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이 쏟아지는 밤 하늘, 물안개 사이로 들려오는 산새들의 지저귐, 텐트의 창문을 타고 넘어들어오는 나뭇잎 냄새...
세상이 많이 바뀌어 호텔이나 콘도에서 묵는 `호화로운(?)'' 여행에 길들여지고 있지만, 도심에서 마음속 깊숙한 곳까지 가득 쌓인 속세의 묵은 떼를 씻어내기 위해선 맨몸뚱이로 자연과 함께하는 캠핑이 최고가 아닐듯 싶다.
물을 길러 밥을 짓고, 비바람에 텐트가 흔들리면 온 밤을 불안속에 뜬 눈으로 지새원 본적이 있는가. 작은 코펠에 국과 밥, 김치를 말아 넣고 한입 가득 먹어본 적은 또 있는가. 친구들과 연인, 그리고 가족과 함께 도란도란 얘기하며 설거지하는 풍경도 캠핑이 아니면 그리 쉽게 볼 수 없다.
캠핑의 계절이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 캠핑 준비물과 캠핑장에서 재미있게 노는 방법, 전남도내 유명 야영장 등을 소개한다.
◇준비물=캠핑을 떠나려면 기본적으로 침낭, 텐트, 코펠, 버너, 전등 등이 필요하다. 또 비상약품, 식기도 빼놓을 수 없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집안 생활이 야외로 이어졌다고 생각하고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침낭은 부피가 작고 보온력이 뛰어난 것이 좋다. 침낭에 사용되는 최고의 소재는 우모(羽毛·날짐승 깃털)로 함량이 많을수록 가격이 비싸다. 들어보아 모겁지 않은 것, 폈을 때 원래 형태로 복원력이 좋은지를 확인해야 한다. 5만원선에서 60만원선까지 다양하다.
텐트는 플라이, 본체, 폴, 팩, 예비끈 등으로 구성된다. 형태별로는 A형, 터널형, 돔형, 미이드형, 로지형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돔형이 가장 바람에 강하고 터널형은 거주성이 좋다.
플라이의 방수처리 상태와 바느질, 그리고 텐트 폴의 길이와 숫자가 맞는지 꼼꼼히 살펴야 하고, 본체 바닥에서 올라오는 방수처리 원단이 바닥에서 5-10㎝ 이상 올라와 봉제되어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12만원에서 80만원선까지 있다.
코펠은 조리용기, 프라이팬, 주전자, 식기 등이 세트를 이루고 있는데 여기에 수저나 포크, 컵 등 개인용품을 갖추면 완벽한 식기세트가 된다. 요즘은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보다 강하고 가벼운 티타늄이 등산가들에게 인기이나 비싼 것이 흠이다. 5만원에서 10만원선.
버너는 가스버너와 휘발유 버너 두 종류가 있다. 휘발유 버너는 화력이 좋고 혹한에도 문제없이 작동하는 장점이 있으나 부피가 크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가스버너는 작동이 쉽고 휴대가 편하나 추운 겨울에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캠핑 매니아들은 둘 다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5만-40만원선.
전등은 머리에 쓰는 헤드렌턴, 텐트에 거는 가스등, 손전등 등이 있다. 전구의 밝기와 전지수명을 꼭 체크해야 한다. 2만원에서 20만원대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두통약, 배탈약에 소독약, 벌레 물린 데 바르는 물파스, 반창코 등 구급약품을 반드시 챙겨야 하고, 야전삽, GPS 등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스프레이형 모기약, 물통, 방수재킷, 카메라, 놀이기구, 책 등도 뺄 수 없는 준비물이다.
◇재미있게 놀기=캠핑장에 도착하면 텐트를 치고 배수로를 파는 조, 식사를 준비하는 조, 설거지를 하는 조 등으로 역할을 나눈다. 텐트를 친 다음에는 가져온 배드민턴 세트나 MTB, 체스나 바둑판을 이용해 레저타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캠핑장 인근에 저수지 등이 있으면 낚시도구를 챙기고, 휴양림이면 식물도감을 가져가 보라. 낮 시간이 금새 지나간다.
식사는 간단하지만 확실하게 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한다. 대형 할인마트에서 무턱대고 장을 보기보다는 양념이나 쌀, 기본야채들은 집에 있던 것들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치냉장고에 고이 간직해둔 묵은 김치를 가져가면 꽤 인기가 있을 것이다. 무조건 고기와 라면만 가져갈 것이 아니라 오징어나 전어, 버섯도 준비하면 여유있는 식탁이 될 것이다.
저녁시간에는 노을을 감상하고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다보며 개구리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도심에선 맛볼 수 없는 캠핑의 즐거움이다. 아침일찍 일어나 산책로를 걸으며 어슴푸레한 안개에 몸을 묻으면 세상에 찌든 떼가 쏘옥 빠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캠핑장=야영장이나 자연휴양림이 최고의 캠핑장이다. 기본적으로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 공간이 있고 식수대, 화장실, 매점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지리산 황전, 월출산 천황사, 담양 가마골, 내장산 야영장 등은 주차장 시설까지 갖춰진데다 자연해설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어 자녀들과 함께 하기 좋은 곳들이다. 황전, 천황사 야영장 등은 텐트를 대여하기도 한다.
자연휴양림에도 콘도형 숙소외에 야영장이 갖춰져 있다. 특히 산림욕장은 물론 어린이 놀이터나 배드민턴·풋살 경기장, 수영장 등도 있어 레크리에이션을 하기에 적합하다. 성수기에는 야영장도 예약해야 하므로 출발하기 전에 꼭 전화로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