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지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의 2차 북미 정상 회담은 성과 없이 결렬되었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전혀 다른 양상의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지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회담 결렬 이후 북미로부터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1일 한미 정상 회담을 갖기로 합의하였다. 한미 정상 회담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이번이 일곱 번째로,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 회담 이후 4개월여 만에 다시 마주 앉게 된 것이다. 당초에 예상했던 남북 정상 회담보다 한미 정상 회담이 먼저 이뤄지게 되었다. 이것은 북한의 입장 파악보다는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절차로 판단된다. 한미 간 양 정상의 만남이 중대 돌파구 마련으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이유이다.

미국은 현재까지 ‘빅딜’ 타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영변 핵시설 외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미 간 모든 의제를 한 번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 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양국 기술자들의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제안을 하였다. 미국이 요구하는 ‘빅딜’과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합의’의 절충안 ‘굿 이너프 딜’은 청와대의 아이디어로 북미간 절충점을 찾아보겠다는 출구 전략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과 북한의 의견은 왜 서로 다른 것일까? 실제 북한의 협상 전략은 서구의 민주 국가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비교적 중시하는 윈윈 협상 결과를 강조하지 않으며 협상 스타일 또한 북한만의 독특한 공간과 환경 속에서 변화되고 발전되어 왔다.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변하지 않는 협상 행위 요소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중국 사회주의 협상 문화 영향, 전통적인 전략 문화, 조선 로동당의 협상 실전과 경험에서 형성된 특질 등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여타 민주 국가와는 다른 평양식 협상관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 회담의 결렬 사항을 이러한 불변의 협상 요소와 연계하여 분석해보면 흥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약소국의 대 강대국 강압 외교라는 독특한 평양식 협상관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북 협상자들은 북한의 불변 협상 요소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남북 협상 시 언제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이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당면 문제인 경제 상황 앞에서는 이러한 협상 전략조차도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현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미 협상을 재개하여 최악의 경제 상황을 타개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준시장 경제나 다름없는 장마당은 대화의 장으로 김정은을 유도하고 있다. 지금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 협상의 신속한 재개와 남북 정상 회담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북핵 문제로 인해 어려워진 안보 파탄의 문제 제기가 아니라 여야를 초월한 남북 관계의 새로운 진입이 필요한 때이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광주·전남의 남북 교류 협력 사업도 전면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방문과 지원을 떠나 우리 지역 특성에 맞는 실질적인 인력 및 기술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안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평양 옥류관의 평양냉면 광주 체인점 설치 시 평양의 요리사는 물론 그들의 가족을 포함한 인력과 더불어 냉면 기계까지 세트로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법적인 분야도 함께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지만 이러한 실사구시적인 사업을 통하여 진정한 남북 교류 협력의 장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