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식 광주시 건축주택과장] 낡은 아파트의 변화와 혁신
2019년 05월 30일(목) 00:00 가가
여느 모임에 나갈 때마다 “어디 아파트 사세요?”, “어느 아파트가 투자 가치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아무래도 광주시 건축 행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람이라 기대감을 갖고 물어보는 건 당연지사다. 그 기대가 무색하게도 나는 낡고 오래된 아파트에 20여 년 동안이나 산다. 아파트에 들어가기 전 찍는 그 흔한 지문 인식기도 없고 차량 통제 자동 센서도 없다. 심지어 큰 대교가 인근에 있어 소음에도 취약하고, 교육과 문화생활 등 주변 환경도 넉넉지 않다. 그래도 쉬이 이사를 꿈꾸지 못했던 건 첫 집 장만한 애틋함도 있고 추억도 켜켜이 쌓여 정든 공간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성격 탓도 없지 않다.
도대체 아파트란 우리에게 무엇일까?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우리나라를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했다. 서구의 아파트는 주로 도시 문제의 집약체로 인식된다. 건축적인 측면에서는 성냥갑을 쌓아 올린 듯 볼품없고 생활 환경면에서는 저급하며, 사회적 측면에서는 도시의 소외 계층이 거주하는 범죄의 온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브랜드에 따라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1960년대부터 정부 주도 아래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아파트는 이제 한국인의 대표 주거 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아파트 역사 50여 년, 재개발로 지렁이 같은 옛 골목길과 녹슨 대문, 낮은 돌담은 사라지고 탐욕스러운 높이를 자랑하는 듯 마천루 아파트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리고 우리의 이웃이 사라졌다.
몇 년 새 광주의 아파트 키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30여 년간 건축 현장에 몸담았지만 광주가 빠른 속도로 건물의 키를 높인 것도 사실이다. 도시 정비 정책과 건축법 개정으로 높이를 제한해보려는 시도도 해보았지만 여전히 시장의 논리는 차갑고 건설 업체의 협력은 어렵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까지 재개발이나 재건축 정비 구역 중 사업 추진이 더딘 곳이나, 과감하게 주민들이 재개발보다는 마을을 살리는 방향으로 도시 재생을 원해 동명 1구역 등 10개소를 해제했다. 앞으로 학동 2구역 등 4개소의 정비 구역도 해제해 지역의 특수성과 역사성을 살리는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광역시 최초로 낡은 아파트의 혁신을 위해 공동 주택 리모델링 기본 계획을 수립한다. 우리 시 아파트 비율은 65.3%로 특·광역시 중 1위를 차지하고 있고, 20년이 지난 아파트는 2018년 말 기준 48.7%에 이른다. 그동안 재개발, 재건축 사업 등 신축 위주의 정비 사업이 사회적, 경제적 정책 등의 요인에 의해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등 부작용과 한계를 드러내,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주목한 것이다.
노후한 아파트 리모델링은 공공·민간 아파트의 준공년도, 안전 진단 등급, 용적률 등에 따라 대상 단지를 특성별로 유형화한다. 기초 조사에 따라 각 아파트는 대수선,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 세대수 증가가 없는 맞춤형 리모델링, 안전 진단에 따라 리모델링이 불가능한 아파트는 재건축 사업 등으로 관리 기준을 제시한다. 과거 주택법은 리모델링시 구조 안전성과 용적률 과다, 세대수 증가 등의 문제로 수직 증축이 불가능하였으나, 2013년 주택법 개정을 통해 수직 증축을 3개 층까지 허용하고 세대수 증가 범위를 10%에서 15% 이내로 확대하여 리모델링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허물어지고 지어지는 사이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가 많아졌다. 아파트가 거주 공간이라는 의미보다는 상품이 되어 사람들은 살지도 않을 집을 투기로 소유하고 점점 더 높은 집을 지향한다. 아파트를 투기 도구로 바라보고 효율과 발전, 미관 개선의 명목으로 재개발을 부추기는 이 시대에 낡은 집이 가지는 의미를 넌지시 묻고 싶다.
집은 인간의 몸과 영혼이 깃들어 쉬고 성장하는 특별한 장소다. 아파트가 그런 고전적인 의미를 찾는 집이 될 수 있을지 나는 무척 회의적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집이든 집의 가치를 발견하는 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몫이니까. 아파트가 진정 집으로서 가치와 광주의 결을 담을 수 있을지 광주다운 건축에 대한 고민이 떠나지 않는다. 광주시의 공동 주택 리모델링 정책이 새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를 능가하는 사회적 가치와 정의로운 광주 공동체의 의미를 담아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브랜드에 따라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1960년대부터 정부 주도 아래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아파트는 이제 한국인의 대표 주거 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아파트 역사 50여 년, 재개발로 지렁이 같은 옛 골목길과 녹슨 대문, 낮은 돌담은 사라지고 탐욕스러운 높이를 자랑하는 듯 마천루 아파트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리고 우리의 이웃이 사라졌다.
노후한 아파트 리모델링은 공공·민간 아파트의 준공년도, 안전 진단 등급, 용적률 등에 따라 대상 단지를 특성별로 유형화한다. 기초 조사에 따라 각 아파트는 대수선,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 세대수 증가가 없는 맞춤형 리모델링, 안전 진단에 따라 리모델링이 불가능한 아파트는 재건축 사업 등으로 관리 기준을 제시한다. 과거 주택법은 리모델링시 구조 안전성과 용적률 과다, 세대수 증가 등의 문제로 수직 증축이 불가능하였으나, 2013년 주택법 개정을 통해 수직 증축을 3개 층까지 허용하고 세대수 증가 범위를 10%에서 15% 이내로 확대하여 리모델링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허물어지고 지어지는 사이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가 많아졌다. 아파트가 거주 공간이라는 의미보다는 상품이 되어 사람들은 살지도 않을 집을 투기로 소유하고 점점 더 높은 집을 지향한다. 아파트를 투기 도구로 바라보고 효율과 발전, 미관 개선의 명목으로 재개발을 부추기는 이 시대에 낡은 집이 가지는 의미를 넌지시 묻고 싶다.
집은 인간의 몸과 영혼이 깃들어 쉬고 성장하는 특별한 장소다. 아파트가 그런 고전적인 의미를 찾는 집이 될 수 있을지 나는 무척 회의적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집이든 집의 가치를 발견하는 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몫이니까. 아파트가 진정 집으로서 가치와 광주의 결을 담을 수 있을지 광주다운 건축에 대한 고민이 떠나지 않는다. 광주시의 공동 주택 리모델링 정책이 새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를 능가하는 사회적 가치와 정의로운 광주 공동체의 의미를 담아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