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득하여 아쉬움만 가득한 옛날로 기억될 수밖에 없지만 휴대폰이나 삐삐가 없었던 시절, 우리 지역 젊은이들에게는 만남의 장소가 있었다. 7080세대라면 누구나 아는 ‘우다방’이라는 곳이다. 충장로 초입에 위치한 광주우체국 앞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계단 앞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렸던 추억은 지금도 시민들 가슴 속에 빛바랜 흑백 사진처럼 간직되어 있을 것이다.

1982년에 처음 삐삐가 도입되었고, 1990년대 초반부터 휴대 전화가 보급되면서 시작된 정보 사회는 정신 차릴 틈도 없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그 결과 어느 순간 사람들이 모이고 부대끼며 뿜어내던 인생 냄새는 물론이고 서로가 교류하고 교차하던 만남의 장소 또한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있다. 기 드보르(Guy Ernest Debord)가 주창한 가상이 실재를 지배하는 ‘스펙터클 사회’처럼 실존이 아닌 가상 공간 속의 대화 상대를 찾아 헤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점차 인간성이 상실되고 사회가 피폐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광주시는 그나마 국립 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 비엔날레 등의 문화적 자산과 함께 ‘광주 폴리’라는 문화 예술 콘텐츠가 있어 현대 도시의 삭막함을 다소나마 해소해 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광주 폴리는 2011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의 특별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현재는 구 도심 도시 재생의 마중물이 되고 도시 콘텐츠를 국내외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예술가들의 참여와 네덜란드 창조 산업 기금 4만 7500 유로 확보, 크라운해태 제과 후원, 캐나다 퀘백의 협업 요청 등 광주를 알리는 작은 쉼표로 거듭나고 있다.

광주 도심 곳곳에 설치된 국내외 건축 예술 거장들의 30개 작품은 광주 옛 읍성 터의 장소성 문제, 시민들의 공감대 부족 등 초기의 문제점들을 극복하면서 실용성과 기능성이 더해져 글로벌화하고 있다. 또한 광주시민의 일상과 함께 호흡하면서 쇠락해지는 공동체 문화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구 시청 사거리 노란색 구조물인 ‘열린 공간’(광주폴리Ⅰ)과 광주 영상복합문화관 옥상의 뷰 폴리(광주 폴리Ⅲ)는 ‘우다방’을 대신해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이자 포토 존으로,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민선 7기 들어서 ‘광주다움’의 회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광주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아마도 광주의 첫 관문인 톨게이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광주의 첫 관문에서부터 광주다움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광주를 찾아오는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광주의 첫 이미지를 소개하고 광주의 문화와 정체성을 알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여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광주를 가장 빨리 쉽게 알릴 수 있는 ‘관문형 폴리’ 작품을 올해 말까지 설치하기로 했다.

이번에 설치되는 관문형 폴리는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을 미디어 아트와 인터랙티브 파사드 형태로 나타내고 있다. 광주 정신을 담고 있는 의향, 예향, 미향의 삼향(三鄕)이 ‘빛’을 통해 세계 공동체에 뻗어 나가는 소망을 담았다. 민주화운동의 성지이며 민주·인권·평화의 도시이자, 빛의 도시로서 ‘광주다움’을 미디어 아트를 통해 구현할 것이다. 이는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명품 톨게이트로서 광주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광주 폴리 사업은 건축, 문화, 예술 프로젝트의 선두 주자임을 인정받아 2017년에 대한민국 공간 문화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고, 그 덕에 2020 아시아중심도시 연차별 집행 계획에 국비가 반영되었으며, 아시아 도시 경관상 도전 등 전 세계에 광주 도시의 브랜드 가치와 광주 정신을 알리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광주 폴리는 서서히 시민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 함께 호흡하고, 광주만의 고유함과 독특한 정신이 깃든 킬러 콘텐츠로서 문화 예술의 찬란한 온기를 뿜어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광주 폴리는 올해로 8년째 도시의 탄생과 성장이라는 변화를 오롯이 감내하고 있다. 광주시민들이 스쳐 지나갔던 문화 예술 공간이 5·18 민주화운동과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하고, 공적 가치의 숭고함을 광주다움으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 광주라는 도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