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와 빗물이 억겁의 세월을 두고 빚어낸 ‘물과 시간의 걸작품’. 사계절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동굴은 여름 여행의 최적지다.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는 동양 최대의 석회동굴인 환선굴과 삼림욕하기 좋은 덕항산, 너와집, 굴피집 등 화전민의 생활상까지 두루 볼 수 있다. 환선굴 입구는 덕항산 중턱(해발 500m)에 있어 동굴입구까지 약 1.3㎞의 등반로를 걸어야 하는데 30분 가량 소요된다. 입구까지 걸어 올라가는 중턱을 지날 즈음 계곡을 건너는 짧은 다리가 신선교다. 다리를 건너가자 땀이 가실 정도로 오싹한 찬 기운을 뿜어내는 선녀폭포가 시원스럽다. 엄나무를 지나고 398개의 철계단을 오르면 거대한 동굴 입구에 다다른다. 환선굴(幻仙窟)은 총 연장 6.2㎞로 추정되는 동양 최대의 석회동굴로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1.6㎞만 공개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동굴 속에서 뿜어대는 찬기운이 마치 딴세상에 접어든 것 같다. 철구조물로 된 탐방로를 따라 천천히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태고의 신비속으로 들어간다. 〔〈【어둠에 익숙해질 즈음 백색유석이 자란후 황색유석이 그 위를 덮으면서 자라 형성된 ‘미녀상’이 빼어난 자태를 자랑한다. 만물상과 대형 유석벽을 지나면 싱크홀로부터 폭포에 소(沼)를 이루고 있는 ‘제1폭포’가 나온다. 왼쪽 가지굴을 통과하면 종유석의 초기 생성과정을 볼 수 있는 팝콘형태의 ‘삼라만상’이 펼쳐진다. 】〉〕 환선굴 안에는 크고 작은 폭포들이 흐르고 있어 동굴인지 계곡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삼겹살 모양을 하고 종유석, 유석, 종류관, 산호, 커튼 등 2차 생성물들이 모여 거대한 종류벽을 이루고 있는 ‘꿈의 궁전’, 거대한 편심 종유석으로 그위에 물이 흐르며 표면에는 산호화 커튼이 형성된 ‘도깨비방망이’, 그 아래로는 파란 불빛의 꼬마전구로 만든 한반도모양을 한 다리가 내려다 보인다. 이곳에 서면 불빛과 주변 경관이 어우러져 만든 환상적인 경관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희망봉’을 내려서면 수도승 모양을 연상시키는 ‘대머리형 석순’에 웃음이 터진다. 이 대머리형 석순은 희귀형태 석순으로 물이 떨어지는 곳은 반들반들하고 물이 튀는 곳은 울퉁불퉁 모양을 만드는데 국내에서는 환선굴에서만 볼 수 있다. 순환형으로 구성된 동굴 탐험의 절반 쯤이나 왔을까. 이젠 온몸이 점점 추워지는 한기를 느낀다. 환선굴은 약 5억3천만년전인 고생대 캠브리아기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석회암동굴로 내부 공기 온도와 수온은 10∼14도로 30분정도 지나면 추위가 느껴질 정도다.또한 이곳에는 관박쥐, 환선굴뚝거미등 39종의 동굴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온몸에 점점 추워지는 한기를 느끼며 조금 걸어가니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소망폭포’와 ‘생명의 샘’, 연인 친구들이 사랑의 맹세를 하고 두손을 맞잡고 건너면 사랑이나 우정이 변치 않는다는 ‘사랑의 맹세(사랑의 다리)’에선 연인들이 두손을 꼭잡고 사랑의 맹세를 하기도 한다. 황홀한 순간은 잠깐, 곧바로 ‘악마의 발톱’이 옆을 지나는 이들을 오싹하게 만든다. 황색 조명 빛을 반사해 으시시한 ‘지옥계곡’으로 접어든다. 지옥교는 출렁다리로 만들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한기를 느끼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오싹하게 한다. 〔〈【지난일을 돌아보게 하는 ‘참회의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 지점에 천장으로부터 지하수가 유입되면서 변면 전체에 유석이 성장하고 있는 ‘유석계곡’을 볼 수 있다. 】〉〕폭포수 모양의 유석계곡의 신비로움을 뒤로 하고 동굴천장으로부터 많은 물이 떨어지면서 물이 떨어지는 지점에 작은 규모의 휴석들이 다각형으로 발달한 ‘옥좌대’를 만난다. 옥좌대는 환선굴의 대표적인 자랑거리로 세계적으로 희귀한 돔형 기형휴석이다. 〔〈【 광장 남쪽 구석의 작은 소(沼)위 벽면에 새 형상의 종유석 위에 ‘마리아상 석순’이 신기하기만 하다. 조금 더 지나면 용식동굴 천장에 작은 ‘관음상’도 찾아 볼 수있다.들어가는 곳이 끝인가 했더니 반 바퀴 돌아 나올때까지 이어져 있는 ‘만리장성’. 진짜로 만리장성을 축소해놓은 것 같은 이곳은 동굴수의 상류로 부터 퇴적물이 동굴내로 오랜시간 동안 계속 유입되어 두꺼운 퇴적층이 바닥에 쌓여 생성됐다. 하지만 이 퇴적물의 높이가 이 광장의 입구보다 높은 것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만리장성 끝 자락에 용이 한마리 있는데 옛날 어떤이가 용의 머리만 떼어 가다 벼락을 맞아 죽었단다. 그래서 용의 머리만 모형을 떠서 그자리에 붙여 놓았다. 】〉〕 나오는 길목에서 동자승과 스님을 만나게 된다. 이들이 환선굴이란 이름의 유래를 들려준다. 옛날 도를 닦기 위해 이 굴로 들어간 스님이 되돌아 나온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스님이 신선이 되었다고 믿었고, 그래서 이굴을 환선굴이라고 했다. 그 자리가 바로 스님이 기거하며 도를 닦았던 곳이다. 스님이 기거했던 온돌과 아궁이가 그대로 남아있다. 주차장부터 동굴내부 관람 후 다시 주차장까지 오는데 약 2시간여가 소요된다. 개방시간은 동절기(11월∼2월) 오전 8시∼오후 5시. 하절기(3월∼10월) 오전8시∼오후 7시(매표마감 오후 5시)이며 동굴관람료는 어른 4천원. 어린이 2천원, 청소년·군인 2천800원.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