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외곽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빈센트 반 고흐가 ‘마지막’을 보냈던 곳이다. 고흐의 그림이 그려진 기차역 지하도로 들어서면 ‘고흐 월드’에 입장하는 기분이 드는데, 그가 권총자살을 한 라부 여인숙, 그림에서 만난 오베르 교회 등은 그 시절로 우리를 데려가는 듯하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의 배경이 된 밀밭을 지나면 작은 공동묘지다. 고흐 곁에는 그의 영원한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가 나란히 누워있다. 고흐가 죽은 지 5개월만에 형을 따라가 버린 테오를 생각하면 ‘운명’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가 자살한 여인숙의 너무나 좁은 방에 발을 들여놓으면 사람들은 기어코 눈물을 흘리고 만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37세에 세상을 떠난 반 고흐는 짧은 여정 동안, ‘최초의 진정한 유럽인’으로 불릴만큼 유럽의 여러나라와 도시에 살았다. 그가 살았던 곳은 약 28곳으로 알려져 있다.

살아 생전 단 한점의 유화(‘빨간 포도밭’)를 팔았던 불행한 화가, 정신병으로 자신의 귀를 잘라 버리고 결국은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불행한 남자, 반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의 삶과 작품을 만나는 책 ‘우리가 사랑한 고흐-고흐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나왔다.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1887)이 표지로 실린 이번 책은 ‘나를 설레게 한 유럽 미술관 산책’ 등을 쓴 예술여행 작가이자 사진 작가인 최상운이 2012년 출간한 ‘고흐 그림 여행-네덜란드·프랑스 산책’의 개정판이다. 저자는 이번 책에 영국과 벨기에를 추가했다.

“반 고흐에 대해서는 어떤 말을 더 보태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라는 저자의 말처럼 반 고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한명이고 관련 책자들도 많이 나와 있지만 또 다시 이 책을 들춰보게 만드는 건 역시 ‘고흐의 힘’이라 하겠다. 특히 고흐 작품 뿐 아니라, 그가 사랑하고 영향을 받았던 숱한 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고흐 여행의 출발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다. 고흐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반 고흐 미술관’이 있는 암스테르담은 ‘고흐 그림 여행의 성지’다. 테오 부부의 아들 빈센트의 탄생을 축하하며 그린 ‘꽃이 핀 아몬드 나무’를 비롯해 ‘감자 먹는 사람들’ ‘까미귀가 있는 밀밭’. ‘해바라기’, ‘구두’ 등 명작들을 수도 없이 만날 수 있다. 더불어 바로 인근에 자리한 레이크스미술관에서는 그가 사랑했던 렘브란트와 페르메이르의 작품도 접하게 된다. 또 오테를로 크뢸러 뮐러미술관 역시 고흐 마니아들이 꼭 찾는 곳이다.

프랑스에서는 로댕 미술관 ‘탕기 아저씨의 초상화’, 오르세 미술관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 등을 만나고 ‘밝은 태양 아래 색채가 폭발하는 풍경을 그리고자 찾았던’ 아를에서는 유명한 ‘밤의 카페 테라스’를 찾아간다. 이어 여정은 정신병을 앓던 그가 스스로 치료를 위해 찾아간 생 레미 드 프로방스의 요양원과 마지막 종착역 오베르 쉬르 우아즈로 이어진다. <샘터·1만85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