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웃도는 수은주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연일 열대야로 밤잠마저 설치고 있다. 이때문에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장마가 그리워 질 지경이다.
더위를 피해 ‘도시탈출’을 꿈꾸지만 어디로 피해야 할지 고민이다. 깨끗한 백사장과 천혜의 비경을 갖춘 곳을 찾을 수 있다면 일단 합격이다. 여기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과 리조트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신안군 증도는 이러한 피서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 한 곳이다.
증도는 지난 1975년 어부들이 바다에 쳐놓은 그물에 도자기가 올라온 후 10여차례 발굴작업을 벌여 중국 송대의 유물을 건져올리면서 ‘보물섬’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하지만 증도는 자연이 베푼 진짜 보물들로 인해 ‘신안의 보석’이 됐다. 짱뚱어와 칠게가 노니는 해양생태계의 보고인 갯벌, 해송숲이 그늘을 드리우는 아늑한 해변, 단일 염전 가운데 최대 규모인 태평염전이 그것이다. 여기에 특급 리조트 ‘엘도라도’가 최근 오픈하면서 사계절 여행지로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2009년이면 증도는 섬이 아니다. 사옥도와 연결하는 연륙교 공사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사옥도는 지도면과 다리로 연결 돼 이미 육지가 됐다. 지금은 사옥도의 지식개 선착장에서 증도의 버지선착장까지 운행하는 철부선만이 육지와 연결되는 통로다. 30분간격으로 운행하고 있으며 15분이면 증도에 닿는다.
선착장을 벗어나 섬으로 들어서면 끝이 보이지 않는 염전이 펼쳐진다. 증도 최대의 볼거리인 140만평의 단일규모로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태평염전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연간 약 1만 5천톤으로 전국 생산량의 6%를 차지하고 있다.
증도 서남쪽 바닷가에 서면 전증도와 후증도를 이어주는 방파제 너머에 넓게 펼쳐진 갯벌이 있다. 이곳은 짱뚱어들의 천국이다. 길이 10㎝내외의 장뚱어가 미끄러지듯 움직이거나 펄쩍 펄쩍 뛰는 모습이 축 처지기 쉬운 한 여름의 활력을 느끼게 한다. 자세히 관찰하려면 짱뚱어 다리를 이용하면 된다. 길이 470m, 폭2m의 이 다리는 건너편 우전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짱뚱어 뿐만 아니라 칠게·꽃게·화랑게·백합 등 여행객의 입맛을 훔칠 만한 다양한 어종이 넘쳐난다.
해질녘 노을도 장관이다. 방파제에서 바라본 짱뚱어 자리와 갯벌은 한 여름 생명의 꿈틀거림을 접고 휴면의 세계로 접어드는 색 다른 풍경을 드러낸다.
증도 남쪽 끝 폭 100m의 백사장이 4㎞나 펼쳐진 우전해수욕장은 눈부시게 하얗고, 밀가루 처럼 고운 입자로 된 모래톱에 그대로 파뭍혀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뒤에는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 싸고 있어 해수욕장의 완벽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엘도라도 리조트는 신안군과 한백R&C가 공동 투자해 우전해수욕장 바로 옆에 지난달 27일 개장한 레저 복합단지이다. 모두 386억원이 투입된 단지에는 21동에 다양한 규모(15· 26· 35·43·45평)의 객실 103실을 갖추고 있으며 지구의 형성에서 갯벌의 탄생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갯벌 생태전시관’으로 이뤄져 있다.
유럽풍의 외관에 각각 독립된 건물들은 개인 사생활을 완전하게 보장해 조용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모든 객실은 바다를 향해 반원형으로 언덕에 들어서 있어 월풀욕조에 몸을 담그고 서해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부대시설도 다양하다. 특급 온천수준의 전통해수찜과 노천탕, 온천수를 이용한 풀장등은 건강을 돌보는 웰빙 여행을 가능케 한다. 우전해수욕장 우측 F동 밑쪽에는 회원전용 해수욕장(private Beach)이 1㎞ 뻗어 있어 영화속 주인공처럼 개인해변을 소유한 기분을 만끽 할 수 있다.
또 송·원대 유물매장 해역 드라이브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바다를 가르며 섬사이를 누비는 요트 크루즈와,제트스키, 워터슬라이드(바나나보트 등)를 통해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만끽할 수 있다. (문의) 061-260-3300.
갯벌생태전시관은 갯벌생물의 세계와 신안군 전체에 분포한 갯벌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또 다양한 체험시설도 갖춰졌다. 우전해수욕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와 영상실 등도 있다. (문의) 061-275-8400.
/신안 증도=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