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 리음&아트컴퍼니 대표] 고악기로 듣는 고음악
2019년 05월 14일(화) 00:00 가가
“‘줌페’의 스퀘어 피아노가 밑그림이라면, ‘안드레아스 스타인’의 포르테 피아노는 스케치에 음영을 넣은 데생입니다. ‘에라르’의 포르테 피아노는 마침내 색을 입힌 리듬의 캔버스입니다.”
지난해 세계적인 고음악 연주자 미하엘 찰카의 포르테 피아노 연주회를 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 같은 포르테 피아노이지만 성격이 다른 세 대의 옛 피아노를 한 무대에서 감상하다 보면 여러 그림들이 떠오른다. ‘줌페’가 흑백 스케치로 유명한 폴 엘뢰의 ‘귀부인’이라면, ‘스타인’은 달걀과 아교로 섞어 만든 중세 시대의 템페라 물감 그림이고, 에라르는 피카소의 청색 시대 그림들만큼 신선한 색채감을 준다. 이런 식으로 색채를 더듬어가면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총천연색 유화가 된다.
고악기로 음악을 감상하면 옛날 악기만 만나는 게 아니다. 영화 ‘이프 온리’의 폴 니콜스처럼 시간의 벽을 뚫고 본인들이 연주하던 그 악기와 함께 우리 앞에 불쑥 현몽하기도 한다. 예컨대 요한 밥티스트 반할(1739~1813)이라는 체코의 작곡가와 칼 필립스 엠마누엘 바흐(1714~1788), 그리고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진짜 모차르트, 폴린 바아도르(1821~1910), 스페인의 열정을 달고 살았던 마누엘 데 파야(1876~1946)도 만날 수 있다.
악기는 소리와 인간의 ‘매개체’다.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도 소리의 매개체인 악기가 시원찮으면 작곡가가 의도한 만큼의 감동을 청중에게 선물할 수가 없다. 인간은 호모 쿨투랄리스(Homo culturalis), 즉 문화적 동물이다. 음악 예술 역시 문화이기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가장 좋은 소리,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기 위해 수천 년 동안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러나 인류의 모든 문명이 그렇듯이 피아노가 발전하는 과정에는 시대적 환경과 다양한 요소가 녹아 있다. 때문에 고악기를 탐색하다 보면 악기의 구조 변천사만이 아니라 악기 속에 담긴 사회 환경적, 역사적 요소도 읽을 수 있다. 최초의 건반 악기인 하프시코드와 클라비코드는 소리는 아름다우나 대중을 상대로 하기에는 음량이 작았다. 그러다 탄생한 게 1709년 크리스토포리가 제작한 포르테 피아노다.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그 소음 속에서 ‘신호음’을 알리려면 소리는 더욱 증폭돼야 하는 시대였다.
포르테 피아노가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산업 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가 있었다. 특히 영국에서 개발된 스퀘어 피아노는 당시 연 수천대가 팔렸을 정도였다. 도시가 산업화되면서 대부분의 남성들이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하는 반면 여성들은 주부로 묶이게 된다. 이들 여성들을 위해 남성들이 앞다퉈 피아노를 구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피아노와 함께 인기를 끌었던 악기는 ‘하프’였다. 휴대가 용이한 현악기보다 피아노와 하프처럼 집안에 붙박이처럼 고정된 악기를 구입해야 여성들이 집안 일을 하다가 애먼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음악을 감상하는 일은 고악기 위에 더께처럼 쌓인 두터운 장식을 벗기는 작업이다. 그 장식들이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창조하기 위한 합리적인 장식일지 모르지만 때로는 소리의 근본을 덮어버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고악기로 고음악을 듣는 일은 그 장식을 끌과 망치로 떼어내고 음악의 시원과 근본을 찾는 일이다. 악기란 본시 자연을 모방한 소리이기에, 음악을 듣는 일은 자연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고악기로 고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술적인 시각에서 고악기가 어떻게 변천했는지 체험할 수 있고, 바로크는 물론 고전과 낭만 초기의 위대하고 순수한 작곡가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나아가 수백 년 전의 고악기 속에 담긴 자연을 탐미하고 맛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공을 초월해 이토록 아름다운 고음악의 세계에 흠씬 취할 수 있는 음악회가 매주 월요일마다 우리 고장 ‘광주’에서 열린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오는 20일, 27일 오후 7시30분 광주문화재단의 월요 콘서트로 열리는 고음악 음악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고음악을 고악기로 듣는 일, 현대적인 페인트를 벗기고 원목을 찾아 그 향기를 되찾는 일이다. 컨베이어벨트가 아닌 장인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사람 냄새를 맡는 일이기도 하다. 모쪼록 타 지방 문화재단에서는 보기 드문 이번 음악회에서 고악기에 새겨진 장인들의 땀과 열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난해 세계적인 고음악 연주자 미하엘 찰카의 포르테 피아노 연주회를 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 같은 포르테 피아노이지만 성격이 다른 세 대의 옛 피아노를 한 무대에서 감상하다 보면 여러 그림들이 떠오른다. ‘줌페’가 흑백 스케치로 유명한 폴 엘뢰의 ‘귀부인’이라면, ‘스타인’은 달걀과 아교로 섞어 만든 중세 시대의 템페라 물감 그림이고, 에라르는 피카소의 청색 시대 그림들만큼 신선한 색채감을 준다. 이런 식으로 색채를 더듬어가면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총천연색 유화가 된다.
포르테 피아노가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산업 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가 있었다. 특히 영국에서 개발된 스퀘어 피아노는 당시 연 수천대가 팔렸을 정도였다. 도시가 산업화되면서 대부분의 남성들이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하는 반면 여성들은 주부로 묶이게 된다. 이들 여성들을 위해 남성들이 앞다퉈 피아노를 구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피아노와 함께 인기를 끌었던 악기는 ‘하프’였다. 휴대가 용이한 현악기보다 피아노와 하프처럼 집안에 붙박이처럼 고정된 악기를 구입해야 여성들이 집안 일을 하다가 애먼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음악을 감상하는 일은 고악기 위에 더께처럼 쌓인 두터운 장식을 벗기는 작업이다. 그 장식들이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창조하기 위한 합리적인 장식일지 모르지만 때로는 소리의 근본을 덮어버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고악기로 고음악을 듣는 일은 그 장식을 끌과 망치로 떼어내고 음악의 시원과 근본을 찾는 일이다. 악기란 본시 자연을 모방한 소리이기에, 음악을 듣는 일은 자연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고악기로 고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술적인 시각에서 고악기가 어떻게 변천했는지 체험할 수 있고, 바로크는 물론 고전과 낭만 초기의 위대하고 순수한 작곡가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나아가 수백 년 전의 고악기 속에 담긴 자연을 탐미하고 맛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공을 초월해 이토록 아름다운 고음악의 세계에 흠씬 취할 수 있는 음악회가 매주 월요일마다 우리 고장 ‘광주’에서 열린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오는 20일, 27일 오후 7시30분 광주문화재단의 월요 콘서트로 열리는 고음악 음악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고음악을 고악기로 듣는 일, 현대적인 페인트를 벗기고 원목을 찾아 그 향기를 되찾는 일이다. 컨베이어벨트가 아닌 장인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사람 냄새를 맡는 일이기도 하다. 모쪼록 타 지방 문화재단에서는 보기 드문 이번 음악회에서 고악기에 새겨진 장인들의 땀과 열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