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록물이 없었다면, 숭고한 뜻을 품고 죽음을 마주했던 광주시민들이 잊혀질 뻔 했지요. 세상에 진실을 알리고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 기록물을 기증하고, 진실규명에 함께 노력한 광주시민들이 대한민국 민주화의 주인공이었습니다.”

1980년 5월의 기록들은 광주시민에게 아픈 상처지만, 한편으로 민주화를 쟁취했던 발자취이기도 하다.

이처럼 소중한 5·18 기록물이 모인 보존서고를 지키며 기록물 보존·관리에 힘써 온 이가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하 기록관) 권도균 기록연구사다.

권 연구사는 “광주를 넘어 세계 민주주의의 교과서로 자리잡은 5·18 기록물이 후세까지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보존·관리하고 있다”며 “5·18 기록물 중 70%이상은 시민들이 직접 생산·수집·조사한 자료들이라 더욱 소중하다”고 소개했다.

‘기록물 관리 전문요원’ 자격증을 갖추고 지난 2011년부터 기록연구사로 활동해 온 권 연구사는 지난해 3월 5·18 기록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5·18 기록물은 지금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정부기관의 기록뿐 아니라 시민 증언, 신문 기사, 성명서 등 다양한 기록을 시민들이 기증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록연구사는 기록물 수집·분류·정리부터 평가, 보존 처리, 학술적 해제(解題) 등 역할을 맡는다. 권 연구사에 따르면 기록연구사는 박물관과 달리 기록물 관리 업무에만 특화돼 있다.

“5·18 기록물은 90% 이상이 종이 재질로 만들어져 있는데, 적절하게 관리해 주지 않으면 ‘열화’되고 맙니다. 신문지는 누렇거나 새카맣게 변색돼 알아볼 수 없게 되고, 종이나 필름·사진은 바스러지지요. 온도·습도는 물론 산도(酸度) 등 처리를 해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지요.”

5·18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이한 올해, 권 연구사는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가장 큰 걱정은 기록관 보존서고에 남은 공간이 부족한 것이다. 기록관 5층에 있는 보존서고는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만고율 87.9%을 기록했으며, 이 중 시청각물(4000점)의 96.7%, 문서 기록물(188만 쪽)은 90.4%를 넘겼다. 더불어 5·18 진상규명추진위원회 활동이 이어질수록 기록물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많은 시민들이 직접 당시 신문이나 녹음 기록 등을 기증해 준 덕에 기록물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잘 정리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자료를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5·18기념재단 등 타 단체와 협의를 거쳐 보존 서고 증설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여러 단체에 퍼져 있는 5·18 기록물을 통합 관리할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정리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다. 권 연구사는 이 작업을 통해 5·18 관련 자료를 원하는 모든 이들의 갈증을 최대한 해소해 주고 싶어 한다. 또 증빙자료가 부족해 5·18 보상을 받지 못한 이들을 위해서라도 DB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짚었다.

권 연구사는 “광주의 기록물이 현재 문제를 바로 보고 미래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맡은 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