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같은 동남아 국가인 필리핀이나 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인의 방문이 적은 곳이다. 특히 이번에 찾은 동부 지역은 우리에게 알려진 페낭, 말라위, 코타키나바루 등과 달리 아직 관광지로 개척되지 않은 처녀지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는 아직 때묻지 않은 자연이 있었고, 호기심이 담긴 까만 눈동자로 관광객을 맞는 순박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곳까지 가는 여정은 조금 번거로웠지만 그 고단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 그 곳엔 편안한 휴식과 아름다운 자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 ‘잠깐 쉬어가는 섬’퍼헨티안
번잡한 관광지 대신, 호젓한 휴양지에서 자연을 벗삼아 쉬고 싶은 이들에게 ‘퍼헨티안 아일랜드(Perhentian island)’는 꼭 맞춤같은 곳이었다. 이름마저도 ‘잠시 쉬어가는 섬’이라는 뜻인 퍼헨티안에서는 돌아가던 시계도 멈추는 듯하고, 복잡한 머릿속의 상념들도 모두 사라지는 듯했다.
퍼헨티안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1시간을 간 후 버스로 이동해 쾌속선을 타고 40여분을 달려야 닿는 곳이다. 하지만 그 복잡함 덕에 퍼헨티안은 조용한 사색의 섬이 되었다.
오전 10시. 선착장에 도착할 때 파란색이던 바다가 요술을 부리기 시작한다. 점심을 먹고 나니 바다는 진초록 빛. 오후 4시가 지나자 새순이 돋는 듯한 연둣빛이 출렁인다. 시시각각 멋진 그림을 그려대는 뭉게구름, 푸른 하늘과 어울려 바다에 몸을 담그지 않아도 이미 마음까지 푹 젖었다.
퍼렌티안 섬에는 리조트 이외에 다른 어떤 위락 시설도 없다. 리조트 역시 다양한 부대 시설을 갖춘 여느 곳과는 달리 방갈로와 수영장, 테니스장 등을 갖춘 소박한 곳이다. 대신 리조트 뒤쪽으로 이어진 열대림을 탐방할 수 있는 코스가 있어 매력적이었다. 숲속에는 도마뱀이 슥 지나다니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풀들을 잘라가며 길을 내는 맛이 그만이었다.
퍼헨티안 해변의 밀가루 처럼 고운 모래가 발바닥을 간지른다. 해변 곳곳 비치된 파라솔 아래 의자에 몸을 누인 관광객들은 저마다 책 한권 씩을 들고 독서삼매경에 빠져든 모습이다.
퍼헨티안은 스노쿨링, 스쿠버 다이빙, 윈드서핑 등 수상스포츠의 천국이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스노쿨링. 해변가에서도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 그곳에서 화려한 열대어를 만난다. 또 시기를 잘 맞춰가면 바닷속에서 장수 거북이를 만날 수도 있다.
섬마을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수상택시를 타고 10분 거리에 위치한 마을에 들려봐도 좋다.
#순박함이 묻어있는 코타 바루
‘빛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클란탄(Kelantan) 주의 주도(州都)인 코타바루는 열대의 수림, 작은 어촌마을, 야자나무가 흔들리는 해변이 어우러진 때묻지 않은 곳이다.
도시의 첫 느낌은 순박함이었다. 도심에 위치한 문화예술관에서 ‘르바나 우비’라는 거대한 전통북을 연주하며 관광객을 환영하는 늙은 연주자들의 모습에서나, 수줍은 듯 관광객들 주위에서 웃음을 던지는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소박함이 묻어났다.
코타바루는 말레이의 전통의상인 바틱과 은공예품 같은 가내수공업이 유명한 곳이다. 시내 곳곳에 위치한 바틱 공장을 방문하면 여성들이 직접 바틱에 그림을 그리고 염색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말레이반도의 최북단에 위치, 태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코타바루의 명물은 말레이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야시장이다.
도심 호텔에서 택시로 20분 정도 걸리는 야시장에는 세상의 모든 물건이 다 나와 있는 듯했다.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골목에 자리를 편 장사치들의 호객소리에 정신이 없다.
해산물과 농산물, 신발과 의류, 은공예품, 음반, ‘짝퉁’ 명품 등 셀 수 없는 다양한 물건을 구경하고 1천원∼2천원 하는 먹거리까지 섭렵하느라 새벽 1시가 넘도록 사람들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코타바루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말레이시아=글·사진 김미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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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말레이시아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