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광주는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장면이었다. 그날 광주에서는 평범한 학생, 시민들이 인권과 자유를 억압받지 않는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광주시민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1980년 5월 광주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5·18 민주화운동은 국가 권력이 불의한 방법으로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그러나 실체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못했다. 독재 정권의 탄압과 은폐로 5·18의 가치가 왜곡되고 폄훼됐으며, 진실은 감춰졌다.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친 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들의 편린이 드러났다. 진실을 밝히려 노력한 많은 사람들 덕에 입법·행정·사법적으로 5·18의 의미와 가치가 정립된 상태다.

그러나 아직 5·18의 진상은 가려져 있다. 최종 발포 명령권자는 누구인지, 실종자들은 어디에 있는지, 성폭력 문제, 헬기 발포 경위, 전두환의 광주 방문 여부 등 많은 부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이와 관련한 기록이 새롭게 발굴되고 목격자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규명할 마지막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국회가 어렵게 ‘5·18 진상규명 특별법’을 통과시켰고 ‘5·18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런데 작년 9월에 출범했어야 할 ‘5·18 진상조사 특위’가 자유한국당의 조사위원 추천 지연과 부적격자 추천으로 아직까지 표류 중이다. ‘5·18 진상조사 특위’ 가동은 5·18의 진실을 밝힐 마지막 퍼즐이다. 한국당에서 20년 이상 군복무자도 포함되도록 조사 위원 자격을 확대하는 ‘5·18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하루속히 법안 통과를 위한 본회의를 열어야 할 것이다.

일부 극우 세력이 자행해 온 5·18에 대한 왜곡과 비방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까지 일어났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엄격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5·18 민주화운동은 독재 정권에 저항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점을 천명한 민주화운동이다. 이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20대 국회 초반부터 5·18을 왜곡·폄훼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이젠 5·18을 왜곡·폄훼하는 행위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민 통합을 해치는 반인권적 범죄라는 것을 명시하고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의원의 망언을 계기로 여야 의원 166인이 동의한 ‘5·18 왜곡 처벌 특별법’이 제출됐다. 진상조사위 가동을 위한 ‘5·18 진상규명 특별법’과 동시에 ‘5·18 왜곡 처벌 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 두 법안을 함께 처리하는 것이 국회가 5·18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향후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일이 될 것이다.

5·18 당시 계엄군에 대한 정당한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현재 국립 현충원에는 5·18 당시 사망한 계엄군이 ‘전사(戰死)’로 표기된 채 안장돼 있다. 작년 보훈처 국정 감사에서 서주석 국방부 차관을 증인으로 불러, 당시 사망한 계엄군을 전사가 아닌 순직으로 처리해 안장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하고 정부 차원의 시정을 촉구한 바 있다. 현충 시설 관리 책임이 있는 보훈처장과 전공 심사 재심 권고 권한이 있는 인권위원장에게도 계엄군 ‘전사’ 처리의 부당함을 제기했다.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와 정신은 광주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민주주의의 이정표가 돼야 한다. 상식과 정의, 인권 앞에 당당했던 80년 5월 광주시민들의 숭고한 행위가 정당한 평가를 받고, 진실이 명확히 규명되도록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