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탐험가 제임스 쿡이 이 땅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마오리족은 지금보다도 훨씬 경이로운 자연을 배경 삼아 그들만의 독특한 춤 ‘하카’를 즐기며 더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영위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미안함마저 들게하는 청정한 땅.
하지만 누구에게도 처녀성을 들킬 것 같지 않던 숭고하고 경이롭기까지 한 미인은 고운 살결을 이미 들켜버렸고, 여행자로서 이러한 매력을 모른척 외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 국토가 국립공원이라고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닐 정도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땅 뉴질랜드는 지구촌을 순례하는 자연주의 여행자에게는 성지같은 곳이다.
특히 남섬 끝자락에 있는 청정지역 ‘밀포드 사운드 (Milfordsound)’는 더욱 유혹적인 매력을 거부할 수 없는 곳이다.
뉴질랜드는 북섬과 남섬, 두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북섬이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고, 남섬은 관광의 중심지다. 남섬에서 가장 큰 도시인 ‘크라이스트 처치’를 뒤로하고 약300㎞를 달리면 ‘쿡산 국립공원’에 도착하게 된다. 흔히 밀포드 사운드라 불리는 이 지역은 4곳의 국립공원이 모여있고, 그중 하나가 ‘쿡산 국립공원’이다.
쿡산 국립공원의 생태계는 북반구와 다른 독특한 양상으로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뉴질랜드의 국조인 키위새를 비롯, 검은머리제비갈매기와 타카헤등 다른곳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신기한 조류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이 조류들은 대부분 해발 1,200m가 넘는 고지대에 살면서 먹이는 호수에서 해결한다.
쿡산 국립공원에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쿡산을 비롯해 3천m가 넘는 산이 집중되어 있다. 2천m 급 봉우리는 140개가 넘는다. 빙하의 면적과 두께는 알프스와 북미지역의 거대한 빙하에 비교할 수 없지만 이동속도는 지상에 생성된 수많은 빙하지역중 가장 빠르다.
쿡산 국립공원지역은 자연유산지역이지만 모든 지역을 다 둘러 볼수 있다. 만년설로 덮인 정상 부근에는 항공기가 이착륙까지 할 수 있다.
남섬 최대 관광지 ‘퀸스타운’에서 ‘밀포드 사운드 국립공원’까지 300㎞로 이어지는 좁고 가파른 언덕길과 호수 풍경은 가히 선경이라 할 수 있어 눈 앞에 사라지는 뒤쪽풍경이 안타깝기만 하다.
밀포드사운드는 북유럽의 빙하협곡과 흡사하다. 태고적에 대륙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밀포드 사운드 지역에서는 고생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독특한 수목들이 광대한 지역에 걸쳐 숲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평원에도 독특한 원시림이 형성돼 있는데 외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보존됐기 때문이다.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우리네와는 달리 한 발 앞서 환경에 대한 보존의식이 이러한 인류문화유산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이처럼 여행객들에게 황홀한 정경을 선사하는 밀포드 사운드지만 손쉽게 여행객들에게 그 아름다움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마치 변덕스러운 여인네처럼 하루에도 몇차례씩 변화무쌍하게 날씨가 바뀐다. 따라서 여름에도 복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
짧은 시간에 밀포드 사운드 주변을 다 보려면 유람선 투어를 하면 된다. 밀포드 사운드의 산은 대부분 1천m가 넘기 때문에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풍경은 신비롭고 영롱하기까지 하다. 수백m가 넘은 폭포와 바위 위에 아슬아슬하게 곡예하듯이 자리잡은 빙하도 유혹적이다. 높이가 1천695m를 자랑하는 밀포드 사운드 봉우리 가운데 가장 높은 ‘마이터 봉’은 눈과 마음으로만 담아오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 저기서 카메라 셔터 눌러대는 소리가 분주하다. 디지털 카메라였기 망정이지 예전의 필름 카메라 였다면 시간에 쫓기느라 좋은 장면을 놓칠 수 도 있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밀포드 사운드의 또 다른 백미는 이른 아침과 저녁놀이 주변을 물 들일 때다. 태양의 위치에 다라 전혀 다른 풍광을 연출하기 때문에 이 때의 밀포드 사운드는 또 다른 속살을 들춰내며 다 드러내지 않은 매력을 맘 껏 발산하다. 안타깝게도 이 시간대는 유람선이 없어 육지에서 감상해야 한다.
정오의 햇살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빙하 폭포앞에 서면 빛의 세계로 인도된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