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7년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했다. 720만 달러라는 가격표는 알래스카가 지니고 있는 무한한 가치에 비하면 ‘헐값’이었다. 하지만 알래스카 매입을 최종 승인한 미국의 17대 대통령 앤드류 존슨은 비난 여론에 휩싸여야 했다. ‘쓸모없는 동토를 샀다’는 정치인들의 지적에 많은 국민들이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존슨 대통령은 주변의 비난을 묵묵히 감수했다. 그리고 자신의 소신을 끝끝내 관철시켰다. 자국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판단이었다는 확신에서다. 150여 년이 지난 지금, 알래스카 매입은 존슨 대통령의 최대 치적으로 꼽힌다.

만약 지금까지 알래스카 땅이 러시아의 소유였다면? 미국령의 거의 전 지역이 러시아 미사일의 반경 내에 들어있을 것이다.(미국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가정일 것이다) 알래스카는 미국을 방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다. 뿐만 아니라 석유를 비롯한 각종 천연자원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지난 29일 장성군은 나무심기 행사를 가졌다. 우리 군은 2015년부터 황룡강에 나무를 심고 있는데 올해는 산수유를 식재했다. 군민들과 함께 나무를 심으며 나는 알래스카 매입을 결정한 존슨 대통령을 떠올렸다. 그도 필경 나무 심는 이의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혼자만의 상상’을 해봤다.

나는 평소 우리 직원들에게 “한 그루의 나무도 많이 고민하고 심을 것”을 당부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나무를 심을 때 ‘키 작은 묘목’만 봐서는 안 된다. 이 나무가 성장하는 수년 뒤, 수십 년 뒤를 상상하면서 심어야 한다. 장성의 미래 모습과 잘 어울리는지, 생육에 지장이 있지는 않은지,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나무 심는 일은 행정을 닮았다. 물론 당장 필요한 사업도 있지만 멀리 내다보고 추진해야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무를 심을 때처럼 미래에 끼칠 영향을 끊임없이 예측하고 고민해야 한다. ‘노란꽃 잔치’로 유명한 황룡강의 국가 정원 지정 준비나 고려시멘트 부지 개발을 계획하는 일이 그렇다. 장성호와 축령산의 관광 자원을 개발하고 국립 심혈관센터의 설립을 추진하는 등 현재 장성에서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들은 우리 군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21일 준공식을 가진 장성군 공공 실버 주택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대비한 사업으로 꼽을 수 있다. 우리 군은 이미 초고령화의 인구 분포율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노인 인구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노년층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은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장성군 공공 실버 주택의 준공으로 우리 군은 독거노인 시설인 사랑의 집, 공립 노인 전문 요양 병원과 함께 ‘실버 복지 타운 1번지’를 완성했다.

장성군은 지자체 최초로 컬러 마케팅 기법을 적용, ‘옐로우 시티 장성’을 브랜드화하고 있다. 나는 황룡강에서 노란색과 장성군을 접목시키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황룡강은 ‘옐로우 시티’의 탄생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군은 2015년부터 황룡강변에 노란 꽃이 피는 나무를 심고 있다. 작년에는 겨울에도 노란 꽃을 볼 수 있는 황설리화를 심었다. 하지만 황설리화가 하천 주변에서 잘 자라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어 올해부터는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산수유로 수종을 변경했다.

산수유의 꽃말은 ‘영원불변’이다. 고향 땅 장성군을 사랑하는 내 마음이 꽃으로 핀다면 아마 산수유가 되지 않을까? 황룡면의 허름한 토담집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 산수유 묘목을 조심스레 심으며 장성군의 미래를 만드는 사업들을 세워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있다면 지금 세워놓은 사업들로 인해 먼 훗날 장성군민들이 보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았으면 한다. 앤드류 존슨 대통령이 매입한 알래스카처럼 말이다.