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군에 밀려 지리산 자락까지 숨어들어 온 마한왕조는 성삼재너머 달궁에 궁을 짓고 지리산 주요 길목마다 장수를 파견했다. 8명의 장수를 시켜 지키게했다는 팔령치나 정 장군으로 하여금 방어망을 구축하게했다는 정령치 등의 이름도 마한의 역사에서 유래했다.
88고속도로에서 남원군 산내면을 지나 노고단 정령치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가다가 뱀사골 입구인 반선을 조금 지나면 달궁마을이 나온다. 이 곳 주차장 바로 아래에 궁터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뱀사골에서 시작되는 반선을 지나면 계곡은 심한 구비를 이루며 구비쳐 흐른다. 산자락 하나를 들추면 학천마을이 나온다. 이 때쯤 나그네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싶은 유혹에 몸이 근질해진다.
햇살 부서지는 계곡의 바위는 드러눕기 딱 좋게 달궈져 있을 듯 싶다. 나무 사이로 펼쳐져 있는 하늘에는 저만치 뭉게구름이 둥실 떠있다.
달궁에서 심원까지 6㎞ 계곡길은 쟁기소, 쟁반소, 와폭, 구암소, 청룡소, 안심소를 거치면서 세속을 잊게 한다.
더불어 달궁을 기점으로 한 등산로 역시 산행의 묘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열려 있다. 달궁마을에서 200여m 가량 올라가면 시작되는 달궁계곡의 등산로를 따라 쟁기소를 지나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쇠다리가 있다. 이 쇠다리를 건너면 지리 제2봉인 반야봉으로 오를 수 있다. 바위길을 3시간 남짓 오르면 반야선경이 펼쳐진다. 반야봉 아래 중봉 조금 못 미쳐 삼거리를 만나는데 여기서 반야봉 방면이 아닌 오른편 길을 따라가면 심원계곡으로 갈 수 있다. 심원계곡을 따라 하산하면 심원마을에서 다시 달궁계곡의 끝부분과 만날 수도 있다. 아니면 반야봉에 올랐다가 노루목, 임걸령을 거쳐 돼지평, 노고단을 지나 심원마을로 하산할 수도 있다.
달궁에서의 잠자리는 민박보다는 야영을 권하고 싶다. 계곡 주변에 위치한 야영장이 넓고 관리도 잘돼 있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