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 2’가 된 이명기가 위기의 팀을 구했다.

KIA 타이거즈가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6-4 승리를 거뒀다. 4-1로 앞선 8회초 시즌 첫 블론세이브가 기록됐지만 이어진 8회말 공격에서 이명기가 결승 홈런을 터트리면서 주인공이 됐다.

대구에서 2연패를 안고 돌아온 KIA는 이날 대폭 엔트리를 변동했다.

부진이 계속된 해즐베이커와 나지완과 함께 황윤호를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그리고 김주찬과 김선빈이 각각 허리와 허벅지 통증으로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라인업을 지키던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지면서 이날 KIA는 최원준(3루수)-류승현(2루수)-안치홍(1루수)-최형우(지명타자)-이명기(우익수)-이창진(중견수)-박준태(좌익수)-한승택(포수)-박찬호(유격수)의 ‘잇몸 라인업’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이명기는 최형우에 이어 팀 내 두 번째 고참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선취점은 KIA가 가져갔다.

2회 2사에서 이창진이 볼넷을 골라낸 뒤 박준태와 한승택이 연달아 2루타를 터트렸다. KIA는 군 제대 후 복귀전을 치른 박찬호의 내야안타에 이어 상대 유격수의 실책까지 더해 3점을 만들어냈다.

KIA는 3회초 1실점은 했지만 5회에 최원준의 3루타에 힘입어 다시 4-1로 격차를 벌렸다.

마운드에서는 터너가 안정된 피칭으로 리드를 지켰다.

108개의 공을 던진 터너는 6이닝 5피안타 3볼넷 9탈삼진 1실점의 호투로 KBO리그 3번째 등판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터너에게 승리가 돌아가지는 않았다.

KIA의 가장 확실한 필승조로 활약해왔던 하준영이 8회 흔들렸다.

선두타자 박병호를 우측 2루타로 내보낸 하준영이 샌즈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지만 다시 서건창에게 안타를 내줬다. 그리고 장영석에게는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스리런을 맞으면서 시즌 첫 실점과 함께 팀의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4-4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8회말 KIA가 한방으로 응수했다.

선두타자로 나온 이명기가 바뀐 투수 이보근의 142㎞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KIA는 1사 2루에서 나온 한승택의 적시타까지 더해 6-4의 리드를 잡은 뒤 천신만고 끝에 9회 2사 만루 위기를 막으면서 극적인 승리를 신고했다.

시즌 마수걸이 홈런으로 팀을 연패에서 구한 이명기는 “오늘 형들이 많이 빠지면서 책임감이 컸었다. 팀이 힘든 상황인데 이기고 있다가 동점이 됐다. 오늘까지 졌으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중요한 상황에서 좋은 타구가 나와서 기쁘다”며 “오늘 하루 모토가 공격적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홈런 타석에서) 원볼에서 공을 하다 더 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투수가 한 번 고개를 흔들었다. 무조건 직구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몸쪽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게 좋을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