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프·재스퍼 캐나다 국립공원은 야생동물 등 자연에 대해 최대한의 투자와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람보다는 항상 자연 중심에서 생각하고, 이에 대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밴프 국립공원 내 밴프 도시에서 루이스 호수에 이르는 캐나다 1번 고속도로(Trans-Canada Highway) 54km구간 양측에는 긴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울타리 길이만 45km에 달한다.
매년 2천여 건 이상의 야생동물 교통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국립공원 측이 지난 2004년께 설치한 것이다.
2000년 이후 루이스 호수 인근 도로에서만 회색곰(grizzly bear) 7마리가 희생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3마리는 캐나다 1번 고속도로에서, 1마리는 루이스 호수에서 재스퍼 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93번 도로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에서, 3마리는 캐나다 횡단 철도에서 열차에 치여 숨졌다.
차량속도를 시속 90km로 제한하고 있지만, 캐나다 대륙을 횡단하는 고속도로 특성상 과속 차들이 많아 동물 교통사고가 줄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 측은 야생동물의 도로 접근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도로 양측에 울타리를 설치했다.
울타리 설치 이후인 2005년에는 야생동물 교통사고 건수가 191건으로 크게 줄었다.
국립공원 측은 도로 양측에 울타리를 설치한 대신, 이 구간에 동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야생동물 지하통로 48개와 육교 2개를 설치했다.
야생동물의 이동 통로가 1km 마다 하나씩 있는 셈이다. 회색곰과 쿠거(퓨마), 솔 담비 등 7만여 마리의 야생동물들이 이곳을 통해 이동하고 있다.
재스퍼 국립공원 측은 또 겨울철 야생동물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제설작업에 사용했던 소금 대신 ‘리튬 클로라이드(LiCL)’를 사용하고 있다.
공원 측은 애초 야생동물들이 겨울철 염분 등을 섭취할 수 있도록 제설작업에 소금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야생동물들이 도로변에 물을 마시기 위해 내려오다 차량에 치여 희생되는 경우가 많아 최근 제설 제를 바꾼 것이다. ‘리튬 클로라이드’에는 동물이 싫어하는 냄새가 있어 동물의 도로 접근을 막는 것이다.
밴프와 재스퍼 국립공원 내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최근 캐나다 국립철도공사(CN·Canadian National Railway Company)도 동참했다.
국립공원을 통과하는 대륙 횡단 화물열차에는 차량 아랫부분에 진공청소기가 부착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곡식 등을 수송하는 화물열차에서 떨어지는 곡식류를 먹기 위해 철도로 뛰어든 야생동물들의 열차 사고가 빈번함에 따라 열차가 운행하면서 철길에 떨어진 곡식류를 모두 청소하기 위해서다. 재스퍼 국립공원 관계자는 “자연보호는 단순하다. 항상 자연의 편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이라며 “사람이 자연의 작은 부분에도 세심한 신경을 쏟고 배려하면 자연은 인간에게 많은 것을 되돌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밴프= 글·최권일기자 cki@
사진·위직량기자 jrw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