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은 어버이날인 동시에 ‘세계 적십자의 날’이다. 1948년에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와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ed Cross and Red Crescent)은 적십자 인도주의 정신과 적십자 운동의 창시자인 장 앙리 뒤낭의 업적을 기리고자 그의 생일인 5월 8일을 ‘세계 적십자의 날’로 제정하였다.

지금으로부터 160년 전인 1859년 6월, 이탈리아 솔페리노 전투 현장을 지나가던 스위스의 사업가 앙리 뒤낭은 죽어가는 부상자들을 보고 인근 마을 부녀자들과 함께 아군과 적군을 구별 없이 ‘우리는 형제다’(Tutti Fratelli) 외치며 구호 활동을 펼쳤다.

그 후 제네바로 돌아와 1862년에 솔페리노 전투의 참상과 체험을 기록한 ‘솔페리노 회상’을 출간했다. 뒤낭은 이 책에서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상병자를 돌보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구호 단체를 평시에 각국에 조직할 것. 둘째, 상병자와 그들을 돌보는 구호 요원을 보호하고 이들의 활동을 보장하는 국제 조약을 체결할 것. 그의 제안에 따라 1863년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창설되고,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와 부상자를 돌보는 군 의료 요원을 보호하기 위해 적십자 표장과 적십자 협약(제네바 협약)이 제정되었다. 오늘날 191개국에 적십자가 조직되어 인도주의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앙리 뒤낭은 적십자 운동의 공로로 1901년 제1회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1~2차 세계대전 시 부상자 치료와 전쟁 포로 지원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1917년과 1944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적십자 운동 100주년이 되던 1963년에는 국제적십자위원회와 국제적십자사연맹이 공동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오늘날 세계대전과 같은 참혹한 전쟁은 줄었지만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 국가(IS)의 테러 등 지구촌 곳곳에서 무력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자연 재해와 사회적 재난도 증가하고 있다. 전쟁터에서 부상자를 구호하기 위해 시작된 적십자 운동은 전시뿐만 아니라 재난 시 긴급 구호와 평시 안전 교육, 보건, 사회 봉사 활동 등 다양한 인도주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적십자 운동은 구한말 열강의 틈에서 자주 국가로서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탄생했다. 1903년 1월 8일 최초의 제네바 협약에 가입하고 ‘하나의 나라에는 하나의 적십자사만 존재한다’는 국제 조약에 따라 1905년 10월 27일 고종 황제 칙령(제47조)으로 대한제국적십자사가 설립되었다. 이후 대한적십자사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하에서 독립군 상병자를 구호하고 재외 거주 동포를 위한 인도주의 활동에서부터 6·25 전쟁 중에 수백만에 이르는 피난민 구호 활동과 4·19 혁명, 광주민주화운동,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포항 지진, 강원도 산불 현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의 크고 작은 아픔을 치유해왔다.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위기에 처한 이웃들이 있다. 그들 또한 우리의 형제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는 우리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12월 22일 광주시, 전남도를 포함해 16개 기관과 통합 MOU를 체결하고 ‘희망 풍차 광주·전남 네트워크’를 출범했다. ‘희망 풍차 광주·전남 네트워크’를 통해 위기에 처한 이웃을 발굴하고, 지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맞춤형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여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올해 세계적십자의 날 슬로건은 ‘사랑’이다. 사랑에는 차별 없이 인류애를 실천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60년 전 솔페리노 전쟁터에서 아군과 적군을 차별 없이 부상자를 돌보던 앙리 뒤낭과 부녀자들처럼 우리도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형제처럼 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