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불안하다. 물속으로 잠기진 않을까? 과연 저게 날아오를 순 있을까? 심하게 프로펠러가 요동치며 물살을 헤치기 시작하더니 불과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물을 등지고 하늘로 오른다.

밴쿠버항에선 이른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대략 5분여 간격으로 하루만도 130여 차례 수상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초기에는 주로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의 주도(州都)가 있는 빅토리아 섬이나 선거구를 오가는 주(州)의원들이 애용했으나, 이젠 밴쿠버 및 인근 지역을 둘러보는 항공 관광이자 섬을 오가는 지역민의 교통수단으로도 빈번하게 이용되고 있다. 급기야 유명 관광지인 휘슬러의 그린 레이크(Green Lake)라는 호수까지도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기도 하고, 비교적 근거리에 위치한 시애틀까지 잇는 국제선도 운영 중이다. 비행기를 띄우고 내릴 수 있는 물만 있다면 어디든 연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와중에 국내에도 수상 비행기를 띄운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지난 2011년부터 수상 비행장 시범 사업을 추진한 이래, 올해 하반기 충북 제천의 청풍호에서 국내 첫 수상 비행기가 이륙하게 되는 것이다. 제천시는 수상 비행기를 통해 청풍호 주변 항공 관광을 비롯한 산불 감시, 각종 행사 지원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전남 관광객 6000만 시대를 목표로 우리 지역에도 굵직한 관광 기반 조성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추진되거나 계획되고 있다. 서남해안의 수려한 자연 경관을 비롯한 아름다운 해안선과 섬, 갯벌 자원을 연계해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하나 된 관광 거점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바다와 어우러진 해안 절경을 비롯한 섬의 비경, 낙조와 함께하는 선상(船上) 관광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고, 지자체별로 각각 운영되는 프로그램들이 함께 연계되어야 그 효과 또한 커진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더 이상 새로움이 없고 어느 지역에서나 체험할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관광 상품으로는 매년 줄어드는 국내 관광 수요를 끌어올리기도 어렵거니와, 연휴만 되면 해외로 발걸음하는 여행객들을 되돌리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즈음 바다와 간척으로 만들어진 호수가 즐비한 서남권을 수상 비행기로 둘러보는 새로운 관광 기회를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인다. 다도해의 아름다움과 새로운 관광수단의 극적인 만남은 국내 여행의 개념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새로움을 찾는 여행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지역의 성장 동인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채 표류하고 있는 흑산도 공항 건설 문제에 있어 수상 비행장 조성은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항 건설에 따른 환경 단체의 반대를 넘어서고 건설 비용 등 예산 투입 측면에서도 효율적일 수 있다. 50인승 이하의 소형 수상 비행기는 300~500미터의 물길만 있다면, 건설이나 토목 공사 없이 간단한 비행장 계류 시설만으로 언제든지 띄울 수 있게 된다.

그 효과는 우리 지역의 관광 활성화만이 아닐 수 있다. 수상 비행장 시범 사업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던 영암의 영산호 등을 기점으로 조성한다면, 삼포 지구 중심의 모터 산업과도 연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수상 비행기는 제트 엔진의 추력이 아닌 전기 에너지를 이용한 회전체인 모터와 항공유를 이용한 프로펠러를 활용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무안 공항 배후 지역 중심의 항공 MRO사업이 무산된 지금, 지역의 자연 여건을 토대로 수상 항공에 특화된 산업 집적지이자 수상 항공의 거점으로 도약할 기회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최근 전남 서남권은 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목포 근대 문화 역사 특구에서부터 지난 4일 개통한 천사대교까지 국내외 관광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올해 10월 목포 해상케이블카와 칠산 대교 개통은 명실상부한 ‘전남 관광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다도해 수상 비행 관광까지 더해진다면 지속적인 관광 수요 창출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의 연쇄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배만 띄우는 바다에서 비행기까지 띄우는 미래 바다! 가히 전남 관광객 6000만 시대, 아니 1억 명 시대가 먼 훗날의 얘기는 아닐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