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한 영혼의 땅’에 새 길을 내다
2006년 09월 13일(수) 20:45 가가
대한산악연맹은 지난 2001년부터 매년 여름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를 전 세계의 오지 산악지대에 파견하고 있다. 젊은 산악인들에게 진취적 기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외국 산악인과 교류 및 현지 대민 봉사활동 등을 통해 국제우호도 다지고 있다. 올해는 100일동안 합동훈련을 거쳐 최종 선발된 43명을 3개 탐사대로 나눠 티벳 니엔칭탕굴라와 타지키스탄 파미르, 파키스탄 파투라지역에 보냈다. 티벳 니엔칭탕굴라(念靑唐古拉) 산맥을 탐험하고 돌아온 대원들의 탐사기를 싣는다.
쓰촨(四川)성 청뚜(成都)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2시간만에 티벳자치구의 주도(主都)인 라싸(拉薩)공항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설산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대원들의 표정에는 설레임과 흥분이 역력하다. 하지만 트랩을 내려서자 마자 호흡이 거칠어진다. 고도계를 보니 3,650m를 가리킨다.
‘티벳의 중국화’ 실감
‘티벳의 중국화’를 가장 실감케하는 곳이 라싸다. 낯익은 중국어 간판, 즐비한 중국식당, 현지인 보다 많은 한족들. 중국은 올들어 베이징과 라싸를 잇는 칭짱(靑藏)철도를 개통한 데 이어 다음달 1일 티벳에 새 공항을 개설하는 등 사회기반시설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남가바와·얄룽창포 협곡=중국과 티벳 국경에 위치한 니엔칭탕굴라산맥은 북위 30∼31도에 위치한 길이 750km의 거대한 산군이다. 해발 6,000m가 넘는 수많은 봉우리들은 지금까지도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라싸시내를 빠져나가면 황량한 벌판이다. 420km에 달하는 좁은 포장도로를 따라 버스로 9시간동안 이동한 다음 다시 가파른 비포장도로를 곡예하듯 달리면 협곡 탐험이 시작되는 파룡(해발 2,200m)에 다다른다.
남가바와산(7,781m)과 가리베이봉 사이에 형성된 웅장한 두 협곡은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희귀종들도 많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입산허가서가 있어야 하며, 야영지에선 밤새 거머리와 쇠파리에 시달려야 한다.
협곡의 지류를 탐사하는 동안 상류쪽에서는 만년설 녹은 회색빛의 물살이 거세게 내리친다. 이 곳에선 이동지가 바뀔 때마다 현지 공안부에 신고를 한 뒤 입경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티벳이 겉으로는 안정돼가고 있지만 정치적으론 불안하다는 점을 실감케한다. 허가서 없이 이동하다 공안에게 걸리면 100∼1천위안의 벌금을 내야 한다.
5000m 고봉을 넘어
◇주라산(5,220m)=마사동파 마을을 지나 주라산을 넘어 아짜타호를 사흘 일정으로 탐사하는 코스다. 제법 큰 마을인 주라·가당 마을에서 말과 마부들을 고용해 식량과 장비를 싣고 출발한다. 계곡쪽으로 들어서자 수백m길이의 폭포가 탐사대를 맞이한다. 이름 모를 들꽃들이 양탄자처럼 깔려있고 양떼와과 야크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조선족 통역과 티벳인 가이드는 주라산까지 거리와 소요 시간조차 알지 못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그만큼 드물다는 얘기다. 직접 올라 확인하는 수 밖에 없다. 눈과 우박이 쏟아지는 가운데 해발 4,500m를 넘어서자 여성대원들이 힘들어한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에 다다르니 작은 돌탑과 초르텐이 펄럭이고 있다.
아짜타호는 만년설이 녹아 만든 자연호수로 해발 4,500m에 위치해 있다. 주변에는 유목민들이 부락을 이뤄 살고 있다. 짜리시에 도착하니 공안들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외국인들이 주라산을 넘어오기는 처음이란다. 이들은 나취시까지 동행해 이동 경로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샅샅이 조사한다.
