 성스런 산이다. 불교와 힌두교, 자이나교, 라마교가 동시에 성지로 삼고 있다.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전생의 업보와 죄의 씻김을 받으려는 여행자와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불교적 우주관을 땅 위에 재현한 자연적 만다라(수미산)가 카일라스다.
가랑비속에 안개와 구름이 잔뜩 끼어 카일라스의 자비로운 자태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방인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날씨때문에 오체투지(五體投地)하며 산을 오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불에 그을은 검은 돌들과 옷가지, 신발 등 순례자들의 흔적은 여기저기에 남아있었다. 먼저 간 순례자의 길을 따라 한나절에 1,300m가량 고도를 올리자 대원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카일라스 하단의 오버행을 지나 퇴적암층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통과했다. 설산 밑을 더듬는 이방인들의 행보는 단순한 트레킹이라기보다 순례에 가깝다. 문명의 압박을 피해 성산을 찾아온 때묻지 않은 인간의 원형질을 마주하는 듯 하다.
마침내 최고 관문 세르둥 축숨 라(Serdung Chuksum La·5,859m)를 통과하니 까마득한 절벽과 신천지가 나왔다. 한 폭의 아름다운 만년설 병풍으로 보살들이 가득하다. 순례자들이 공들여 쌓아올린 무수한 돌탑들, 오색천에 불교의 기도문을 쓴 룽다와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고 신의 가호를 받게 해 준다는 타르촉이 천지에 휘날린다.
세르둥 축숨 고개는 이방인인 탐사대원들을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인도하는 문인듯 했다. 신성함으로 가득한 이 곳에서 대원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무사히 탐사를 마칠수 있도록 해준 성스런 대자연에 끝없는 감사를 올렸다.
/글=이병철 보성예당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