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4월 북미에서 시작된 신종 인플루엔자는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어 세계보건기구가 대유행병으로 지정하게 되었다. 선진국들이 사전 구매 계약을 통해 독감 백신을 대부분 선점하면서 독감 백신 생산 기술이 없는 많은 국가들은 백신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같은 해 5월 초에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한 이후 점차 환자가 급증하고 사망자가 생기면서 신종 플루에 대한 두려움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이처럼 신종 플루가 대유행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고 독감 백신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에는 구세주가 나타났다. 2004년 시작된 정부 사업으로 국비 162억 원과 민간 자본을 투자하여 전남 화순에 건설된 독감 백신 공장에서 2009년 11월부터 백신 생산이 시작되었다. 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렵다는 독감 백신을 거의 반값에 조달하여 전국의 초·중·고교가 일제히 독감 백신을 접종 받게 되었고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여유 있게 신종플루를 퇴치할 수 있었다.

화순에 들어선 백신 공장은 한국의 독자 기술로 개발된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곳으로서 2009년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다. 화순 공장에서 백신이 생산되면서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두 번째, 전세계에서 아홉 번째 백신 생산 국가가 됐으며 한국의 백신 주권을 전남이 지켜내었고 국민 건강도 전남이 지켜낸 셈이다.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의 우수한 생명과학 기술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나라 유일의 백신 산업 특구인 화순은 이제 아시아에서 백신의 메카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화순에서 생산되는 백신은 감염 질환용 예방 의약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첨단 생명 과학 기술을 응용한 면역 항암제로 대표되는 치료용 백신 생산으로까지 발전을 꾀하고 있다.

항암제는 1세대 화학 항암제, 2세대 표적 항암제 및 3세대 면역 항암제로 구분하는데 3세대 면역 항암제가 바로 백신을 이용한 항암제이다.

전남도는 백신 산업 분야 중 부가 가치가 높으며 시장이 훨씬 크고 발전 가능성도 매우 높은 항암 백신 치료제 등 차세대 백신 치료제를 생산하도록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전남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백신 메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다.

전남도가 이러한 차세대 항암 면역 치료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면역 세포 치료 산업화 기술 플랫폼 구축 사업’(총 200억 원)에 이미 착수하였고, 면역 치료 백신의 국가 컨트롤 타워인 460억 원 규모의 ‘국가 면역 치료 혁신 센터’ 유치에 나선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고무적인 일이다.

전남은 매실, 녹차, 울금, 황칠 등 다양한 약용 식물의 보고이다. 또 전남 전역에 걸쳐 펼쳐져 있는 숲, 섬, 갯벌, 해양 등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생태 자원은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전통적인 자연 치유 환경으로서 손색이 없다. 자연환경과 전통 치료, 그리고 현대의 첨단 의약학을 접목하게 되면 전남은 자가 치유 역량을 극대화하는 의약학 산업을 발전시키기에 최적의 지역이다.

전남도가 풍부한 생물 자원과 의료 인프라를 기반으로 연구·생산·치료·휴양을 연계한 ‘전남 첨단 의료 복합 단지’ 지정을 목표로 매진하는 것도 이러한 기반에 기인한다. 전남 첨단 의료 복합 단지는 ‘질 높은 의료, 질 높은 의약, 편안한 치유’를 통해 미래 첨단 바이오 산업을 선도하는 전남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오송~대구~전남을 잇는 ‘비수도권 첨단 의료 삼각축’을 형성하여 사각지대 없는 의료 복지 실현과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의약학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고도로 집약된 자본과 지식 및 연구 개발을 요구하는 첨단 산업이다. 고용 효과도 매우 높고, 한 곳에만 모여 있을 필요도 없으며, 로봇으로 대체되기도 쉽지 않은 산업이다. 전남이 새롭게 도약하여 새로운 고용, 특히 청년에게 양질의 고용을 제공할 수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전남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지역민이 그 수혜를 보다 넓게 나눌 수 있는 바이오메디컬 허브의 구축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