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주는 포근함, 그거 때문에 가는 거지. ‘6시 내고향’에서 ‘내 고향’이라는 게 참 매력이 있어요. 하하. 고향 같은 프로그램입니다.”(전영록)

KBS 1TV ‘6시 내고향’은 1991년부터 시청자들의 평일 저녁을 책임진 KBS의 간판 장수 프로그램이다. 1960년대 이후 한국 사회가 근대화되며 이촌향도 현상이 일어났고, 고향을 떠난 도시인들을 위해 탄생한 프로그램이 바로 ‘6시 내고향’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획 의도와 달리 노년층이 보는 ‘올드한’ 프로그램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에는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밴드 데이식스가 게스트로 출연하는가 하면, 이덕화가 리포터로 등장하기도 했다. 심하원 PD는 “30년째 똑같은 모습으로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제작진이 야심 차게 내놓은 건 수요일 코너. 24일 처음 공개된 전영록의 ‘섬마을 하숙생’, 지난 7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이정용의 ‘오!만보기’가 바로 그것. ‘영원한 오빠’ 전영록(65)과 ‘믿음이 아빠’ 이정용(50)은 사람 냄새 나는 ‘6시 내 고향’ 예찬을 늘어놓기에 여념이 없다.

전영록의 ‘섬마을 하숙생’은 제목 그대로 그가 섬마을에 하숙생으로 찾아가 살아보는 코너다. 첫 회에선 전라남도 고흥의 ‘애도(艾島)’라는 섬으로 향했다. 슈퍼마켓 하나 없는 이곳에서 전영록은 손수 불을 지펴 솥밥을 지어먹는 등 ‘자급자족’의 삶을 살았다.

전영록은 “섬에 가면 그래도 의식주가 불편하진 않을 것 같았는데 (도시보다) 조금 결여가 돼 있더라”라며 섬 생활에 대해 털어놨다.

“외풍이 세서 (이불 안 덮는) 위에는 영하 3∼4도, 이불 밑에는 30∼40도였어요. 이불을 덮기도 안 덮기도 그렇고 해서 헤어드라이어에서 나오는 따뜻한 바람을 쐬기도 했고요. 또 전자레인지도 없어서 아궁이에 불을 때 밥을 해야 하는데, 살면서 아궁이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웃음).”

그는 그런데도 “그것들이 다 좋았다. 고향이니까”라고 말했다.

“제 고향은 서울이지만, 다른 곳에 살면서 제2의, 제3의 고향이 나오는 거지요. 내가 속하고 머무르는 곳이 고향입니다. 생활 전선에 뛰어든 분들이 못 오는 곳을 제가 가서, 머물면서 ‘내 고향’을 느꼈어요. 섬의 적막함 때문에 이틀만 있어도 죽을 것 같았는데 점점 섬에 속하게 되더군요.”

전영록이 인적 드문 섬에 가서 머무른다면, 이정용은 사람 사는 곳을 찾아 부지런히 걷는다. ‘오!만보기’는 그가 1박 2일 동안 5만보를 직접 걸어 채우는 코너다. 이정용은 “자동차를 타면 놓치는 멋진 풍경, 맛있는 먹거리, 인간다운 삶을 걸어가면서 직접 느껴보자는 게 코너의 취지”라고 말했다.

“철저한 무계획, 무섭외로 진행합니다. 짐 꾸러미를 메고 전국을 걸어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깨달음을 얻죠. 무섭외로 하다 보니 불쑥불쑥 들어가게 돼요. 참 실례되는 일인데, 놀라운 건 그렇게 가는 곳마다 다 사연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냥 가벼운 대화만 하고 가려고 해도 그분들의 삶의 희로애락이 줄줄 나와요. 그 이야기들이 너무나 감동적이었고,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누구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오!만보기’에 대한 애정이 넘쳐 직접 LED 명찰까지 제작한 이정용은 “촬영이라고 생각 안 하고 운동이라고 생각하며 찍는다. 체력도 더 좋아지고 생각도 깊어지는, 몸과 마음에 보약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전영록과 이정용은 ‘6시 내고향’이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의 ‘엑기스(진액)’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실제로 찬찬히 뜯어보면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tvN ‘삼시세끼’, JTBC ‘한끼줍쇼’, KBS 2TV ‘1박2일’ 같은 인기 예능과의 공통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여행, 먹거리,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들어있는 것이다.

“전영록 선배님과 함께 건강한 기운을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퍼뜨리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하.”(이정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