설원 지나 정상에 ‘우뚝’
◇치즈피크(6,206m)=정부연락관, 등반가이드와 함께 나흘일정으로 베이스캠프(BC:4,700m)를 출발한다. 식량과 장비를 한꺼번에 올리기 위해 대원들은 30kg 이상씩 짐을 지고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척박한 산등성이를 오른다.
도중에 티벳등산학교 강사들로 이루어진 등반대와 마주친다. 전 날 치즈피크 정상에 올랐지만 눈이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고생이 심했다며 행운을 빌어준다. 사실 치즈피크에 대해선 높이를 제외하고 알려진 정보가 없다.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고소증세가 심해진 대원 1명은 중도 하산시켜야 했다. BC를 출발한지 8시간만에 캠프1(5,450m)에 도착해 텐트 5동을 설치하고 다음 등반일정과 루트를 논의한다.
이튿날 길이 30m의 빙벽 두 곳에 고정로프를 깔고 차례로 오른다. 대원 숫자가 많아 빙벽구간을 통과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게다가 화이트아웃으로 사방을 분간할 수가 없다. 정상부의 설사면은 가파르고 크레바스와 커니스 때문에 위험하다. 정상을 300여m 남겨둔 칼날 릿지에서는 고정로프에 주마를 걸고 올라선다. 100일간의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한국인으로선 두 번째로 등정에 성공한 대원들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눈다.
주인 잃은 성지
◇포탈라궁=라싸로 돌아와 14대 달라이라마가 인도 망명 전까지 거처했던 겨울궁전 포탈라궁을 찾는다. 포탈라는 티벳어로 ‘깨끗한 땅’ 즉 성지라는 뜻이다.
동서 400m, 높이 116m로 백궁과 홍궁으로 나뉜다. 백궁에선 정치를, 홍궁은 종교행사를 주재했다 한다. 하루 입장객은 2천300명으로 제한돼 있으며 정해진 예약시간에 맞춰 가야 한다.
내부에는 역대 달라이라마의 무덤과 침실, 거실, 도서관 등 수천개의 방이 있고 그 안에는 20여만개의 불상과 벽화가 있다. 주인 잃은 포탈라궁은 50년 전 모습을 간직한 채 그대로 멈춰있는 듯하다.
전 정 식 〈2006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 지도위원·광주광역시산악연맹 이사〉
쓰촨(四川)성 청뚜(成都)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2시간만에 티벳자치구의 주도(主都)인 라싸(拉薩)공항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설산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대원들의 표정에는 설레임과 흥분이 역력하다. 하지만 트랩을 내려서자 마자 호흡이 거칠어진다. 고도계를 보니 3,650m를 가리킨다.
‘티벳의 중국화’ 실감
‘티벳의 중국화’를 가장 실감케하는 곳이 라싸다. 낯익은 중국어 간판, 즐비한 중국식당, 현지인 보다 많은 한족들. 중국은 올들어 베이징과 라싸를 잇는 칭짱(靑藏)철도를 개통한 데 이어 다음달 1일 티벳에 새 공항을 개설하는 등 사회기반시설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남가바와·얄룽창포 협곡=중국과 티벳 국경에 위치한 니엔칭탕굴라산맥은 북위 30∼31도에 위치한 길이 750km의 거대한 산군이다. 해발 6,000m가 넘는 수많은 봉우리들은 지금까지도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라싸시내를 빠져나가면 황량한 벌판이다. 420km에 달하는 좁은 포장도로를 따라 버스로 9시간동안 이동한 다음 다시 가파른 비포장도로를 곡예하듯 달리면 협곡 탐험이 시작되는 파룡(해발 2,200m)에 다다른다.
남가바와산(7,781m)과 가리베이봉 사이에 형성된 웅장한 두 협곡은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희귀종들도 많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입산허가서가 있어야 하며, 야영지에선 밤새 거머리와 쇠파리에 시달려야 한다.
