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지나면서 남도에서부터 꽃소식이 올라오고 있다. 바야흐로 봄의 향연이 시작된 셈. 동백이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더니 이에 뒤질세라 매화가 하얀 잎을 섬진강에 띄우고 있다.
산수유도 지리산 산자락을 노랗게 물들일 채비에 들어갔다. 이달 하순께부터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이 잇달아 필 것이다. 움츠렸던 겨울을 훌훌 털고 봄나들이에 나서보자.<편집자주>
◇광양의 매화
섬진강을 앞에 두고 백운산 자락에 몸을 걸친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이 마을 산과 들이 매화로 온통 순백의 세상이 된다. 도사리에서 가장 유명한 매화단지는 백운산 중턱에 자리잡은 5만여평 규모의 청매실농원.
홍매화 청매화 백매화가 서로를 시샘하듯 꽃잎을 날리고 매화나무 사이에서 자라는 풋보리 또한 봄의 정취를 만끽하게 해준다. 농원에는 매실된장, 매실고추장 등을 담가놓은 2천여 개의 항아리가 보기 좋게 늘어서 있으며 매실장아찌, 매실차 등 매실로 만든 상품도 판다.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과 하동마을 등 농원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광도 그만이다. 오는 15~16일 청매실농원과 섬진강변에서는 `매화축제'도 열린다.
◇구례의 산수유
구례군 산동면 일대는 봄이 되면 산과 들은 물론 밭두렁 논두렁까지 산수유로 노랗게 변한다. 전국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산수유가 산동면 48개 마을에서 생산될 정도다.
특히 지리산 만복대에 위치한 산동면 상위마을은 산수유나무가 지천으로 깔려 있어 꽃이 피는 이달 하순께 이곳을 찾으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절경에 취하게 된다. 21~23일 지리산 온천 일대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주제로 `제5회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군은 이번 축제를 통해 구례지역에 집중적으로 자생하고 있는 산수유꽃이 관광상품화되는 계기를 만들고, 전국에 홍보해 대표적인 자연관광축제로 자리매김 시킨다는 전략이다.
◇목포의 개나리
개나리는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봄꽃이지만 목포에서는 유달산에 피는 개나리꽃을 축제로 만들었다. 목포시는 개나리꽃이 만개하는 다음달 4~7일 `유달산 꽃축제'를 연다. 목포시는 이번 행사를 과거 관주도에서 탈피, `모두가 함께 하는 축제'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
축제 첫날인 4일은 `기원의 날'로 축제의 개막을 알리고 전국 각지에서 목포를 찾은 관광객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전야제'가 열린다.
둘째날 5일은 `희망의 날'로 축제선포식, 유달산 꽃길걷기, 백일장 등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셋째날 6일은 `화합의 날'로 시민노래자랑, 역사문화 길걷기, 건강마라톤대회 등의 행사가 진행되며 7일 폐막한다.
◇해남의 보리밭
초록의 봄이 찾아드는 것을 실감하기에는 반도의 땅끝, 해남 만한 곳이 또 없다. 지금 해남들녘은 온통 보리순이 올라와 푸른 초지로 변했다. 거기에 전답을 가득메운 마늘이며 겨울배추로 온통 초록의 싱싱함이 넘쳐 난다.
초봄, 해남 어디를 찾아도 녹색의 싱그러움을 대할 수 있지만 다른 지역보다 더 파릇파릇한 `보리밭'을 굳이 보고자 한다면 계곡면 일원을 찾으면 된다.
봄농사 준비로 분주한 초록의 지평선은 목가적 풍광을 연출하기도 한다.
/崔景鎬 기자 squeez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