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비, 짙은 안개 탓에 바깥 나들이를 잠깐 접어둔 사이 봄이 금새 갔다. 벌써 초여름인듯 반소매 차림의 아가씨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그렇다고 지나간 봄을 아쉬워만 하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산으로 가자. 해발 1천ｍ의 고지에 오르면 평지에선 이미 져버린 진달래도 활짝 피어있고, 철쭉들은 꽃망울을 가지 가지마다 매달고 봄을 노래하고있다.
15일 산불방지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폐쇄했던 등산로를 모두 개방한 지리산도 마찬가지. 국립공원 지리산은 지난 1일 1차로 등산로가 개방된데 이어 이날▲세석~가내소▲의신~벽소령 ▲음정~벽소령 ▲불일폭포~가내소 ▲음양수~삼신봉~청학동 코스도 완전히 열렸다.
이번 주말 연초록 파스텔화를 펼쳐놓은 듯 이제 새싹을 막 피워내기 시작한 지리산의 봄을 만끽해 보자.
◇등산코스=지리산의 등산로는 동서로 뻗은 주릉을 축으로 하여 남북으로 갈래를 이룬 형국이다. 이중 이름난 능선과 계곡을 중심으로 굵직한 것들만 추려도 20가닥이 넘는다. 이 가운데 초보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4개 코스만 소개한다.
▲지리산의 주능선 종주 코스는 일반인들의 경우 2박3일이나 3박4일 정도가 걸린다고 보면 된다. 이 주릉길은 1천미터가 넘는 봉우리마다 막힘없이 지리산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또 다른 산에 비해 능선에 산장과 샘이 곳곳에 있어 종주하기에 편리하다(노고산장~4 km~임걸령~3.5Km~노루목~0.5Km~삼도봉~2Km~화개재~2Km~토끼봉~3Km~총각샘~3Km~연하천~1Km~삼각고지~5Km~ 구벽소령~2Km~신벽소령~4Km~선비샘~5.5Km~영신~0.5Km~ 세석산장~1Km~촛대봉~3.5Km~연하봉~5.5Km~장터목~0.7Km~제석봉~1.8Km~통천문~0.5Km~천왕봉,총거리 45㎞,등정시간 13시간 20분, 하산시간 12시간)
▲피아골 코스는 구례군 토지면 직전리에서 노고단이나 임걸령까지 울창한 원시림 속의 계곡길 14킬로미터를 오르는 코스이다. 구례에서 혹은 하동방면에서 섬진강변을 따라오면 외곡리 검문소가 나오
고 여기서 북쪽으로 2차선 포장도로를 다시 달리면 연곡천이 좌측으로 요동치며 흐르고 있다. 연곡사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토지면 내동리 평도부락이고 여기서부터 피아골 등반이 시작된다.(임걸령~3.5Km~용수암삼거리~0.5Km~피아골 대피소~1Km~구계포계곡~1Km~ 삼홍소 ~2Km~ 선유교~2Km~직전리, 총거리 10km, 등정시간 3시간 30분, 하산 시간 2시간 10분)
▲뱀사골 코스를 오르면 지리산의 아름다운 소와 담을 연속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반선리~2Km~제3야영장~2.5Km~병풍소~1.5Km~ 제승대~1.5Km~간장소~4.5Km~뱀사골대피소~0.2Km~화개재,총거리 12Km, 등정시간 4시간, 하산시간 3시간 10분)
▲하동바위 코스는 장터목에 아무때고 오를 수 있는 지름길이다(백무동~2Km~하동바위~1.2Km~참샘~0.3Km~소지봉~5.3Km~ 제석단 ~0.2Km~ 장터목산장,총거리 9km, 등정 시간 4시간 40분, 하산시간 3시간 10분)
◇대피소=지리산의 대피소들은 모두 예약제다. 1개월전부터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전화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성삼재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노고단 대피소는 지리산 주릉 종주 때 첫날 숙소로 많이 애용된다. 예약제를 원칙으로 하며 당일 숙박 예약은 여름 오후 5시, 겨울 오후 4시에 신청 받는다. 대피소 옆 구 산장에는 가족실도 있다.
세석 대피소는 요즘 철쭉이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수용인원 230명으로 해발 1천560m고지에 위치한 대피소 주변에는 얼레지와 현호색, 개불알꽃이 봄을 알리고 있다고 한다.
장터목 대피소(1천653ｍ)주변에는 요즘 고라니가 왔다갔다하고 진달래와 생강나무가 이제야 피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용인원 170명.침실과 취사장이 같은 건물에 위치한 것이 장점이나 가물 때는 물을 150ｍ아래에서 길러와야 한다.
벽소령 대피소(1천340ｍ)에선 양지꽃, 현호색, 얼레지, 개별꽃이 만개한 탐방로 주변으로 토끼가 밤이면 뛰어 논다고 한다. 수용인원 150명.
로타리 대피소는 부산 로타리클럽이 세운 대피소로 70명정도 수용이 가능하다.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이 대피소를 이용해 봄직도 하다. 대피소 주변 숲에서 들려오는 동고비가 박새의 노래소리가 일품이라고 한다.
◇자연해설=지리산 국립공원은 각 지소별로 자연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리산 남부지소의 경우 생태복원된 노고단 정상부를 매일 4차례 개방해 생태환경을 설명해 준다(061-783-9100)
북부 지소도 뱀사골과 구룡계곡에 대한 자연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해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4시 두 차례에 걸쳐 예약된 탐방객들을 안내한다(063-651-8912)
지리산 관리사무소가 운영하는 맹세이골(대원사계곡)과 중산리 자연관찰로 해설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065-972-7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