협곡의 지류를 탐사하는 동안 상류쪽에서는 만년설 녹은 회색빛의 물살이 거세게 내리친다. 이 곳에선 이동지가 바뀔 때마다 현지 공안부에 신고를 한 뒤 입경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티벳이 겉으로는 안정돼가고 있지만 정치적으론 불안하다는 점을 실감케한다. 허가서 없이 이동하다 공안에게 걸리면 100∼1천위안의 벌금을 내야 한다.
5000m 고봉을 넘어
◇주라산(5,220m)=마사동파 마을을 지나 주라산을 넘어 아짜타호를 사흘 일정으로 탐사하는 코스다. 제법 큰 마을인 주라·가당 마을에서 말과 마부들을 고용해 식량과 장비를 싣고 출발한다. 계곡쪽으로 들어서자 수백m길이의 폭포가 탐사대를 맞이한다. 이름 모를 들꽃들이 양탄자처럼 깔려있고 양떼와과 야크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조선족 통역과 티벳인 가이드는 주라산까지 거리와 소요 시간조차 알지 못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그만큼 드물다는 얘기다. 직접 올라 확인하는 수 밖에 없다. 눈과 우박이 쏟아지는 가운데 해발 4,500m를 넘어서자 여성대원들이 힘들어한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에 다다르니 작은 돌탑과 초르텐이 펄럭이고 있다.
아짜타호는 만년설이 녹아 만든 자연호수로 해발 4,500m에 위치해 있다. 주변에는 유목민들이 부락을 이뤄 살고 있다. 짜리시에 도착하니 공안들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외국인들이 주라산을 넘어오기는 처음이란다. 이들은 나취시까지 동행해 이동 경로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샅샅이 조사한다.
설원 지나 정상에 ‘우뚝’
◇치즈피크(6,206m)=정부연락관, 등반가이드와 함께 나흘일정으로 베이스캠프(BC:4,700m)를 출발한다. 식량과 장비를 한꺼번에 올리기 위해 대원들은 30kg 이상씩 짐을 지고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척박한 산등성이를 오른다.
도중에 티벳등산학교 강사들로 이루어진 등반대와 마주친다. 전 날 치즈피크 정상에 올랐지만 눈이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고생이 심했다며 행운을 빌어준다. 사실 치즈피크에 대해선 높이를 제외하고 알려진 정보가 없다.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고소증세가 심해진 대원 1명은 중도 하산시켜야 했다. BC를 출발한지 8시간만에 캠프1(5,450m)에 도착해 텐트 5동을 설치하고 다음 등반일정과 루트를 논의한다.
이튿날 길이 30m의 빙벽 두 곳에 고정로프를 깔고 차례로 오른다. 대원 숫자가 많아 빙벽구간을 통과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게다가 화이트아웃으로 사방을 분간할 수가 없다. 정상부의 설사면은 가파르고 크레바스와 커니스 때문에 위험하다. 정상을 300여m 남겨둔 칼날 릿지에서는 고정로프에 주마를 걸고 올라선다. 100일간의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한국인으로선 두 번째로 등정에 성공한 대원들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눈다.
주인 잃은 성지
◇포탈라궁=라싸로 돌아와 14대 달라이라마가 인도 망명 전까지 거처했던 겨울궁전 포탈라궁을 찾는다. 포탈라는 티벳어로 ‘깨끗한 땅’ 즉 성지라는 뜻이다.
동서 400m, 높이 116m로 백궁과 홍궁으로 나뉜다. 백궁에선 정치를, 홍궁은 종교행사를 주재했다 한다. 하루 입장객은 2천300명으로 제한돼 있으며 정해진 예약시간에 맞춰 가야 한다.
내부에는 역대 달라이라마의 무덤과 침실, 거실, 도서관 등 수천개의 방이 있고 그 안에는 20여만개의 불상과 벽화가 있다. 주인 잃은 포탈라궁은 50년 전 모습을 간직한 채 그대로 멈춰있는 듯하다.
전 정 식 〈2006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 지도위원·광주광역시산악연맹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