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시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붕괴 참사 원인으로 지목받은 불법하도급 뿐 아니라 입찰담합도 드러났다.

특히 지연·학연·인맥을 이용한 브로커가 활개치고 건설업체, 재개발조합의 부도덕함이 재판에서 확인됐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부장판사 김효진)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개발업체 운영자 A(42)씨, 전 재개발 조합장 B(81)씨, 건설업체 대표이사 C(41)씨 등 3명에 대해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2월 사이 공정별 낙찰 업체와 입찰가를 미리 짜고 학동 재개발 정비사업 4구역 정비기반시설 공사를 95억 원에 따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6월께 재개발사업의 정비기반시설 사업을 낙찰받기 위해 효창건설의 운영자인 A씨는 재개발 이권에 개입해온 브로커를 통해 당시 조합장인 B씨를 만나 청탁했다.

브로커는 A씨에게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의 동생들이 운영하는 에이치에스비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입찰에 참가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A씨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B씨는 정비기반시설 공사 입찰공고를 진행하면서 경쟁업체의 입찰 참여를 차단하기 위해 2017년 10월 10일 단 하루 광주지역 일간지 한곳에만 공고를 내고 현장설명회도 입찰 공고일로부터 불과 3일 후인 13일로 촉박하게 정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가 “입찰 참여 조건에 면허 부분을 강화하고 공사 실적이 많은 업체로 설정해달라”고 요구하자 B씨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입찰 참여조건을 효창건설에 유리하게 변경했다.

A씨는 다른 ‘들러리 업체’를 동원했다. A씨는 C씨 등으로부터 입찰 관련 각종 서류를 제공받아 자신이 직접 C씨 업체 명의로 효창건설의 입찰가 보다 높은 가격을 적어 내 낙찰됐다.

재판부는 “A씨 일당은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려는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고,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건설산업기본법의 기본 취지를 훼손했다”며 “담합행위로 인한 파급효과가 간접적으로 일반 국민에게 미칠 수 있어 피고인들의 책임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